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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소리가 멎은 교훈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소리가 멎은 교훈
  • 노동호
  • 승인 2019.05.0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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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호 하동문화원장
노동호 하동문화원장

 프랑스 대혁명, 100년 전쟁, 나폴레옹 대관식,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을 겪으면서 856년간 프랑스 역사의 현장을 지켰던 세계의 문화재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난달 15일 화재가 발생해 96m의 첨탑이 무너져 내리고 본관 지붕의 3분의 2 이상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려 800년 역사의 노트르담 종소리가 멎게 되자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전역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에게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로 인해 친숙해진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가톨릭 교회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1163년 국왕 루이 7세의 명령으로 짓기 시작해 약 200년이 경과한 1345년에 완성된 고딕 건축물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고, 199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하루 평균 방문객이 3만 명에 이르는 파리의 대표 관광명소이다.

 이렇듯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주요 의식과 종교예배에 사용되는 등 가톨릭 국가 프랑스의 정신적 지주이자 정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영국 왕 헨리 6세의 대관식(1430년), 잔다르크의 명예회복재판(1455년)이 열리기도 했지만 프랑스 대혁명(1789년)을 겪으며 성당은 크게 훼손돼 나폴레옹이 황제 대관식(1804년)을 올릴 때는 성당의 상태가 너무 나빠 주변을 장막으로 가려야 할 정도의 아픈 역사를 겪으면서 성당 재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1845년부터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벌여 프랑스는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각인돼 오늘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우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더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며 5년 이내에 마무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으나 전문가들은 최대 4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 프랑스 정부가 오는 2024 파리 올림픽 개최 이전에 복구하겠다는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것이다. 다만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예술사학자 앤드루탤런 교수가 지난 2011~2012년 사이 노트르담 대성당의 내ㆍ외부를 레이저 장치를 이용해 0.1인치까지 세세하게 담아낸 3D 자료가 남아있어 첨단기술이 대성당 복원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 주목을 받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그리고 856년의 역사를 지닌 파리의 심장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쓸린 지 이틀 만에 성당 재건을 위한 성금이 전 세계에서 1조 원 이상이 답지됐다고 AP통신이 전하고 있어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기부 행렬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특히 대기업들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는 꼼수는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씁쓸하다.

 이런 세계문화유산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소식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너무도 끔찍하다며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슬픔에 빠진 파리 시민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역사적인 세계문화유산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재 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아쉬운 가운데 이번 화재를 계기로 국제적 방재 협약이 결실을 맺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많은 문화유산을 잃었으며 특히 시리아는 오랜 내전으로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6곳 가운데 5곳이 파괴됐으며, 우리나라도 6ㆍ25전쟁을 겪으면서 수원 장안문과 금강산 유점사, 서울 광화문, 평양성 등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모든 재난이 그렇지만 문화유산은 파괴 시 원상회복에 수십 년이 걸릴 뿐 아니라 원상 회복이 불가능 한 것도 있는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안타까운 재난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조계종에서는 총무원과 노조 사이에 검찰 고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수많은 불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고 종단은 파국을 치닫고 있어 걱정스럽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인한 아픔을 치유하고 조속한 재건을 기원하면서 국가 사회와 스스로를 위한 성엄법사의 108자 재어 중 한 구절인 "자비로 사람을 대함은 곧 남을 돕고, 용서하고, 포용하고, 감동 시키는 것이고, 지혜로 일을 대함은 즉 일을 대면하고,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내려놓는 것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보면서 자비와 지혜를 마음속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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