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35 (금)
이혼가정 자녀의 눈물
이혼가정 자녀의 눈물
  • 심인선
  • 승인 2019.04.1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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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선 경남발전연구원 사회가족연구실장
심인선 경남발전연구원 사회가족연구실장

 며칠 전 EBS 다큐 시선에서는 이혼가정의 양육비 지급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양육비 왜 안 주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다룬 이 프로그램에서는 법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데도 양육비 지급률이 32%에 불과하며,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왜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지 않은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리나라는 법률을 통해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한쪽 부 또는 모에게 양육비를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혼인상태와 관계없이 부모는 자녀의 의식주와 교육, 건강 등 자녀가 성장하는데 최적의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경남의 한부모가정은 미혼부ㆍ모, 이혼, 사별을 포함해 2만 8천명가량이 있다. 이중 다른 가구원이 없이 아버지와 18세 미만 자녀가 살고 있는 경우는 6천700여 가구, 어머니와 18세 미만 자녀가 살고 있는 경우는 1만 3천 800여 가구로 2배가 조금 넘게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 미성년 자녀가 함께 살고 있다. 지난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월 219만 원가량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소득 대비 58.0%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2015년 조사에서 모자 가구는 부자 가구에 비해 소득수준이 낮아 월평균 근로소득이 모자가구는 157만 원, 부자가구는 204만 원으로 차이를 보여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이혼율은 2018년 남편 5.2%, 아내 4.9%로 전국 각각 4.9%, 4.8%보다 높다. 또한 매년 미성년 자녀 가정의 이혼이 3천700여 가정에 이른다. 이혼가정의 양육비는 자녀를 양육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부나 모 중 누구라도 키우고 있는 쪽에 당연히 지급돼야 할 비용이다. 주 양육 책임자에게 비 양육자가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가 이혼이 많아지면서도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혼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자녀양육과 구별하지 못해 감정적 싸움의 결과로 부양의무 거부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부모가족 실태에 따르면 양육비를 받는 것을 양육채권이라고 하는데, 양육채권을 가진 경우가 24.6%로 4가정 중 1가정이 채 되지 못한다. 채권이 있더라도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급받은 경우는 22.5%, 일시금 또는 정기지급을 받는 경우는 0.1%, 일시금을 지급받은 경우는 1.9%로 모두 합해도 24.5%에 불과하다. 양육채권을 가져도 4명 중 3명은 아무런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자녀 양육비는 단지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고 있는 전 배우자의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을 갖게 하는 것을 넘어 자녀 양육과 자립에 대한 기본보장이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동안 자녀를 키우고 있는 쪽에 자녀 양육비 지원이 미흡해 건강한 자녀 양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법률제정으로 비롯돼 지난 2015년부터 정부 차원의 원스톱지원을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양육부ㆍ모(양육비 채권자)가 서비스 지원을 위해 각 단계마다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일이 찾아가지 않고, 양육비이행관리원 1회 신청으로 종합지원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넘어 양육비 지원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정하고 지원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용 숫자는 아직 많지 않아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연평균 5천건 미만으로 접수됐고, 경남은 250건 수준이었다. 이는 이혼가정과 한부모가정의 규모를 볼 때 매우 적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서 양육비이행관리원과 같은 기관을 통해 양육비 지원을 받으려는 의사가 없다는 응답자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비 양육 부모와 얽히는 것이 싫어서가 42.7%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양육비를 낼 형편이 안돼서 24.8%, 서비스를 받아도 양육비 받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9.7% 등 실제 양육비 지급이 가능한지보다 감정적인 불편으로 인해 양육비 요구를 애초에 생각조차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부의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양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양육비 지불 능력과 지급 의사가 없는 경우 양육비 채무자가 급여소득자이거나 본인 명의 자산이 있더라도 양육비 채권자가 자발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을 시, 여러 차례의 소송을 거쳐야 하고 또한 이러한 소송이 양육비 이행을 담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한 법적 절차를 통해서 양육비 채권을 가져도 정기적인 지급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시적양육비 긴급지원을 통해 9개월 정도 양육비를 지원하고, 한부모가족을 위한 다양한 복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양육책임의 최우선자는 지금은 같이 키우지 않지만 함께 아이를 낳은 부 또는 모라는 인식이 먼저여야 한다. 이혼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처럼 어린자녀의 양육비도 함께 지급돼야 한다는 사실이 당연해야 한다. 이혼이 급급해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따르는 책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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