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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콩서리] 청국장ㆍ순두부찌개 순수한 ‘자연 맛’에 빠지다
[김해 콩서리] 청국장ㆍ순두부찌개 순수한 ‘자연 맛’에 빠지다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4.1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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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서 셰프의 맛집 릴레이 ③ 김해 콩서리

 

점심시간 공장 직원들이 주로 찾는다는 콩서리 대표요리인 순두부찌개, 비지찌개, 청국장(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점심시간 공장 직원들이 주로 찾는다는 콩서리 대표요리인 순두부찌개, 비지찌개, 청국장(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서 셰프의 한숟가락

 “이른 새벽부터 두부 만들기로 분주한 이곳은 맛과 정성이 식당 전체를 가득 채우는 콩요리 전문 한식당입니다.”

 서 셰프는 누구?

 60여 가지 식재료를 직접 재배해 500가지 음식을 요리하는 서충성 셰프. 지금은 창원 동읍에서 식탁위의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매주 지면을 통해 주변 맛집을 소개할 예정이다.

콩요리 향토음식 전문가 황미자 대표 직접 수확한 채소로 만든 고급 밑반찬
바싹불고기ㆍ오모가리 갈비찜 인기 메뉴 인근 공장 노동자 찾는 인기 점심 식단
화재ㆍ뇌출혈 극복하고 정성 식사 제공

 김해 불암에서 대동을 거쳐 상동으로 가는 길 끝자락에 특이한 구조의 흰색 식당이 있다. 불시착한 미확인 비행 물체(UFO) 같은 둥근 건물은 확 트인 낙동강변을 바라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목을 끈다.

 수상한 건물은 콩요리 전문점 ‘콩서리’다. 청국장과 순두부찌개를 주메뉴로 자연 친화적인 한정식을 판매하는 곳이다. 조금은 늦은 점심시간,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는 황미자 대표(62)는 건강밥상 A코스를 추천해줬다. 주메뉴와 함께 바싹불고기, 고등어구이가 추가된 한정식 코스다.

황미자 대표가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치커리를 손보고 있다.
황미자 대표가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치커리를 손보고 있다.

 17년 전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황 대표는 요리 경력 30년 차다. 부산 시내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다 17년 전 이곳에 왔다고 한다. 당시 식당 이름은 건물 모습 그대로 UFO였다. 메뉴는 떡갈비와 고기 등을 판매했다. 황 대표는 손님들이 음식보다도 특색있는 장소를 기억해 재방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식당명을 계속 사용해 왔다.

 ‘콩서리’로 식당명을 바꾼 지는 어언 10여 년. 황 대표는 콩요리 전문 한식집으로 업종을 확 바꿨고 ‘청국장과 순두부’란 이름을 거쳐 지금의 명칭을 가지게 됐다. 그녀가 콩요리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계기는 인제대 외식경영자과정에 들어가고부터다.

 “청국장 위주의 한식당으로 바꾸며 고민이 많았어요. 단순히 가게 건물만 예쁘다고 해서 손님이 찾아오진 않았기 때문이죠. 인제대 외식과정을 통해 음식의 맛과 효율적인 식당 운영 방법을 하나씩 배우고 공유하며 돌파구를 마련했어요.”

 어느덧 식당 내에서 두부를 만들어 온 지도 10여 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동안 콩요리를 연구한 결과는 식탁 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코스 메뉴는 먼저 콩빈대떡, 두부탕수, 과일버무림, 야채샐러드 등 애피타이저 음식들이 선을 보였다.

두부탕수
두부탕수

 이들 음식 중 두부탕수는 다른 곳에서 맛보지 못한 최고의 음식이었다. 녹말가루를 입혀 노릇하게 튀겨낸 두부는 쫄깃하면서 속은 고소하다. 브로콜리 등으로 플레이팅도 썩 괜찮다.

 샐러드에 들어간 야채는 황 대표가 식당 뒤편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재배해서 올린다. 비닐하우스에는 치커리, 상추, 초석잠, 오이, 가지, 무,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적당한 규모로 자라고 있다. 말린 사과, 배, 단감, 건포도 등에 유자청을 곁들인 과일버무림은 새로운 식감을 제공한다. 두툼한 콩빈대떡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음식들은 참한 사기그릇에 담겨 나온다. 황 대표는 손님들에게 음식이 더 맛있게 보이라고 사기그릇을 쓴다고 한다. 이러한 콩서리만의 정성은 음식 제조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창고에는 직접 담근 보리수 등 각가지 진액들과 양념 등이 있다. 두부도 국내산 콩을 사 와서 한 번에 5㎏씩 직접 만든다.

찌개와 함께 먹기 좋은 건강밥상 A 코스 메뉴 바싹불고기.
찌개와 함께 먹기 좋은 건강밥상 A 코스 메뉴 바싹불고기.

 도시 외곽에 위치한 콩서리는 음식을 드시러 오는 손님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힘썼다. 가게 앞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있는 정원이 있는데 황 대표가 직접 조성했다. 처음에는 업체에 맡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자연석을 하나씩 옮겨가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또, 분재를 취미로 삼아 비닐하우스 안에서 100여 가지 나무를 가꾸고 있다.

 “식당에 어디 하나 손이 안 간 곳이 없어요. 처음에는 내부 배치를 생각하다가 새벽에 혼자 주방에서 끙끙거리기도 했어요. 음식을 배우기 위해 무박 2일로 전국 음식점을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지금도 시간 있을 때마다 주변을 가꾸고 있어요.”

 젓가락에 더 이상 두부탕수가 잡히지 않을 때쯤 주메뉴가 나왔다. 비지찌개, 청국장, 순두부찌개 등 콩요리를 필두로 바싹불고기, 고등어구이가 상 위에 올려졌다. 다시마조림, 표고버섯, 새우, 감 장아찌, 도라지장아찌, 팽이버섯 등 밑반찬도 눈이 갔다. 밥은 찌개와 잘 어울리는 돌솥밥이 제공됐다.

 콩서리는 콩요리를 전문으로 하지만 음식마다 콩의 향이 심하지 않고 다른 식자재와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 비지찌개와 청국장, 순두부찌개도 마찬가지였다. 적절히 들어간 콩과 두부는 함께 들어간 야채, 버섯 등과 어울려 자극적이지 않은 고소한 맛을 전달했다. 함께 나온 바싹불고기와 고등어구이는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해 돌솥밥과 찌개와 함께 한입으로 제격이었다.

UFO를 닮은 콩서리 건물. 식당 내부에서 보이는 낙동강변 전경이 예술이다.
UFO를 닮은 콩서리 건물. 식당 내부에서 보이는 낙동강변 전경이 예술이다.

 단품메뉴로 해물ㆍ만두ㆍ들깨 순두부, 청국장 등 향토적인 맛으로 승부한 콩서리는 인근 공장 노동자들이 주로 찾는다. 뚝배기의 전라도 사투리인 ‘오모가리’ 갈비찜도 인기 메뉴다. 묵은지와 갈빗살과 함께라면 돌솥밥 한 그릇은 금방 사라진다.

 오모가리 갈비찜은 건강밥상 B코스에도 있는데 코스요리는 주로 공장 임원진들이 바이어와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주로 찾는다. 바이어들의 만족도도 좋은 편이다. 콩서리에서 바이어와 식사를 하면 계약이 잘 된다는 소문도 들린다.

노릇노릇 구워져 밥 도둑이 따로 없는 고등어 구이.
노릇노릇 구워져 밥 도둑이 따로 없는 고등어 구이.

 콩서리는 지난해 추석 이후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변경했다. 같이 일하던 직원이 그만두자 가족만으로 운영하기로 마음먹으면서다. 해가 저물고 조명으로 빛나는 건물이 정말 UFO로 보여 인기였지만 지금은 금전적 욕심을 어느 정도 떨쳐내고 점심 식사 제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위기도 여럿 있었다. 현재는 주거지로 이용하고 있지만 지난 2014년 커피숍을 운영하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제법 큰 화재는 2층 전부를 태워 한 달간 휴업했고 단골손님이 끊겨 몇 달을 고전했다. 1년 뒤에는 황 대표의 남편이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지며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었다. 황 대표는 가족의 힘으로 버텼다. 딸과 아들이 소매를 걷고 일을 도와주며 지극정성으로 남편의 몸 관리에 힘썼다. 이들 가족은 지금도 좋은 콩요리를 제공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여기는 낙동강변에 위치한 콩요리 전문점 콩서리다.

 김해시 대동면 동북로 347. 055-323-3736. 일요일 휴무. 월~토 10:30~15:00 △청국장+돌솥밥 9천원 △바싹불고기 1만 원 △오모가리갈비찜 中 2만 5천원 △건강밥상 A코스 1만 6천원 △건강밥상 B코스 2만 원.

 도움 : 인제대학교 경영대학원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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