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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의 함정 빠진 원전산업… 경남도 대책 서둘러야
용어의 함정 빠진 원전산업… 경남도 대책 서둘러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5.1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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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대기자ㆍ칼럼니스트

현장 강조했지만 원전업계 불황 외면

“지방정부가 해결 못하면 정부에 건의하겠다”

김 지사 말에 속아 함정 빠진 도민들

도ㆍ도의회 입 닫고 원전 경제 무관심

 경남도는 도정운영의 방점이 민생경제에 있다고 밝혔다. 실세단체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새해 들어 선언한 만큼, 도민들의 기대는 그 이상이었다. 실제 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대책 발표가 이어졌고 지향한 만큼이나 민생경제에 대한 청신호를 기대했었다. 또 지난해 7월 도지사 취임 후에는 ‘경남 신 경제지도’ 구상도 밝혔다. 경남경제혁신추진위원회 출범은 경남제조업 부활이 기대되는 청사진이었다.

 경남도지사는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출범 때 “지방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은 도가 책임지고 중앙정부나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때문에 경남도민들은 제조업 메카 경남의 신 르네상스 시대를 기대했고 경제혁신추진위원회의 활동에 거는 기대도 컸다. 이어 경남도는 스마트 설비에도 적극 나섰고 독일ㆍ일본 산업계 현장방문 등은 밑그림만큼이나 경남경제 부활의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도의 장밋빛 구상과 달리 녹록하지 않은 경제 현실만큼이나 산업현장은 얼음 땡땡이다.

 대표적인 게 원전산업이다. 조선 자동차산업도 그렇지만 세계적인 원전산업 메카경남은 탈 원전 정책으로 도내에 소재한 350여 업체는 붕괴직전이다. 이런 실정에도 경남도는 업계목소리를 스쳐 지나려는 듯,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기 발주된 공사(신한울 3ㆍ4호기)의 재개만이라도 해달라는 원전업계의 절박한 속도조절론 호소마저 외면한다면 경남도의 존재이유는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 물론 업체에 헛된 기대감을 줘서는 안 되지만, 절망을 주는 것은 더욱 안 된다. 하지만 말만 민생이고 경제이지 실물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민심은 어떤지를 경남도가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는 업계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남경제혁신위원회 4월회의 때 위원장은 “조선업 위기 극복이든, 도시재생사업이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힘께 만드는 새로운 경남은 기업체, 근로자, 주민 등 다양한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정작 ‘원전산업’ 현장경제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않았다. 따라서 경제혁신추진위원회와 도의 권능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업계반응은 믿을 게 없다는 자조나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원전정책마냥 경남도의 대응책이 ‘말’만의 민생이고 경제로 비쳐서야 쓰겠는가. 탈 원전 정책으로 관련업계는 구조조정, 순환휴직, 매각 등 몸부림을 친다. 모두가 경남도민이고 도내 소재한 업체인 만큼,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나 도가 내놓은 원전 해체산업 육성 전략을 두고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2017년 6월 19일. 탈원전 정책이 선포됐다. 단지 대선 공약이었다는 이유 뿐, 유관기관, 학계, 업계, 전문가와의 소통이나 협의는 없었다. 그것도 40년을 에너지정책의 선봉에서 안전하게 운전하고 퇴역하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식에서 이뤄진 일이다. 영광스러워야 할 고리 1호기 퇴역식이 원전산업의 장례식이나 다름없었다.

 그 후, 탈 원전 정책이 ‘성역’이라 해도 각계의 울림은 그 만큼 재검토가 절박하다는 뜻이다. 정부정책이라 해도 교조적이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정책오류 가능성을 따져볼 기회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낸 김우식 이사장은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임기가 5년이지만 인재를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 년이 걸린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동시에 진행해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원자력보다 높아지게 만들면, 굳이 탈 원전 정책을 펴지 않아도 원자력발전 산업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런 고언은 경남이 원전산업메카인 만큼 또 현장을 강조한 경제정책에 걸맞게 경남도가 대정부 정책건의를 했어야 할 사안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경남도의회도 입을 닫고 있다. 업계는 “경제가 정치논리에 매몰된 탓인지 그 흔한 건의문 채택은커녕,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다. “원전은 안전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면서도 외국 순방 때 “한국 원전은 지난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며 우수성을 강조한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지만 그 만큼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경남도정이 청와대 흉내 내기나 국가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도민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방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은 경남도가 책임지고 중앙정부나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한 만큼 허언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잖다면 경제부활을 기대한 도민들의 기대는 용어의 함정에 빠진 것과 다를 바 없다. 원전산업 메카부활, 지금도 늦지 않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회생을 낙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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