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몸ㆍ마음 치유하는 문화 복합 공간 꿈꿔요”
“고단한 몸ㆍ마음 치유하는 문화 복합 공간 꿈꿔요”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04.0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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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복합공간 ‘산(山)’ 개관 이만기 서각 작가

최고 씨름선수ㆍ방송인 아닌 지역 문화ㆍ예술인의 삶 변신
서각은 죽은 나무에 새 생명 불어넣는 일이라 생각해요
보고 싶은 사람 작품 속에 담아 그리워하는 특권 누릴 수 있죠

보고 싶고 그리운 어머니를 담은 작품 ‘어머니’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만기 서각 작가.
보고 싶고 그리운 어머니를 담은 작품 ‘어머니’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만기 서각 작가.

 우리나라 최고의 씨름 전적을 가진 씨름선수 이만기. 최근에는 다양한 방송활동을 하기 때문에 씨름선수로 그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방송인 이만기로 알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2시, 이날에는 씨름인도 방송인도 아닌 9년차 서각 작가로 활동 중인 이만기를 만나 문화ㆍ예술인으로서 그의 삶을 들여다봤다.

따뜻한 조명과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갤러리 산(山)의 내부 모습.
따뜻한 조명과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갤러리 산(山)의 내부 모습.

 5일, 이 작가는 고단한 현실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활기찬 기운을 얻어 갈 수 있는 문화 복합 공간, 갤러리 산(山)을 오픈했다. 이번 갤러리 산(山)개관 초대전에서는 곡산 이동신 선생을 비롯한 문곡 권인수, 후산 권재태, 우담 구성본, 환옹 김진희, 박영달, 박정국, 금촌 배기도, 석천 정세연, 원경 장용호 등의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김해시 장유면 계동로 마루애 빌딩 2층 이만기 갤러리 산(山)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산(山)은 갤러리지만 보통의 갤러리와는 차별화 돼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어 어느 누구도 편히 머무를 수 있다. 20년 된 수동 커피그라인더로 직접 내린 커피를 대접받아 들고 여러 개의 테이블 중에 하나를 골라 앉았다. 여태껏 다녀 본 전시관에서 작품을 둘러보는 것을 끝내면 더 이상 그 공간에 머물기도 애매했다는 이 작가. 그는 전시회에서 작품을 둘러보는 시간의 연장선상에 서, 좀 더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염원을 그의 갤러리 산(山)에 반영했다.

태산 이만기 作 ‘소통’.
태산 이만기 作 ‘소통’.

 ◇어떻게 서각을 하게 됐나요?

 21ㆍ22세기에는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요? 언젠가 문화ㆍ예술 중에 한 분야를 취미 삼아 배워보고 싶다 생각했었죠. 나이가 들면서 그냥 늙어가는 노인이 되기보다는 지역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9년 전 서각을 배우기 위해 곡산 이동신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됐지만 선생님께서 ‘오다 말겠지’ 생각했다더라고요. 바쁜 스케줄 속에서 1시간이라도 시간이 비면 꼭 공방에 들러 배웠어요.

석천 정세연 작 作 ‘유어동록하’.
석천 정세연 작 作 ‘유어동록하’.

 ◇이만기에게 서각이란 무엇인가요?

 생명을 다한 죽은 나무에 마치 다시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 서각이라고 생각해요. 씨름선수 이만기와 방송인 이만기가 아닌 서각하는 이만기로 다시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어요. 썩은 나무를 다듬어 나무의 결, 성질, 색깔, 모양 등을 가꾸니 마치 죽은 나무가 또 다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서각 작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니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나무에 새 생명을 주며 자연과 함께 세월을 보낸다는 생각에 점점 서각에 빠져들게 됐어요.

환옹 김진희 作 ‘최원의 좌우명’.
환옹 김진희 作 ‘최원의 좌우명’.

 ◇애착 가는 작품을 하나 꼽는다면?

 서각을 시작하고 만들었던 모든 작품이 제게는 소중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작업을 하면서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을 작품 속에 담아두는 것이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사진 속 어머니를 나무에 새겼죠. 그래서인지 어머니라는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갤러리를 개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6년 전, 경남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직에 있을 때 미래세대 문화예술의 가치와 예술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국민과 시민에게 다가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간에 들어서는 마음의 병들로 정서가 메말라 감에 따라 더욱이 이런 삶 속, 문화ㆍ예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만기가 갤러리를 왜 열어?’라는 의문을 품었을 때 그 선입견을 깨는 것도 중요했어요.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 쉬고 같은 공간에서 저 또한 남들과 같은 인간의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후산 권재태 作 ‘漁遊(어유)’.
후산 권재태 作 ‘漁遊(어유)’.

 ◇서각 작가로서 앞으로 계획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 하는 것은 물론 구상도 잘해야 하며 채색도 잘해야 해요. 지난 9년간 기초적인 부분은 다 배웠으니 이제는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어요. 이번 전시 작품에는 작가들의 고유한 색깔이 담겨져 있어요. 이제 나만의 색을 불어넣을 때가 왔죠. 또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다음번에는 제 개인전을 열고 싶습니다.

 ◇갤러리 산(山)은 어떤 공간인가요?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는 공간 △공방 △열린 무대.

 4ㆍ5차 산업의 시대가 오더라도 결국 인간의 정서 안정화에 가장 큰 기여는 스포츠와 문화 예술분야가 아닐까요? 갤러리 산을 방문하는 모두가 이곳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각 강좌를 열어 서각 입문자들을 위한 교육을 해볼까 해요. 갤러리 한 켠에 작은 공간을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작업하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니까요. 때로는 지역의 어려운 작가들을 위한 열린 무대로 사용해 지역 예술가들과 동반 성장해 가고 싶습니다. 또한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인문학 강연과 좋은 공연을 기획해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산(山)은 전체적으로 노란색의 따뜻한 빛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마치 달을 연상케 하는 전구가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데 이 역시 그가 손수 만든 작품이다.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은 예술에서도 두각을 뛴다고 했던가. 갤러리 산(山)의 음향 설치 또한 그의 손을 거쳤다. 갤러리 산에서는 깨끗하고 맑은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서각 초기 입문자들에게 한마디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2~3개월만 꾸준히 배워도 자신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요. 서각을 시작하려면 창칼과 망치가 필요한데 3만 원~5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어요. 나무 역시 2만 원~5만 원이면 돼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답니다.

 태산(泰山) 이라는 호(號)로 활동하는 이 작가에게 그 의미를 물었다. 경남 의령 태생인 이만기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산으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초ㆍ중ㆍ고 학창시절을 마산에서 보냈다. 마산 합포구에 위치한 무학초등학교는 없던 씨름부를 개설해 작은 키의 꼬마 이만기에게 씨름 기술을 익히도록 했다. 특별활동시간에 선생님이 금방 전학 온 전학생을 씨름부에 넣었던 것이다. 마산 중학교 입학당시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아 중간에 씨름을 그만 둘 뻔 했던 그가 훗날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를 기록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씨름 전적을 가진 스포츠인이 될 줄 누가 알았더란 말인가? 씨름을 통해 그를 세상에 알린 배경에는 마산(馬山)이 있었다. 1983년 4월 17일은 이만기에겐 평생 기억에 남는 날로 자리 잡았다. 씨름 인생 10년 만에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해 한국씨름 사상 처음 생긴 천하장사의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날이었기 때문이다. 씨름을 시작하고 단 한번도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그 설움이 커서인지 얘기를 나누던 이날에도 그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1895년 현대 호랑이 씨름단에 입단해 천하장사를 10번 찍었을 때도 그에겐 특별한 울산(山)이 있었다. 그렇게 그의 인생에는 항상 산이 있었고 그에게 산은 남들보다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에게 산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이 작가의 갤러리 명칭 또한 산(山)이다. 산은 생명과 바람, 물, 오묘함을 품고 있어 바다보다는 산이 더 좋다는 이 작가, 앞으로 갤러리 산에서 그가 내딛을 한 걸음 한 걸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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