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3:10 (목)
웰다잉과의 만남
웰다잉과의 만남
  • 이영조
  • 승인 2019.04.09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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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세상 모든 만물은 수명이 다하면 멸한다. 동식물, 하루살이 같은 미물부터 만물의 영장인 사람, 심지어 우주까지도 명멸한다. "나도 언젠가 죽겠지." 가끔씩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죽음 앞에 선 내 모습은 어떨까? 두려워 떨고 있을까 아니면 초연한 모습일까, 세상을 비관하고 삶을 중단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죽음에 대해 나는 초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죽음의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천국이나 지옥은 과연 있을까, 혹시 지옥에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죽음이 두려운 걸까. "당신은 죽음이 두렵소." 누군가에게 물었다. 그들은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현실과 단절되는 것, 돌봐주지 못할 자식이 눈에 밟히고,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고, 아직 해야 할 일이 태산인데 그 모든 것들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죽음을 두렵게 한다고 말한다.

 남들은 세상에 남아서 삶을 즐기는데 나만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억울함, 아쉬움, 그런 마음 작용으로 죽음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감내하기에 너무 크고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하다.

 지난주 웰다잉(well-dying)을 알리는 전문 강사 과정에 입문해 귀한 교육을 받았다.

 30시간의 교육 시간 내내 죽음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칙칙하고 음울하고 무거워 교육이 진부(陳腐)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과연 잘 죽는 방법이 있을까, 궁금증을 더하는 의문은 강의가 진행될수록 내 생각을 빠르게 바꿔 갔다.

 잘 죽는다는 것은 이런 것 같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대전제를 수용한다. 그것은 받아들임이다. 그리고 그때가 됐을 때 억울해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억울함을 만들지 말고 현재를 즐기듯 살자.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아들러라는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삶(인생)은 점의 연속이다. 하루라는 점들이 모여서 인생이라는 선을 그리게 되고 그 점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그 점이 끝나는 지점이 삶의 종점이다. 후회 없는 삶, 행복한 삶은 하루라는 그 점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다. 꿈과 목적을 향해가는 과정을 즐기고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의 종점을 향해서 하루를 매진하는 것이 하루를 완성하는 삶이다. 하지만 이미 그어진 선의 인생을 사는 경우 그 선의 중간 지점에서 삶이 멈춰진다면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억울함을 안고 눈을 감아야 한다.

 하루를 즐기는 삶이란 방탕한 생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를 무의도식 하듯 사는 것이 즐거움일 수 없다. 미래에 이룰 목표를 위해 노력하되 그 과정을 이루기 위한 어려움을 보람으로 승화시키고 즐기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면 설령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 자체가 하나의 점의 완성이고 그 점은 또 하나의 인생인 것이다.

 웰빙과 웰다잉은 하나다. 하나는 시작이면 하나는 끝이다. 좋은 시작은 아름다운 끝을 만든다. 웰다잉을 위해 웰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목표를 지향하는 삶과 과정을 즐기고 과정에 만족하는 삶은 같은 듯 다르다. 인생이라는 하나의 점을 만드는 그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찰나의 시간에 만족하고 즐기는 것이 웰빙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소찬의 음식에 감사하고 해야 할 일에 신명 나게 춤을 추는 그것이 웰빙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점 하나하나는 잘 다듬어진 보석이고 인고의 고통으로 탄생한 진주이다. 설령 그것이 찬란한 목걸이로 만들어지지 않아도 진주는 휘황한 보석으로, 그 자체로 고귀하게 빛이 난다.

 웰다잉도 그 순간의 삶을 완성하는 하나의 점일 뿐이다. 두려워해야 할 대상도 아니고 숨기고 피해야 할 일도 아니다. 웰다잉은 나의 삶 중에서 마지막 진주를 탄생시키는 일이다. 웰빙 뒤의 웰다잉은 마지막 점을 가장 화려한 보석으로 만드는 일이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 시대를 초월해 150세, 그 이상도 살게 될 것을 예견한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기뻐하지 않고 재앙이라며 오히려 두려워한다. 100세가 됐든 그 이상이 됐든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즐기며 잘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사는 것,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묘지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 뭔가 멋진 일을 해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나에게 중요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내가 곧 죽을 것임을 기억하는 것은 내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장 도움이 됐던 도구입니다. 그것은 외부의 기대, 프라이드, 부끄러움, 실패 등은 죽음 앞에서 모두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웰다잉을 위해 오늘 하루를 웰빙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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