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ㆍ울ㆍ경 단체장 주장 민심으로 포장
신공항반대 = 가덕신공항 등식 불가능해
ADPi 결과, 밀양이 가덕보다 적지
총리실 검증보다 감사원ㆍ사법기관 확인 우선
경남도, 도민 위한 정확한 입장 밝혀야
영남권 분란의 또 다른 서곡 우려 제기
꼼수ㆍ잔꾀는 가름막을 쳐도 훤히 읽힌다. 토론도 없었다. 자중지란도 드러났다. 이 때문인지, 지난 2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최종보고회에서는 영남권 분란의 또 다른 서곡(序曲)이 어른거렸다. 이날 가덕도신공항추진을 주장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여러분이) 보고 싶어 했던 김경수 지사가 왔다. 특별한 환영의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반겼다.
이에 화답하듯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도정 복귀 이후 첫 공식 일정이 동남권 관문공항 관련 행사여서 대단히 의미 있다”고 밝혔다. 또 “제가 77일간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에 혹시 누를 끼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산시민과 경남도민께 송구스럽다”며 “자리를 비운 만큼 더 박차를 가해서 도민과 시민이 원하고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꼭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ㆍ울ㆍ경 시ㆍ도지사 3명과 국회의원, 경남도의회 의장과 기초단체장도 참석했다. 때문인지, 현장 분위기는 ‘민주당 전당대회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경남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등이 소음 등 안전문제를 주장하며 김해공항확장백지화를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여당(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등에 대한 기대를 키워 내년 총선에서 부ㆍ울ㆍ경 지역 민심을 잡으려고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경우라면,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내린 최종 결론을 뒤집어야 한다. 그 당시 결론은 김해공항 확장(881점)이 밀양(683점), 가덕도(580점)를 압도했다. 설령 소음대책 등에서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를 뒤집을 수 없는 큰 점수 차다. 여기에 가덕도는 밀양에조차 100점 이상 뒤져 김해공항 확장(안)이 백지화해도 가덕도 공항은 가능성은 낮다.
부산시로서는 차선(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최선(가덕도)을 택하려다 최악(밀양)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때문에 검증단 발표가 ‘김해공항 백지화 = 가덕도신공항재추진’이란 등식은 있을 수 없다. 민주당 소속인 부ㆍ울ㆍ경 광역단체장들은 최종 보고회에서 나온 결론을 국무총리실에서 재검증하는 수순을 밟기로 했다. 검증단은 안전ㆍ소음 등 복합적 문제 때문에 김해공항백지화가 불가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국토부는 제기한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따라서 한쪽은 엉터리다.
또 2016년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고 합의한 사항을 파기하는 것은 신뢰 위반이고 국가사업에 대한 질서 교란 행위다. 국가정책으로 추진 중이며 지역 간 다툼이 우려되는 판도라상자를 총리실이 다시 만지작거리겠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형국”이나 다를 바 없다. 또 국무총리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총리실 검증에 앞서 지난 정부의 적폐청산 차원에서라도 감사원 감사 또는 사법기관에 사실관계를 확인토록 하는 게 우선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 불을 지핀 게 결정적 계기가 됐겠지만 정권이 바뀐 뒤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결정’이란 논리를 들이대 손바닥 뒤집듯 하려 한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김해신공항 백지화 주장과 함께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라’는 청와대 100만 국민청원 운동이 4천905명에 그친 냉담한 부ㆍ울ㆍ경의 민심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경남도지사는 ‘김해공항확장 백지화’에는 적극적이다. 하지만 “경남도”의 입장은 없다. 김해공항확장 백지화를 주장한다면, 보다 뛰어난 적지가 우선인데도 ‘지금은 거론할 때가 아니다’란 것도 난센스다. 도민에게 묻고 입장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 한쪽의 주장에 우선해서도 안 된다. 그게 김경수 도지사가 말한 “대한민국에 꼭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내년 총선 때 ‘김해공항확장백지화-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논란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경남북, 대구ㆍ울산시민이 밀양공항 유치를 주장한 게 엊그제다. 특히, 김해공항 백지화→ 가덕도 신공항재추진이 속내라면 정당성과 명분에서 우위를 가진 대구ㆍ경북, 울산과 경남도민이 요구한 “밀양공항”이 비교우위란 것은 명심해야 한다. 이날 노기태 부산 강서구청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 엉터리 검증 결과”란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꼼수를 넘어 이치에 맞지 않다면 영남권 분란의 또 다른 서곡(序曲)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때문에 누구든지 한쪽의 검증 결과에 편승해 민심을 왜곡시키려 하거나 얼버무리려 해서는 안 된다. 논어 자로편에 지도자의 처신이 바르면 명령이 없어도 스스로 이행하지만, 지도자의 처신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고 했다. 공명정대한 지도자의 처신은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