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것이 `아는` 것은 아니다
`친숙한` 것이 `아는` 것은 아니다
  • 하성재
  • 승인 2019.05.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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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우리는 종종 친숙한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무엇에 대해 알고 있는지의 여부를 객관적인 지표보다는 친숙함에 기초해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나는 이것을 잘 모릅니다"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대한민국의 수도 이름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에 "예"라는 대답을 쉽게 하고, "베네수엘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 이름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는 대답을 쉽고 빠르게 한다. 베네수엘라의 일곱 번째로 큰 도시는 일반적으로는 거의 접하지 못하는 매우 생소한 도시이기 때문에 알 리가 없다는 판단을 쉽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제를 `메타인지(meta-cognition)`이라고 부른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그의 책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에서 `메타인지`는 인간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인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메타인지가 우리로 하여금 치명적인 함정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대상이 친숙해서 잘 아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경우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조직을 만들고 모임을 시작했는데, 막상 그 조직의 구성원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몰라 막막한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친숙함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친숙함은 때로는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잘 안다고 오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잘할 수 있다는 잘못된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아트 마크먼(Arthur B. Markman)은 `스마트 싱킹(Smart Thinking)`에서 `지식`의 종류를 이렇게 설명한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 첫 번째는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남에게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알고 있다는 느낌도 있고 남에게 설명도 할 수 있는 지식이다."

 사실 진정한 지식은 위의 설명에서 후자의 경우이다. 전자는 친숙함의 함정에 빠져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조직의 리더는 흔히 자신의 의중을 조직 구성원들이 잘 알고 따라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 구성원들과 조직 환경이 자신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남들도 자신만큼 안다고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조직 리더는 먼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를 조직 구성원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디를 어떻게 모르고 있는지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최대한 친절하게 여러 번 설명해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친숙함을 넘어서 실제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즉, 친숙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명확하고 자세한 설명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 고전 경험론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아는 것이 힘이다(scientia est potentia)`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모든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나 바른 연구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식 확립의 방법으로 연역법이 아닌 귀납법을 사용하자고 했다.

 그의 말 대로 아는 것은 힘이 된다. 조직 환경이 어떤 환경인지 알고, 조직 구성원들의 특성이 어떠한지 아는 것은 조직 리더에게 큰 힘과 능력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무엇인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판단하는 척도를 친숙함에 둬서는 안 된다. 친숙한 것과 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자신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이다. 조직 리더는 친숙함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편견과 선입관을 뒤로하고, 면밀하게 자신과 조직을 관찰해야 한다. 친숙한 것과 아는 것의 차이를 알고, 조직 구성원과 조직 주제에 대해 이해하며, 명확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조직을 인도할 때, 조직 환경이 가지는 유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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