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1:13 (수)
“학교 잘 지켜주셔서 감사… 100여년 전 일본사람 잘못 사과”
“학교 잘 지켜주셔서 감사… 100여년 전 일본사람 잘못 사과”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9.05.0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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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기대 개교 109주년, 日 이마무라 가문 3대 걸친 학교 사랑
이마무라 다다오(今村忠夫) 선생의 손자인 이마무라 마사키 씨가 경남과기대 개교 10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마무라 다다오(今村忠夫) 선생의 손자인 이마무라 마사키 씨가 경남과기대 개교 10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설립자 손자 기념사 축사ㆍ장학금 전달
“한일관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 희망”
개교 100주년 땐 설립자 아들 초청특강
다다오 교장 민족ㆍ국경 초월한 교육자
농업교육 시발점ㆍ지역문화 발전 기여

 경남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남경) 개교 109주년을 맞아 금촌장학회 설립자 이마무라 다다오(今村忠夫) 교장의 손자인 이마무라 마사키(今村昌幹) 씨가 대학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하고 축하했다.

이마무라 마사키 씨가 “100여 년 전 일본사람들이 잘 못 한 게 많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마무라 마사키 씨가 “100여 년 전 일본사람들이 잘 못 한 게 많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마무라 마사키 씨는 축사를 통해 “경남과기대 개교 10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온 것이 아니고 일본의 한사람으로서 여러분을 만나뵙게 됐다. 100여 년 전에는 일본과 한국이 나쁜 관계에 있었다. 그 속에서 일본사람들이 잘 못 한 게 많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념식에 참석자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지금도 정치적으로 나쁜 관계에 있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거듭 사과했다.

 또한 “이러한 관계 속에서도 할아버지(이마무라 다다오)가 20년 동안(1925~1945) 이 대학에서 재직했고 여러분들이 109년 동안 학교를 잘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며 “일본 옛말에 은혜를 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은혜를 갚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혜를 그 후세대들에게 연속적으로 전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마무라 다다오 교장에게 은혜를 갚는 것보다 이 은혜가 지속적으로 유지돼서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마무라 마사키(今村昌幹) 씨가 경남과기대 100주년 기념관 역사관에서 할아버지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역사관에는 ‘민족과 국경을 초월한 교육자’라고 적혀 있다.
이마무라 마사키(今村昌幹) 씨가 경남과기대 100주년 기념관 역사관에서 할아버지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역사관에는 ‘민족과 국경을 초월한 교육자’라고 적혀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이마무라 부자(父子)의 삶과 진주산업대학교와(현 경남과기대 전신)의 인연’ 이라는 주제로 초청 특강이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이마무라 다다오 선생의 아들인 이마무라 쇼코(今村昌耕) 씨가 대학을 찾아 부친과 경남과기대의 관계에 대한 특강을 했다. 이마무라 쇼코 씨는 2년 전 100세의 일기로 타계했으며, 부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개교 109주년을 맞아 그의 아들인 이마무라 마사키 씨가 대학을 방문하게 됐다.

 이마무라 다다오 교장은 1925년에 이곳 경남과학기술대학의 전신인 진주공립농업학교에 제6대 교장으로 부임했다.

 1927년에는 진주공립농업학교에서 일본인 교사에게 저항하는 동맹 휴학 사건이 일어난다. 2학년 학급담임 선생인 일본인 타카기사 치로 교사의 언행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는 틈만 있으면 한국인을 비웃고 모욕하는 말과 행동을 일삼아 왔고 학생들을 노예 대하듯 했다. 수업에도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내 목이 떨어져도 조선은 독립하지 못한다”는 등의 망언을 참다못한 2학년(17회) 학생들은 6월 3일에 교장실을 찾아가 항의하고 동맹 휴학에 들어갔다. 일본 경찰은 주동 학생에 대한 퇴학을 요구했으나 이마무라 다다오 교장은 경찰을 설득해서 정학으로 마무리했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선자들이 기념식수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농협과 산림조합장에 경남과기대 출신 40명이 당선됐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선자들이 기념식수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농협과 산림조합장에 경남과기대 출신 40명이 당선됐다.

 동맹 휴학은 진주공립농업학교(현 경남과기대)와 진주공립고등보통학교(현 진주고등학교)는 동시에 동일한 요구 조건을 제시하고 항일 연맹 휴학에 돌입했다. 1928년 7월 6일 오전 8시를 기해 두 학교는 연맹 휴학에 돌입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1. 조일공학제(朝日共學制)를 폐지하라. 2. 노예적 교육을 철폐하라. 3. 조선어 시간을 연장하라. 4. 조선역사 및 조선어를 교수하라. 5. 교내 언론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이러한 요구 조건은 교내 문제보다 민족운동의 차원에서 학원 투쟁을 전개했음을 알 수 있다. 경남과기대 109년의 역사동안 나라가 어려울 때면 학생들이 일어나 민족의 독립을 외쳤다. 진주 독립의 중심에는 경남과기대 졸업생이 많은 이유에 일본인 교장인 이마무라 다다오의 ‘민족과 국경을 초월한 교육자’가 있어 더 활발한 독립 운동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이마무라 다다오 교장은 이후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를 기르도록 다양한 체육활동을 권장했다. 1936년 축구부는 전(全) 조선 중등학교 축구대회에서 명문 보성고보를 제치고 우승해 진주지역의 자존심을 높이기도 했다.

 또한, 교지 확장(현 경남과기대)과 시설 정비에 노력했고, 강의실마다 성실과 근면 ‘성이근, 誠而勤’이란 자필 액자를 걸고 개인의 존엄성과 차별과 편견 없는 자유교육을 신조로 학교 발전과 제자의 인격 형성에 공헌했다.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실시했으며, 학교의 승격을 이뤄내기도 했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일본인을 향한 보복행위가 많았으나 교장은 뜻있는 졸업생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때 진주역 광장에서는 악대부가 동원돼 성대한 환송회가 열렸다.

 그 후 이마무라 다다오 교장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학교를 떠난 후에도 이어졌다. 퇴직금 전액을 20년 몸담은 학교의 도서 구입비로 기부한 것이다.

 1963년 76세로 사망할 때에는 살고 있던 집을 고치현 도사(土佐)시에 기부했다. 퇴직금을 기부 받은 대학은 선생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장학회를 만드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학교의 뜻을 전해들은 선생의 아들이 기부한 돈을 합친 7천만 원으로 1985년 선생의 이름을 딴 금촌(今村) 장학회를 설립했다.

 이마무라 마사키 씨는 경남과기대 개교 109주년을 맞아 학생들에게는 금촌 장학금을 전달했으며, 특별 장학금 30만엔(300만 원)을 대학에 기부 했다. 지금까지 금촌장학회에 3대에 걸쳐 기부된 금액은 1억 2천여만 원에 이르고 있다.

 1988년 선생에게 배움을 받은 제자들이 기금을 모아 옛 집터가 있던 도사시에 ‘은사 금촌충부 선생 송덕비(恩師 今村忠夫 先生 頌德碑)’를 세웠다.

 송덕비의 비문은 진주의 항일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항일투사이자 경남일보 사장을 지낸 설창수 선생이 짓고 글씨는 진주를 대표하는 서예가인 정명수 선생이 썼다.

 이들 모두 선생의 제자였다. 이 땅에서 20년을 국적과 민족을 초월해 학교 발전의 초석을 다졌으며 참교육을 실천한 교육자로 기억되고 있다.

 경남과기대 109주년 기념식은 29일 오전 10시 대학 내 본관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김남경 총장은 기념사에서 “우리 대학은 나라가 힘들 때는 학생들이 먼저 일어서서 독립을 외쳤으며, 문화강국을 위해 지역문화를 꽃피웠다”며 “우리나라 농업교육의 시발점이었고,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농업발전의 인력 양성과 연구, 지역사회에 봉사를 성실히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힘을 모아서 우리 대학은 다양한 정부재정지원 사업 유치와 교육,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혁신 선도대학으로. 그리고 실사구시의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융복합능력을 갖춘 창의.공감형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많은 후원자가 경남과기대를 뒤에서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모습에 너무 놀랐다”며 “109년의 역사 동안 우리나라 농업 발전과 진주 문화발전에 기여해온 경남과기대가 더 큰 도약을 바라고 진주시도 부강한 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식품과학부 주옥수 교수(30년 근속) 등 장기근속자 33명이 표창장을 받았으며, 대학 발전기금인 종실, 금촌, 청암, 목원, 조우동 장학회 등에서 재학생 50여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기념식에는 김남경 총장, 조규일 시장, 조문규 총동창회장을 비롯한 교직원, 학생, 동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선자 기념식수 행사가 열렸다. 이번 선거에서 농협과 산림조합장에 경남과기대 출신 40명이 당선됐다.

 경남과기대는 2017년 3월 김남경 총장 취임 이후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교육과 행정 시스템을 개선하고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대학의 특성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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