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2:47 (화)
소비자 권리와 지역 영세상권 보호의 충돌
소비자 권리와 지역 영세상권 보호의 충돌
  • 이광수
  • 승인 2019.04.07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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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신세계 스타필드 창원 입점을 두고 입점 찬성파인 인근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소비자와 반대 측인 지역 전통시장ㆍ자영업자 간의 의견차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사업 시행자인 (주)신세계 프라퍼티가 스타필드 건축을 위한 교통 영향 평가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전통시장ㆍ상점보호대책위는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스타필드 창원 입점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스타필드 같은 대규모 유통시설 입점은 영세한 지역 상권에 막대를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로 예상되는 출ㆍ퇴근 시 극심한 교통체증을 더욱 심화시키고, 대기 질 악화로 도시환경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39사 이전 부지에 건립되는 6천10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청약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프리미엄급 복합 유통센터가 들어서면 침체된 이 지역의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입점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필드 입점 찬반논쟁에서 간과되고 있는 소비자 권리 보호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요즘 뜨는 핫한 소비 트랜드가 가성비 높은 소비생활 패턴이다. 합리적인 가격(다소 싼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상품구매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예전이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 지향의 충동적 소비에서 각자 개성에 맞는 소비패턴에 따라 합리적인 상품쇼핑을 즐기고 있다. 특히 홈쇼핑 비중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가성비에 큰 비중을 둔 소비생활로 바뀌고 있다. 직접 발로 뛰어 쇼윈도를 기웃거리며 하는 발품 쇼핑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자영업소의 매출도 자연히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비패턴의 변화를 직감한 대규모 유통업체들은 TV 앞에 앉아서 쇼핑하는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각종 휴게시설과 문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꾸민 대형복합쇼핑몰을 속속 개장하고 있다. 한곳에서 좋아하는 상품을 고르고, 먹고 마시며, 헬스케어에 문화공간에서 엔터테인먼트까지 동시에 토털 서비스로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단지 상품만 파는 장소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가족나들이 쉼터로 바꾼 공간이기에 고객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창원 스타필드는 신세계 고양 스타필드(36만m)와 하남 스타필드(46만m) 중 고양과 비슷한 규모(30만m)이다. 신세계 측에서는 창원점 개점으로 고양시처럼 3천여 명의 현지인을 고용해 지역 고용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창원 인근 함안, 진영, 고성, 밀양, 의령, 창녕지역의 원정고객을 흡수할 수 있고, 낙후된 창원 중동, 소계동, 도계동, 동ㆍ대ㆍ북 권역의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12만여 명의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기족까지 합하면 30만의 인구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될 거라고 우려하는데 지나친 우려가 아닌가 생각된다. 창원 스타필드 개점으로 초기엔 다소 그쪽으로의 고객 쏠림현상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 창원에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신세계마트 등이 창원의 중심 상권에 입점하려 했을 때 지역 상점가의 반대가 심했다. 실제로 중앙동 오거리 상가 지역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물론 상남 상업지역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상권이 형성돼 타격이 더 컸다. 창원의 중심 상업지역은 대형 상가의 밀집 지역으로 도심 인구에 비해 상가 수가 너무 많은 것도 그 이유의 하나가 된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항상 새로운 상품에 대한 소비 갈증을 느낀다. 가성비 높은 상품구매든 사치품 구입이든 자신들의 소비 욕구에 맞춰서 소비하려는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 창원의 유통 상권은 L사가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화점, 마트, 하이마트, 유니클로, 패스트푸드점 등 창원, 마산, 진해지역의 도심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경쟁업체인 신세계 스타필드의 창원 입점으로 소비자들의 가성비 높은 다양한 소비 욕구 충족과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일반적인 소비활동에서 어차피 재래시장에서 사야 할 상품과 대형쇼핑몰에서 사야할 품목은 다르다. 각종 농수산물은 대부분 시내에서 열리는 5일 장이나 재래시장에서 구입한다. 값도 산지 직거래라 싸고 다양한 농수산물이 많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곧 수원, 용인, 고양시와 함께 준 광역시인 특례시로 승격한다. 이제 폼 나게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근사한 대형 쇼핑몰 하나 정도는 있어야 인구 100만 도시의 품격 유지가 되지 않겠는가. 고양시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도 스타필드 본사를 창원에 두게 해 법인 세수 증대도 기하고, 지역 재래시장과 자영업자들과의 파트너십 구축과 상생협약으로 공생ㆍ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조선,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고용위기를 맞은 창원지역의 고용 대란 해소에도 적극 기여할 수 있도록 창원시와 협약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유통시장의 진화는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데 기존 재래시장의 상권 보호에만 안주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보장과 유통시장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재래시장은 특화된 클러스터형 전문상가로 활로를 찾는 방법을 강구할 때 대형쇼핑몰과 공존하는 가운데 상생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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