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6:15 (목)
산불은 자연재난인가? 인적 재난인가?
산불은 자연재난인가? 인적 재난인가?
  • 이진규
  • 승인 2019.04.08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불 예방과 대처를 위한 3E가 부실하다
이진규 경남안실련 사무총장
이진규 경남안실련 사무총장

 강원도 고성, 속초를 비롯해서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은 자연재난인가? 인적 재난인가?

 산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과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산불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대부분 인위적인 산불로써 주요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 논ㆍ밭두렁 소각, 성묘객 실화, 생활쓰레기 소각 등이며 그 중에도 입산자 실화, 논ㆍ밭두렁 소각 순으로 발생하고 있다.

 산불은 지표화, 수관화, 지중화로 구분된다. 지표화는 산림 내 낙엽이나 마른 나뭇가지, 마른 풀 등 지표면에 있는 물질이 타면서 소실되는 것으로 산불 중 가장 많이 발생한다. 수관화는 지표화로 발생한 산불이 소나무 등 침엽수 나무 윗부분의 가지 등에 불이 붙어 타는 것으로 강한 바람을 타고 비산화 해 대형 산불로 확산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지중화는 낙엽 등이 축적된 부식 물질이 땅속으로 타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사례는 없다.

 일단 산불이 발생하면 상승기류로 인해 불길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우리나라와 같은 험준한 산악지대에서는 완만한 지역보다 8배 빠르게 확산되며 기상조건(강우량, 풍속, 온도, 습도 등)의 여건에 따라 산불규모가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3월과 4월, 11월과 12월 강우량이 적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낙엽과 풀들이 마르면서 산불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봄 농사철을 맞이해 논ㆍ밭두렁을 태우거나 농산폐기물 소각할 때, 가을철은 등산객과 상춘객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이 시기에 연중 산불의 72%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산불과 같은 재난과 안전사고에 대한 3E를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 환경과 시설ㆍ정비를 갖추는 ‘engineering’, 강력한 법과 제도를 시행을 말하는 ‘enforcement’, 안전교육을 뜻하는 ‘education’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한 개의 E가 빠져도 산불의 번짐을 막을 수 없다고 본다.

 이번에 발생한 강원 고성산불의 원인이 전신주의 개폐기라는 것은 한전이 전기장치설비의 노후화 파악 및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전의 설명대로라면 점검미흡과 관리부실의 인재가 아니라, 강풍과 전기장치 스스로가 문제라는 것이다. 한전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사고의 탈의인화를 떠올렸다. 지난 2017년 경주 지진 때 필로티 건축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필로티 건축물의 기둥이 지진으로 붕괴된 것은 필로티 건축방식이 아닌 내진설계가 안된 필로티 기둥이 문제였는데도 정부와 언론은 마치 필로티 건축물이 죄인인양 몰아붙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고성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개폐기는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전선 피복의 두께는 2㎝이다. 강풍에 날아든 날카로운 물체가 이것을 잘랐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태풍이 불 때마다 전선은 다 잘려야 하는가?

 한전은 지금부터라도 전신주의 변압기와 개폐기부터 살펴봐야 한다. 교체 비용을 아껴서 한전공대 설립과 같은 생산선 없는 지역 선심성, 인기성 정책에 편성해서는 곤란하다. 한전공대 설립비용이 자그마치 5천억 원이다. 이 돈이면 전국의 모든 전신주 변압기와 개폐기를 교체하고도 남는다. 전기장치설비가 화재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연구하는데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지형, 기후 등에 따라 진화인력 등을 적절히 배치해 산불예방활동을 실시하고 산불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해 초동 진화로 산불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산불예방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입산금지 기간 중 무단입산자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실화해 산불 원인제공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현재 10만 원에 불과한 과태료를 과감하게 인상해야 한다. 또한 산불가해자 신고에 대한 포상제 추진도 검토해봐야 한다.

 농민들에게는 영농폐기물 수거ㆍ처리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에서는 폐비닐의 경우 평균 수거비를 인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아울러 산불예방교육을 확대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힘써 가꿔온 산림이 산불로부터 입는 피해는 입목손실뿐만 아니라 토양의 영양분이 소실돼 산림으로 복원하는데 40년 이상 소요된다. 산림이 소실되면서 야생조수의 보금자리가 없어지고, 병충해는 번지며,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생태계도 함께 파괴된다. 산불이라는 사회재난이 빈번하게 되면 결국 머지않아 우리 사회와 우리의 삶도 파괴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