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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시민합창이 만든 100년 후 독립만세운동
거제 시민합창이 만든 100년 후 독립만세운동
  • 한상균 기자
  • 승인 2019.04.0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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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지방자치부 남부본부장
한상균 지방자치부 남부본부장

 지난 2일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막을 내린 거제 평화 대음악회는 노래로 청중의 마음을 결속시킬 수 있다는 진리를 확인한 자리였다.

 독립 만세, 특히 거제에서 1919년 4월 3일 거제 아주동에서 일어난 아주만세운동 100주년을 음악을 통해 기념한다는 데 다소 의아하긴 했지만 `평화 대음악회`는 그 순서가 진행될수록 관중들을 매료시키는 묘한 힘을 발휘했다.

 탄탄한 기획력으로 짜여진 한편의 칸타타를 통해 암울했던 시대 상황과 우리 민족의 불굴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하기에 충분했다. 기획자는 역사적으로 유사한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을 교묘하게 접목시켜 음악을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내 마음은 황금빛 날개로`로 시작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의 가장 핵심적인 합창이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론이 유대를 침공해 이 나라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간다. 70년의 포로 생활이 이렇게 해서 시작된 유대민족은 바벨론 강가 언덕에서 고향을 바라보며 돌아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리라.

 그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맘을 담은 노래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라면 찬송가로 알려진 `삼천리반도 금수강산(도니젯티 곡)`은 독립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기독교단체를 통해 일어난 계몽운동의 자리에 있었던 노래라는 점에서 일제 치하 독립을 염원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급조되긴 했지만 독립 만세를 외친 선조들의 외침을 노래한 거제 시민합창단 300여 명은 그 대역으로 오히려 감동을 더 했다. 주로 거제지역 교회 찬양 대원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합창단인 그들은 겨우 4번의 합창 연습으로도 관중들을 매료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특히 이번 음악회를 위해 독립 만세 합창(독립 만세, 독립선언식과 3ㆍ1운동, 유관순의 기도, 아주 독립 만세) 등 4곡이 유명 작곡가 이용주 교수의 작품으로 합창제의 주제곡이 된 것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음대도 없고 시립합창단, 시립오케스트라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거제지역의 `아주 독립 만세` 합창이 초연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칸타타는 서곡, 독창, 중창, 합창 등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주제를 풀어가는 음악의 형식이다. 주로 기독교음악에서 오라토리오와 함께 크게 발전된 형식이지만 일반 음악에서도 스토리를 요구하는 주제에 대해 응용되고 있다.

 이번 음악회는 거제 독립 만세 100주년 기념 평화 대음회라는 주제 안에 다양한 음악을 배치시켜 그 주제를 고스란히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부산시립합창단의 `아리랑 환타지`, `새야 새야 파랑새야` 서준우 우예림 어린이의 합창, 소프라노 김순영의 `별 헤는 밤`, `강 건너 봄이 오면`, 테너 김동원의 `내 가슴엔 바다가 있다` 등 2곡, 이중창 The prayer, 거제시어린이합창단의 `아름다운 나라` 등으로 조화를 이뤄냈다.

 후반부는 가수 장사익의 `모란이 피기까지는`과 2곡, 시민대합창단의 히브리노예들의 합창과 독립 만세 합창은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창음악의 진수를 보여줬다.

 변광용 시장의 독립선언서 낭독은 주제를 풀어가는 국면전환의 효과에다 칸타타로 기획된 색다른 맛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피날레를 장식한 장사익의 아리랑은 주제를 가슴속에서 뿜어내는 민족의 한을 실감 나게 했고 끝까지 관중들을 매료시키는 힘을 발휘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음악회는 신임 거제문화예술회관 장은익 관장의 기획력이 발휘된 작품이다. 바리톤 성악가이며 공연기획자 장 관장은 오래 동안 음악활동으로 맺어진 다양한 음악인들을 결집시켜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내 `평화 대음악회`를 만들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흥남철수작전의 `크리스마스의 기적`, `거제포로수용소의 역사` 등 발굴할 거리가 참 많은 곳이 거제라는 장은익 관장의 말 속에서 거제문화의 새로운 비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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