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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양민학살사건 배상 특별법 제정해야
거창양민학살사건 배상 특별법 제정해야
  • 강병진
  • 승인 2019.04.28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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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 보건행정학박사
강병진 보건행정학박사

지난 8일 오전 11시 거창군 신원면 과정리에 있는 추모의 공원에서 거창양민학살사건으로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68주기 추모식이 거행됐다. 이날 이성열 유족회장을 비롯해 행정자치부 정구창 과거사 지원단장, 강석진 국회의원, 박성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구인모 거창군수와 거창군의회 이홍희 의장 및 군의원 기관단체장과 전국 거창향우연합회장 윤헌효 및 지역 향우회장단이 참석해 희생자 719위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영령들의 명복을 빌었다.

 거창양민학살사건은 6ㆍ25 전쟁 당시인, 지난 1951년 2월 지리산 일대에 인민군 병력과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창설된 한국군 제11사단이 민간인을 무차별로 학살한 사건이다. 1951년 2월 9일부터 2월 11일 3일간에 젖먹이부터 부녀자에 이르는 이곳 주민 719명은 공비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받고 공비 토벌의 명목으로 몰아세움 당하며 국군의 총칼에 희생됐다.

 1951년 2월 9일, 지리산 일대 빨치산 토벌을 책임지던 한동석 소령이 이끄는 11사단 9연대 3대대는 제9연대장의 명령을 받고 신원면에 거주하는 주민 100여 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다음날인 10일 아침부터 3대대는 `견벽청야` 작전명으로 와룡리, 대현리, 중유리 마을 주민을 처참하게 학살하고 가옥을 불태우고 가축과 양식을 강탈했다. 또 주민들을 과정리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탄량골 하천 계곡에서 주민 100여 명을 추가로 학살했다. 11일에는 와룡리, 대현리, 중유리 주민 1천여 명을 신원국민학교로 강제로 끌고 가 군인 경찰 가족은 돌려보내고 517명을 박산골로 이동시킨 후 무차별 총살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40여일이 지난 뒤 거창 지역 신중목 국회의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사건을 공개했다. 국회는 사건의 중대성을 국방ㆍ내무ㆍ법무부 장관과 함께 이승만 대통령의 출석을 요청해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이승만은 국회에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단지 `국내의 거창사건이 해외로 보고되지 않도록 비밀리에 조사해 시정케 해달라`는 서한만 보냈다.

 이승만 정권과 군사독재 정권 체제 하에서 사건의 진상이 은폐된 채 묻혀 있다가 지난 1987년 이후에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회의 각별한 노력으로 1996년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 조치법이 시행됐으며, 2004년 거창사건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추모공원 설립이 제정됐다.

 군사독재 정부는 거창양민학살사건을 6ㆍ25전쟁 중에 국가의 잘못이라는 엄연한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을 통비분자의 가족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유족단체를 반국가 단체로 왜곡했다.

 특히 그들은 역사적 진실을 조직적이고 악랄하게 은폐ㆍ축소시키고 무수한 위협과 탄압을 자행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희생자의 묘역(묘비)까지도 훼손하는 등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만행을 자행했으며, 이로 인해 유가족들의 가정이 파탄 나고 삶은 더욱 황폐해졌다. 이는 우리 역사의 비극이며 매우 불행한 사건으로서 아직까지도 그 아픈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 있으며 명예회복을 위한 배상법은 처리되지 않은 채 기약 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이날 추모식에서 이성열 유족회장은 "정부가 위령과 추모사업 중심으로만 명예회복 사업을 진행해 고령인 희생자와 유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거창사건 희생자 배상 입법 제정을 호소했다.

 제주도에 4ㆍ3사건이 있다면 경남도에는 거창양민학살사건이 있다. 거창사건이 화해와 용서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배상 특별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불행하게 희생된 영령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과거사의 어두운 상처를 치유해 국민 한 사람도 소외받지 않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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