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0:18 (토)
백세 인생의 생존전략
백세 인생의 생존전략
  • 정영애
  • 승인 2019.04.15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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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지금까지 삶에서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가 존재했다. 그리고 누구나 이 3단계를 거쳤기에 개인은 단계별 변화를 의식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나 다단계의 삶에서는 변화의 방향과 정도, 시기를 스스로 조절해 결정해야 하며 그때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의 공동 저자인 런던경영대학원 린다 그래튼과 앤드류 스콧 교수는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기존 3단계 라이프 사이클의 다단계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생명주기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지속된 전형적인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 삶의 관점으로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기는 어렵게 됐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가 함께 규범과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개인별로 노력하더라도 그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해 고령사회(노인 인구 14%)에 접어든 한국은 오는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가 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OECD 최하위인 0.98명으로 추락해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인구 절벽 시기(2028년)도 5년 정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100세 여명 시대의 조기 도래를 의미한다. 두 교수는 지난 2007년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50%가 100세까지 산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100세 인생에 걸맞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로 설계하는 기존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풀타임 근무와 정년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더욱 세분화된 인생 설계에 따라 나이에 상관없는 다단계 인생 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택, 현금, 예금 같은 유형자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건강, 동료애, 변화에의 대응력과 같은 무형자산을 더 많이 축적해야 하며, 평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인 변형자산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생활방식과 사고의 유연성 확대를 위한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에 따라 하루하루의 삶에서 허비하는 자투리 시간을 100세 인생의 밑바탕을 쌓는 데 적극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그냥 하릴없이 공원이나 어슬렁거리며 쓸데없이 여명을 낭비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이제 `에이지즘(Ageism 연령 차별주의)`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 시기가 멀지 않았다. 취업에도 연령 제한이 곧 사라질 것이다. 물론 현재 미국은 평등권보장을 이유로 원칙적으로 취업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정년(65세)에 연동해서 연령 제한을 점차 철폐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과 같은 초저출산이 지속된다면 정년연장과 맞물려 취업 연령 제한 철폐 시기도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명의 증가와 함께 수학적 나이에 상관없이 지금의 60세는 예전의 40세와 맞먹는 시대가 됐다. 위 두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1840년 이후 매년 3개월씩 기대여명(잔여 수명)이 증가해 왔다고 한다. 이는 10년마다 2~3년씩 여명이 증가했다는 뜻이며 그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세계 최장수국가인 일본의 경우 2007년에 태어난 아이는 107세까지 살 가능성이 50%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100세 인생은 범세계적인 현상이며 단지 선진국에서 먼저 경험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150~200세, 더 나아가 계속 여명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은 생명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수명의 한계를 120세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는 의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낙관론자들은 공교육(평생교육 포함)에 생명과학기술의 혁신이 이뤄진다면 계속 기대여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영양 상태와 유아사망률이 이미 개선됐고,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미세먼지 등 산업 환경재해)으로 질병이 만연하고, 앉아서 하는 일 방식으로 비만관련 질병이 늘어나 기대여명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어느 주장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100세 인생이 현실화됐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삶은 정년 없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시대, 새로운 직업과 기술을 익히는 평생학습시대, 소비와 기분전환을 줄이고 투자와 재창조를 늘리는 시대,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삶이 길어진다는 것은 과도기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마치 1년 4계절에도 과도기가 3달 중 1달씩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전 세대가 가지 않았던 길을 가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학습해야 한다. 3단계에서 다단계로 변화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길어진 삶을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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