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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마다 KTX 역사 추진…도 자제 요청도 무시
시군마다 KTX 역사 추진…도 자제 요청도 무시
  • 박재근ㆍ변경출 기자
  • 승인 2019.04.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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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위원회 결성 주민 결집 같은 지역서 위치 두고 경쟁
고속철 아닌 완행열차 될 판 주민 간 분열 내재 ‘시한폭탄’

 “경남도의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김경수 경남지사의 공약 1호인 남부내륙철도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업은 지난 1월 2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으며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경북 김천과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172.38㎞) 통과지역 지자체는 역사유치를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저속철로 전락하거나 지역마다 요구하는 계획(안)이 통과할 경우, 철도 노선이 엿가락 휘듯 할 판이고 지역주민 간 분열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과열 유치전과 관련, 경남도 관계자는 “역사 유치를 위해 과열 현상을 보이는 것은 지역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남부내륙고속철도 공사 일정에 차질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3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작성한 남부내륙철도(경북 김천~경남 거제 172.38㎞) 기초용역 보고서에는 김천~성주~고령~합천~의령~진주~고성~통영~거제까지 9개 지역을 관통한다.

 구간 내에 6개 역사와 1개의 신호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6개 역사 중 김천역과 진주역은 기존의 경부선 김천역과 경전선 진주역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합천ㆍ고성ㆍ통영ㆍ거제역은 신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기존에 계획 노선과는 상관없이 유치 경쟁을 벌이는 자치단체의 다양한 목소리가 높다. 도의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의령군과 사천시는 역사 유치추진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각계각층이 나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령군은 남부내륙철도 의령 역사 유치 동력 확보를 위한 ‘남부내륙철도 의령 역사 유치 추진협의회’가 출범했다고 16일 밝혔다. 추진협의회는 공동회장 4명(이선두 의령군수, 손태영 의령군의회 의장, 박종철 전국 의령군 향우연합회장, 고태주 서부권발전협의회 의령군지회장)과 공동부회장 10명 등 총 180명으로 구성됐다. 향후 추진협의회는 남부내륙철도 예타면제사업이 취지에 부합하도록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반영한 기본계획 수립과 의령역 설치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또 거창을 비롯한 함양군 등도 지역민의 역사유치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합천군은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지역발전의 호재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역사 선정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합천읍과 해인사 인근 지역(야로면ㆍ가야면) 주민들은 서로 자신들의 지역에 역사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신모 씨(65)는 “상징적으로 합천읍내에 역사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 씨(61)는 “해인사 등 관광지가 많은 야로면이나 가야면에 역사가 들어서야 한다”고 했다.

 거제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남부내륙철도 종점인 거제 역사 예정지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사등면,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상문동, 관광지와 연계한 거제면 등 3곳이 거론되고 있다. 주민들은 “역사가 생기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등 호재를 기대, 지역 내 유치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김석기 경남도 서부지역본부장은 “과열된 유치 경쟁과 지역 이기주의로 남부내륙고속철도 공사 일정에 차질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민들의 입장을 감안 유치전에 나서지만 합리적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부경남KTX는 총사업비 4조 7천억 원 규모다. 오는 6월 이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2년 착공, 2028년께 개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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