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멀리 멀리 도망 가
산이 되고
높이 더 높이 올라 구름이 되려는데
세상이 옷자락을 잡고 자꾸만 따라 오네
더 높이, 더 깊이, 더 멀리
달아나리라
아, 얼마나 더 멀리 도망가면 따라오지 못할까
스님은 날마다 도망가는 방법을 참구하였네
그러나 그만큼 치맛자락도 따라왔네
나무들은 무설無說을 가르치고
까마귀 떼 가을 하늘에 진공眞空을 그리는데
법당 안에 엎드린 노스님, 무슨 기도하는가
처마 끝 풍경소리에
적요는 빛나고
범종은 울어울어
우주를 흔드는데
평설
마치 정중동(靜中動)을 느끼듯 고요한 산사에서 정진하는 수좌를 보는 것 같다. 정전을 벗어나 심오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메타시대임을 반영하는 사회학적 시를 투영시킨 것이 아름답다. <안태봉 시인>
시인약력
ㆍ2003년 계간 ‘미네르바’ 봄 호 등단
ㆍ문학박사
ㆍ시와 인식 동인 회장
ㆍ우리말글사랑행동본부 회장
ㆍ현 계간 ‘부산시단’ 주간
ㆍ시집 ‘바다의 손’ 외 다수
저작권자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