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8:52 (목)
흔들리는 부모들 ④-어머니, 아버지 싸우면 너무 무서워요
흔들리는 부모들 ④-어머니, 아버지 싸우면 너무 무서워요
  • 김성곤
  • 승인 2019.04.3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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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아빠가 집에 왔다.

술이 취해서 엄마와 싸웠다.

허리띠를 가지고 엄마를 때렸다.

엄마가 울었다.

나도 엄마를 잡고 울었다.

아빠가 나도 때렸다.

아파서 죽을 뻔 했다.

엄마가 나를 안아서 안 맞았다.

나는 아빠가 밉다.

나는 아빠가 없으면 좋겠다.”

 이호철 선생님이 쓰신 ‘학대받는 아이들’ 가운데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쓴 글이다.

 부부싸움으로 인한 아이의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이다.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는 모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전쟁에서 느끼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한다. 또한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은 아빠에 대한 분노로 인해 아빠와 친해질 수 없고 상대적으로 약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서 정상적인 부모 자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즉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는데 지나치게 생각과 행동이 성숙해져 자신의 연령에 걸맞지 않은 애늙은이 역할을 하거나 폭력적인 아이로 자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폭력적인 부모를 둔 아동들은 자신의 유년기를 건너뛰거나 잃어버리고 너무 빨리 어른이 돼 무의식적으로 어른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한다.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부부는 부부끼리 친해야 하는데 부부끼리 친하지 못하고 어머니와 자녀가 부부보다 더 친하게 지내게 되는데 이러한 가족관계가 보웬이 얘기하는 역기능적인 삼각관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즉 부부가 갈등과 스트레스 상황이 됐을 때 부부가 해결하지 못하고 자녀를 두 사람의 관계 속으로 끌어들여 부부 안에 있는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부부문제를 해결할 경우 부부싸움은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부싸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죄 없는 아이들에게 푸는 것이다. 아이들은 힘이 약하고 방어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억울하지만 맞을 수밖에 없고 아파도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많이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정상적으로 펼치거나 요구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폭력적인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반두라의 연구에 의하면 아동기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모델링의 효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좋은 모델을 보여주지 못한 부모로 인해 아이들의 영혼과 몸은 상처투성이로 변하게 되고 그렇게도 “우리 아빠처럼 되지 않을 거야!”를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결혼 후 폭력을 휘두를 부모가 될 가능성 또한 높다.

 부모가 싸우면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불안에 떨거나 싸우는 원인이 자신 탓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이런 생각들은 부정적인 자아를 형성해 건강하지 못한 아이로 자라게 한다. 또한 부부싸움을 경험한 아이들은 심한 경우 “죽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인 시절은 지났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부부가 작은 갈등도 겪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 또한 자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가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면 오히려 가족들이 뭉치는 모습을 보이는데 문제는 사소하고 작은 일에 대한 문제해결력이 떨어지는 것에서 부부싸움은 더 많이 발생한다. 부부는 작은 문제 또한 정성을 다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며 부부싸움을 할 때도 문제의 본질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시댁이나 친정 등의 약점이나 단점을 이야기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좋지 못한 문제해결 방식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며 가족의 대화 규칙을 정하고 대화를 한다면 우리의 부부생활이 훨씬 더 성숙해지고 온 가족이 즐거워질 것이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나 또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편과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할 때가 있다. 바쁠 때는 전화로 이야기하거나 미리 의견을 조율한다. 지금껏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해 본적은 없는데 앞으로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우리 부부는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남편에게 주문을 걸듯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 스스로의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 부모가 짐이 되거나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되며 부부가 사이좋게 잘 살아야 한다”라고. 그래서 아이들이 삶의 무게로 힘들어할 때 부모가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고! 그리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아이들이 부모 곁에 돌아왔을 때 쉴 수 있는 그루터기가 돼주는 부모가 돼야 한다고! 우리가 살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지금 아이들의 삶은 물질적으로 풍부해졌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도 밖에서 친구와 싸웠거나 지쳤을 때도 따뜻하게 우리를 품에 안아주고 앞치마로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던 그 어머니의 품은 여전히 지친 아이들을 쉬게 하는 안식처였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따뜻한 품은 아이들의 변함없는 안식처이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넓은 품은 세상을 향해 발길을 내딛는 아이들의 힘의 근원이니 좋은 부모의 역할을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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