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1:38 (목)
김해 사는 김삼순과 공영방송
김해 사는 김삼순과 공영방송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04.28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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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부산취재본부장ㆍ부국장
김중걸 부산취재본부장ㆍ부국장

 모닝콜 기능을 하는 라디오에서 8년 만에 그의 이름을 다시 들었다. 김해에 사는 `청춘합창단 단원 김삼순`. 지난 27일 오전 CBS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그의 근황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KBS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 권태욱 단장은 다음 달 6일 청춘합창단이 3ㆍ1운동 100주년 기념 한미합창축제 연주단체로 초청돼 미국 카네기 홀 메인무대에서 연주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단원들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김해에 사는 `김삼순` 씨를 소개했다. 삼순 씨는 평범한 주부로 원거리인 김해에서 여러 번 차를 갈아타는 등 경기도까지 합창 연습에 참가하는 열정이 넘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중학교 동창인 그의 근황은 지난 2011년 KBS TV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 방송을 통해 알게 됐다. 실로 30여 년 만에 근황을 알게 된 셈이다. 기억 너머 그의 노랫소리는 10대 시절 함께 부르던 유행가 곡조처럼 아련했다.

 8년 만에 또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가 청춘합창단 단원으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한다는 소식을 듣자 방송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시청자인 평범한 시민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방송. 그것이 진정한 방송의 힘이자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금의 공영방송은 종편과 유튜브, SNS 등으로 시청률 무한경쟁체제에 서 있다. 틀면 `먹방`이라는 쓴소리에도 아랑곳 없다. 유튜브 등 또한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다.

 풍요 속에 빈곤이랄까? 그러나 시청자 주권과 방송의 공공성, 방송의 공적 기능을 위해서라면 특히 공영방송은 시청자에게 유익한 방송 프로그램 발굴에 힘써야 한다.

 한 때 방송은 `땡전 뉴스`라는 정권의 하수인 역을 했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환골탈태를 했다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방송의 공정성은 도전을 받고 있다.

 뉴스를 예능화 해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종편 방송의 방송행태를 공영방송이자 국민의 방송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물론 뉴스가 꼭 딱딱하고 근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뉴스를 예능화 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연성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중립과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해 뉴스를 진단하거나 풀이하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적 사안에도 여야 양당의 정치인이 나와 자기들의 주장만 일삼는 등 뻔하고 속 보이는 프로그램 진행을 지켜보는 시청자로서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전문성을 갖춘 중립적인 인사가 나와 양측을 제대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해야 할 터인데 방송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방송은 공공재이다. 인사 검증까지 아니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인물을 가려내는 정도의 식견과 능력을 갖추는 것은 방송인의 자질이자 덕목일 것이다.

 다시 돌아와 내 친구 `삼순` 처럼, 또 휴대폰 매장 직원에서 성악가이자 가수로 변신에 성공한 `폴 포츠`처럼 제2ㆍ제3의 `삼순`과 `폴 포츠`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시청자의 꿈 실현을 위한 방송국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이 같은 프로그램 개발과 발굴에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지난 2017년 3월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 침몰됐으나 잊혀졌던 `스텔라 데이지호`를 재조명하고 미세먼지, 5G의 보안 문제를 진단하는 방송국의 노력을 응원한다.

 이제 언론이자 방송은 앞으로 먹고 즐기는 예능보다 독립운동가 재조명, 경제회복 등 국민에게 공감과 감동, 교훈을 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의 확대와 시청 시간대 확보에 한층 더 노력을 경주해 방송의 상업주의를 견제하고 시청자 주권에 대해 성실하게 응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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