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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배제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는 ‘정치공학’
한국당 배제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는 ‘정치공학’
  • 박재성
  • 승인 2019.04.25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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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성 정치학 박사
박재성 정치학 박사

정국 구도 1여4야→ 4여1야 총선 겨냥한 룰 변경 불
지역 유력자 당선 통로 악용 치킨게임 대치로 민생 표류 우려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여야 4당이 지난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바른미래당도 논란 끝에 찬성 12, 반대 11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거쳐 25일까지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를 밟는다. 이번주 중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되면 내년 총선에서 선거법 개정안 적용이 가능해진다.

 선거제도 개편 등 ‘신속처리(패스트트랙) 3개 안건’ 합의는 형식과 내용 두 측면에서 모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2020년 4ㆍ15 총선을 앞두고 정국 구도가 1여(與) 4야(野)에서 4여1야로 뒤바뀔 가능성이 상당하다. 신속처리 절차에 돌입하면 최장 330일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4개 정당은 최대 쟁점 현안에서 협력이 서로 불가피할 것이라 보인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강력한 반대 캠페인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공식 합당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진보정당의 대연합이라 보여진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 4당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개혁’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선거 룰을 바꾸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이 개혁이라는 것도 독선적 주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와 친화성이 있어 야권 통합을 어렵게 하고 정권교체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당의 보스가 비례대표 공천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3개 안건의 내용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있어 이렇게 밀어붙이기엔 시기상조다. 선거법은 일반 법률과 달리 선거 규칙을 정하기 때문에 정치권 합의가 기본이다. 만약 표결로 강행해야 할 상황이라면,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정도의 강력한 공감대와 타당성이 입증돼야 한다. 이번에 합의한 선거제도는 그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4당이 합의한 선거법은 의석 300석은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75명으로 28명 늘리며, 배분 방식은 50% 권역별 연동형으로 하자는 게 골자다. 모든 제도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치 현실에 적합하냐의 문제이다. 현 상황에서 계파 줄 세우기와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향식 풀뿌리 정치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정치 촉진에 도움이 되기보다 지역 유력자의 당선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더 크다. 배분 제도가 너무 복잡해 유권자들은 자신이 행사한 표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짐작하기 어렵다.

 선거제는 모든 정당 합의를 토대로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연대를 통해 제1야당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여야의 치킨게임 대치로 민생이 표류할 수 있는데도 여당인 민주당이 ‘4여(與) 1야(野)’ 구도를 밀어붙이는 데는 내년 4월 총선 표심을 의식한 정치계산법이라 절대적으로 보여진다. 국회는 패스트트랙이라는 미명하에 합의의 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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