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증축 눈 감고 아웅 할 문제인가
불법 증축 눈 감고 아웅 할 문제인가
  • 강보금 기자
  • 승인 2019.05.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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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금 사회부기자
강보금 사회부기자

 지난 2월 6일 오후 4시경 터키 이스탄불 카르탈 지역에 있는 8층짜리 아파트가 와르르 무너졌다. 이 참사로 구조원에 의해 잔해 더미 속에서 총 35명을 찾아냈지만, 그중 사망자가 21명으로 나타났다.

 붕괴된 아파트의 한 주민은 "큰 소리가 나 뒤를 돌아보니 건물이 카드 더미처럼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울부짖고 비명을 질렀다"며 끔찍했던 참사의 현장을 회상했다.


 터키 당국은 이와 관련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붕괴한 건물은 27년 전 지어졌으며, 이후 건물의 상단부 3개 층이 불법으로 증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것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 혹은 후진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화재로 62명 사망, 130명 부상 등 192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겨우 1주기가 지났다.

 당시 경찰은 세종병원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정(콘센트용 전기배선)에서 발화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소방 당국은 "해당 병원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의료인력 부족과 건물 불법 증축으로 피해가 컸다"고 참사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밀양 세종병원은 지난 2012년 8월 24일부터 147.04㎡ 규모의 무단 증축으로 인해 위반건축물로 등재됐다. 또 옆 건물인 세종요양병원 역시 같은 시기부터 19.53㎡에 해당하는 무단증축 때문에 위반건축물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20일 발생한 김해 원룸 사고 때는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 문제로 아동 2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필로티 구조는 1층을 통해 산소가 공급돼 화마를 키우기 쉽다. 또 위층으로 불길이 옮겨붙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과 시멘트를 사용해 마감제를 붙이면서 건축비를 아끼면서도 단열 효과가 높지만 연소성이 강해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법 증축 문제는 이와 같이 단순히 법령 위반으로 그치지 않는다. 화재 발생 시 대피 및 피난 공간이 없어지거나 소방관이 화재 진압 혹은 인명구조를 위해 진입했을 때 일반 건축물과 달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대형 참사의 원인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불법 증축에 대해 많은 건축사 및 시민들은 안전불감증을 가지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이제까지 관계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을 했다.

 이에 국토부에서는 지난달 5일 건축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의결했다. 건축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개공지 활용성 제고 △소방관 진입창 설치 의무화 △단열재 등 건축자재 품질관리 강화 △위반건축물의 관리 및 이행강제금 강화 등이다.

 이 중에 불법 증축 등으로 적발된 뒤에도 개선하지 않는 건물주에 대한 이행강제금도 시정될 때까지 부과하도록 위반건축물의 관리가 강화됐다. 불법으로 증축, 대수선, 용도변경 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상습적 위반 등에 대한 이행강제금의 가중 범위를 50/100에서 100/100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감경할 수 있는 면적은 85㎡에서 60㎡로 축소하고, 연간 2회까지 부과하는 이행강제금 누적 기준 최대 5회를 폐지해 시정될 때까지 계속 부과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공포한 날로부터 6개월 경과 후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잇따른 대형사고들로 안타까운 희생을 스쳐 보내고 있다.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사망자 501명, 부상 937명) 때도 설계도면 변경 등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이날로부터 25년가량의 세월이 지난 현재 시민의식 및 제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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