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네 극동영화제’ 개막작 상영 관객들 눈물ㆍ엔딩 크레딧 박수 갈채
전도연 “위로ㆍ큰 힘 얻어 홀가분 이제 이 영화 떠나보낼 수 있을 듯”
“슬픔을 느끼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이곳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실 걱정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잘 공감해주시고, 함께 눈물을 흘려 주셔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배우 전도연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영화 ‘생일’에 보여준 이탈리아 관객들의 공감과 눈물에 감사를 표현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에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풀어낸 ‘생일’은 26일 밤 이탈리아 북동부 우디네에서 막이 오른 ‘제21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객석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관객들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눈물과 함께 박수를 쏟아내며 이 영화의 여운까지 함께 나눴다.
전도연은 개막작 상영 다음 날 열린 관객과의 대화, 언론 인터뷰에 이종언 감독과 함께 참석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부터, 영화 촬영 과정, 관객 반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 작품에 출연 결심을 하는 과정도 그렇고, 촬영 때와 개봉 이후에도 작품으로 인해 마음이 계속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런데, 이곳 관객들이 이 영화에 몰입하고,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에 개인적으로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 이제 비로소 이 작품을 마음에서 잘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전도연은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관객의 질문에는 “TV를 통해 사건을 처음 접했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아이들이 구출됐을 줄 알았다”며 “배가 아이들과 함께 가라앉았을 때 느낀 충격과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에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털어놨다.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이어서 피할 수 있으면 끝까지 피하고 싶었어요. TV로 배가 침몰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무기력했던 기억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출연을 선택한 것은 영화가 그날의 아픈 기억을 드러내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 희망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세월호의 침몰 과정을 모두 목격한 한국 국민이 관객이 되는 셈이라, 연기를 통해 그분들에게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납득시키는 게 숙제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와중에 ‘생일’에 보여준 이탈리아 관객의 눈물과 공감이 정말이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개막식에서 영화제가 주는 평생 공로상을 받은 전도연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은데 벌써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게 쑥스럽다”면서도 “배우 전도연을 응원하고, 더 좋은 영화를 찍으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