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8:42 (금)
“꿈 포기하지 않아 어두운 터널 벗어났죠”
“꿈 포기하지 않아 어두운 터널 벗어났죠”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04.25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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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김해 공연 오페라 가수 폴 포츠
휴대폰 판매원에서 전 세계적인 성악가가 된 폴 포츠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야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휴대폰 판매원에서 전 세계적인 성악가가 된 폴 포츠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야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해서부문화센터 무대 한국 홍보대사로 40번 방문 첫 앨범 국내 4만장 이상 팔려
“기회 되면 김해지역 둘러볼 것 한국에 감사 계속 함께하고 싶어”

 어린 시절부터 폴 포츠는 오페라 가수를 꿈꿨다. 소심한 성격과 어눌한 말투 때문에 학창 시절 내내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던 폴은 영화 ‘ET’의 OST를 작곡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들으며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드보르작,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들으며 점점 오페라에 빠졌다. 14세 때 넘어져 깨진 앞니가 콤플렉스가 됐을 때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힘든 생활을 보내야 했을 때도 음악은 늘 폴의 위로가 됐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켜켜이 커질 때 폴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베니스 음악학교에 입학했고 당시 세계 3대 테너로 불렸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닥친 교통사고와 종양수술로, 폴은 그의 주치의로부터 ‘영원히 노래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게 휴대폰 판매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2007년, 폴은 우연한 계기로 영국의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한다. 커다란 체구에 허름한 양복을 걸쳐 입은 폴이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하자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의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폴이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부르자 상황은 역전됐다. 객석에는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고 감동에 벅찬 심사위원들은 폴의 목소리를 찬사했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명에게 러브콜을 받아 소속사와 계약한 폴은 영국 대표 테너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폴의 첫 앨범 ‘ONE CHANCE’가 2007년에 발매돼, 국내에서 4만 장 이상이 판매됐다.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폴은 한국의 글로벌 콘텐츠 배드보스 컴퍼니와 계약하며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얼마 전 유럽투어 일정을 마친 폴은 지난 19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밀양, 김해, 평택 등에서 차례대로 투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동안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 TV 프로그램이나 지역별 문화콘서트를 통해 국내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폴 포츠인 만큼 이번 투어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2일 휴대폰 판매원에서 전 세계적인 성악가로 자리 잡은 폴 포츠를 김해 삼방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내한 공연으로 한국을 방문한 폴 포츠가 김해에서 본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내한 공연으로 한국을 방문한 폴 포츠가 김해에서 본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며칠 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의 공연은 어땠나요?

 “성황리에 마무리했어요. 부산에서 몇 번 공연한 적이 있는데 부산에는 노래하기 좋은 공연장이 많은 것 같아요.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한국에 자주 방문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자주 왔나요?

 “한국에 온 지 족히 40번은 더 된 것 같아요. 한국에 올 때마다 공항에서 스탬프를 찍으며 몇 번째 방문인지 세보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도장을 찍어 주지 않으시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세는 걸 잊었지 뭐에요.”

 ◇한국의 어떤 점이 좋으신가요?

 “한국 사람들에게 온정을 느낄 수 있어요. 제가 사는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떠올린다면 아마 현대, LG, 기아, 삼성과 같은 기업체를 먼저 떠올리겠죠. 그들은 ‘현대’를 ‘현다이’라고 발음하기도 하죠. 미국과 같은 서구권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현다이’로 인식하고 있지만 저는 이제 ‘현대’라고 발음해야 된다는 걸 알아요. 그건 그렇고, 저는 한국을 떠올릴 때 먼저 한국의 아름다움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으려고 해요. 한국이 점점 서양화되는 것은 아쉬워요. 전 한국의 전통과 고유함을 존경하고 좋아해요. 한국만의 전통을 계속해서 고수해 한국의 미와 정체성을 잃지 않길 바라죠.”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어제 저녁에는 해산물을 먹었어요. 가리비가 정말 신선하고 맛있더라고요. 또 한국의 갈비와 마늘, 쌈장을 좋아해요. 제주도에서 먹었던 흙 돼지 삼겹살도 맛있었어요. 그릴에 구운 삼겹살을 사진에 담아 놓기도 했죠. 서양에서 먹는 음식 중에는 가공된 음식이 많아 그 음식 안에 실제로 어떤 재료와 영양소가 있는지 잘 모를 때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보이는 그대로의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바로 아는 것처럼 한국 음식을 먹을 때마다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복면가왕’에 출연해 한국 노래를 잘 소화했는데 출연 소감은 어땠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MBC 예능 ‘복면가왕’인데요. 다양한 코스튬을 착용하고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잖아요. 노래를 부를 때 얼굴을 더듬어 마이크를 둘 자리를 찾아야 했어요. 앞도 잘 보이지 않았죠. 평소에도 늘 서투른 면이 있어 넘어지진 않을까 긴장했죠. 한국어 발음이 나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클래식 가수인 제가 한국어 모음을 발음하는 건 큰 도전이었어요.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적어 계속 연습했어요. 익숙해져야 했죠. 또 연습할 때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기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인이어를 사용할 때 밴드 소리가 들리지 않아 불편하기도 했지만 재미있었고 특별한 경험이 됐어요.”

 ◇다음번에 한국에 방문할 때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 스포츠를 많이 즐기진 않아요. 그런데 이번 두산 베어스와 SK와이번스 시합에서 시구는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관객들에게 음악에 집중하라고 하긴 힘들잖아요. 그래서 오프닝을 위해 노래를 불렀죠. 즐거운 시간이었고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 야구 경기장에 가고 싶어요.”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활동했는데 주로 어떤 노력을 했나요?

 “대단한 것을 하진 않아요. 제가 먹는 한국음식을 SNS에 올려 팬들과 공유하죠. 그리고 한국에 머무는 동안의 생활도 공유해요. 한국에 대한 서양인들의 잘못된 인식도 제대로 알려주려고 노력해요. 실제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한국 사람들은 보신탕을 먹는 문화가 있는데 왜 한국을 방문하냐고.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처럼 각 국가별 문화 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한 나라의 문화 일부분만 보고 판단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전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을 옹호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개고기를 먹는다는 말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섣불리 판단하진 않아요.”

 ◇한국의 통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고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처음부터 한국의 통일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정기적으로 한국에 방문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죠. 이전에 했던 한 인터뷰에서, 한 기자분이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대답하기를, 제가 뭔가를 느낀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건 슬픔이 아니라 미완성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국 사람들은 언제나 긍정적이며 밝은 에너지를 내죠. 그런데 뭔가 빠진 느낌 있죠? 그리움 같은 거라고 할까요? 인터뷰하시는 분이 놀라시면서 제게 ‘한’이라는 걸 가르쳐줬어요. 한국의 ‘한’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건 아마도 제가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마음을 열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지난해는 제게 특별한 한 해가 됐어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회담을 통해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감사함과 존경심을 느꼈어요. 한국의 통일은 다른 나라의 이해관계나 외부적인 개입에 의해서는 결정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통일은 남한과 북한의 평화로운 방식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3자가 영향력을 행사해 한국의 통일을 결정지어선 안 돼요. 한국의 통일이 다른 나라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음악은 사람들을 위한 거예요.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죠. 음악은 교육으로 습득하기보다는 감정인 거 같아요. 감정이 통하는 음악을 들으면 돼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되기 전 휴대폰 판매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았는데 어려운 여건 속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시련과 어려움이 닥칠 때가 있어요. 때때로 그것은 마치 끝이 없는 터널 같아요. 수많은 장애물들이 우리를 방해하지만 계속해서 나아가야 해요. 마치 제 인생에 큰 변화가 닥친 것처럼요. 제 인생에 어떤 변화가 오게 될지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죠. 한 줄기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쳐 가더라도 끝없이 포기하지 않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해는 좀 둘러봤나요?

 “사실 김해공항을 자주 이용해서 늘 김해를 왔었지만 이렇게 김해에서 시간을 보낸 건 처음이에요. 아직 김해를 충분히 둘러볼 시간은 많이 없었지만 주변의 산과 연무가 낀 모습이 매우 아름답네요. 김해에 머무르는 동안 시간이 된다면 지역을 둘러보고 싶어요.”

 ◇한국에 있는 팬들을 위해 한마디 한다면?

 “한국에 정기적으로 온 지 11년 정도 됐는데 항상 관심을 가져주시고 늘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 또 다른 11년도 한국 팬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브리튼즈 갓 탤런트’는 수잔 보일과 조지 샘슨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지만 그들은 폴 포츠의 인기와 파괴력에 미치진 못했다. 폴 포츠의 오디션 영상은 유튜브 누적 뷰 1억 7천만(2019년 4월 기준) 건을 기록했고 우승자가 된 이후 발매한 첫 데뷔 앨범은 500만 장 이상 팔렸다. 이후에도 그는 앨범을 주기적으로 발매했고 현재는 전 세계를 무대로 오페라 공연을 하고 있다. 또 그는 자전적 에세이 ‘원챈스’를 출간했고 최근에는 그의 인생을 다룬 동명의 영화를 개봉했다. 생존하고 있는 데뷔한 지 7년밖에 안 된 인물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폴 포츠는 오는 28일 김해 서부문화센터에서 공연을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플랫의 여왕’이라 불리는 소프라노 성정하와 각 지역별 시립합창단 등이 출연하는 합동 무대도 볼 수 있다.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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