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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ㆍ공생과 관계 이미지와 텍스트… 꽃 이름을 그리다
감정ㆍ공생과 관계 이미지와 텍스트… 꽃 이름을 그리다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05.0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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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꽃’ 展 개최 김해서부문화센터 ‘가율’
예술가 4명ㆍ플로리스트 참여 각자의 시선으로 본 꽃 해석
꿈과 삶의 이상적인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는 사회 속, 현실적 가치만을 좇을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우리의 모습을 담은 김인지 작가의 작품‘보이지 않는 벽’, 324x130㎝, oil on canvas, 2015.
꿈과 삶의 이상적인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는 사회 속, 현실적 가치만을 좇을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우리의 모습을 담은 김인지 작가의 작품‘보이지 않는 벽’, 324x130㎝, oil on canvas, 2015.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의 거리는 작약, 수국, 장미, 찔레꽃의 향기로 가득하다. 특히 이팝나무 꽃으로 물든 5월의 김해는 봄바람이 불때마다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꽃잎이 마치 튀밥을 연상케 한다.

 사랑과 감사의 달이자 꽃의 계절 5월을 맞아 (재)김해문화재단 김해서부문화센터는 ‘꽃’을 주제로 상반기 기획전 ‘너의 이름은 꽃’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4인의 예술가(김인지, 박에스더, 정희진, 허소연)와 1명의 플로리스트가 참여해 각자의 시선으로 ‘꽃’을 해석했다. 지난 2일 오프닝을 연 이번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스페이스 가율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박에스더작가의 작품, ‘Tulips’, 96x78㎝, 한지에 채색, 2019
박에스더작가의 작품, ‘Tulips’, 96x78㎝, 한지에 채색, 2019

 이번 전시에서 김인지 작가는 어린 시절 꿈과 희망에 찬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른이 되자 현실과 타협하는 자신의 감정을 ‘꽃’에 녹여냈다. 작품 ‘보이지 않는 벽’의 꽃밭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유리 벽 속에 갇혀 있다. 꽃을 향해 날아가는 나비는 유리 벽 속에 갇힌 꽃에 닿지 못한다.

김 작가는 유리벽에 맺힌 물방울을 통해 나비와 꽃이 만나지 못함을 표현했다. 꿈과 삶의 이상적인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는 사회 속, 현실적 가치만을 좇을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우리의 모습을 작품에 드러내고 있다.

김 작가는 “어린 시절 꿈을 꾸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회에 나오니 예상치 못한 난관과 어려움에 부딪힌 모습을 꽃과 나비에 빗대어 표현했다”고 말했다.

 박에스더 작가는 꽃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한 독특한 풍경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2015년부터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꽃송이와 줄기로 변환한 ‘꽃 글자’를 고안해 작업해 왔다. 박 작가는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를 기반으로 한 ‘꽃 글자’를 회화적으로 배치해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낸다. 박 작가는 작품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이자 완결된 메시지를 갖춘 기호를 제안하며 회화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정희진 작가는 공생 그리고 관계라는 상호 현상을 선인장과 꽃의 형태를 빌린 뒤, 전시장을 압도하는 대형 설치 작품 ‘군락지’를 선보인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광목천에 꽃 패턴을 새기고, 선인장에서 형태를 빌려와 계속해서 자라나는 식물의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공생 그리고 관계라는 상호 현상을 선인장과 꽃의 형태를 빌려 작품 속에 담았다. 정희진 작가의 작품 ‘군락지’, 가변설치, 광목에 실크스크린,철망, 2016.
공생 그리고 관계라는 상호 현상을 선인장과 꽃의 형태를 빌려 작품 속에 담았다. 정희진 작가의 작품 ‘군락지’, 가변설치, 광목에 실크스크린,철망, 2016.

정 작가는 즉흥적인 드로잉과 형태, 형태의 변형과 해체를 통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개인과 집단 혹은 주체와 객체의 상관관계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허소연 작가는 기존 작품 ‘자이언트 플라워’를 회화적으로 변용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특정 공간에서 장식성을 가진 공예품에서 벗어나, 작품이 가진 자유로움과 개성을 부각하고 회화 작품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과 변주를 보여주고자 한다.

 더불어 이번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프로그램 ‘꽃으로 쓰는 한글-사랑’은 박에스더 작가의 ‘꽃 글자’를 응용한 엽서 꾸미기 활동으로, 꽃으로 변환된 두 글자 ‘사’와 ‘랑’을 꾸며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다. 또 포토존-플라워 월은 이번 전시의 숨은 포인트로 김해 삼계동에서 활동하는 플로리스트가 사랑과 감사의 달 5월을 맞이해 직접 제작하고 연출했다.

 서부문화센터 전시 관계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전시장에서 그간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문의 055-344-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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