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2:40 (목)
벚꽃엔딩
벚꽃엔딩
  • 김숙현
  • 승인 2019.04.03 23: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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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미세먼지를 몰아내는 푸른 바람이 지나가고 하늘이 펼쳐지면 길을 걷는 것이 즐겁다. 의외의 수확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 위의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올라와 핀, 여린 보랏빛 제비꽃과 노란 민들레를 보며 그 생명력에 묘한 감탄을 하게 되고 탄성과 함께 사진으로 남길 수도 있다. 그리고 오래 간직하며 봄이 지나간 여름과 가을 겨울에도 들춰내 볼 수 있어 참 좋다. 작지만 꽃이기에 그 자리가 어디든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행복을 주는 존재로 사랑받는다. 봄이 되면 뭐니 뭐니 해도 개나리 진달래지만 최근 ‘벚꽃엔딩’이란 노래가 나오고부터 벚꽃이 그 어느 때 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4월이 되면 우리 경남지역 진해에선 벚꽃축제가 한창이고, 올해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꽃도 한창이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벚꽃축제 중에 아마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진해군항제’는 그 규모나 명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한때 일제의 잔재라는 항간의 비약적인 평을 받기도 했지만, 꽃은 꽃인 것이다. 우리도 나무도 겨울을 이겨낸 뒤의 보상으로 자연이 주는 선물이며 축복이란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어느 가수가 벚꽃엔딩을 발표하며 전국을 강타하고 돈을 얼마 벌었으며 빌딩을 사서 두 배나 올랐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왠지 씁쓸해졌다. 그가 그 노래를 작곡하고 그 노래를 발표하기까지 언더에서의 노력과 고생한 것 보다 자본주의 논리로 수입과 빌딩투자 이야기로 귀결되는 현실이 못내 아쉬운 탓이다.

 김지하 시인의 ‘새봄 9’이 저절로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세간의 그런 말들로 어지럽힌 나의 안구와 마음을 정화하려고 한다.

 벚꽃지는 걸 보니 / 푸른솔이 좋아 /푸른 솔 지는 걸 보니 / 벚꽃마저 좋아

 짧지만 영혼에 던지는 말이 참으로 신선하다. 피는가 하면 지는 벚꽃은 언제나 우리에게 아쉬움을 준다. 더구나 비라도 오면 우수수 떨어지고 바람 불면 오히려 보기 좋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푸른 솔을 좋아했지만 푸른 솔을 좋아 하다 보니 잠시지만 예쁘게 피었다 지는 그 화사한 벚꽃의 의미와 시절 또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다는 뜻이 아닐까. 개인적인 주관으로 해석해 보자면 이렇다. 교과서적으로 주제를 찾아보면 ‘조화로운 삶의 아름다움 추구’이다.

 벚꽃으로 인해 청솔의 가치를 일깨우고 청솔만 보다 보면 벚꽃도 생각나 조화의 묘미를 깨달은 것이라 본다. 우리네 삶은 그렇다. 각양각색 아롱다롱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나름의 가치와 의미로 살아가는 것이다.

 신도시 장유가 나이를 먹어 어느덧 청년기가 됐다. 도롯가의 가로수는 이 봄과 잘 어울리는 화사한 벚꽃이다. 굳이 진해를 가지 않아도 만족할 만큼 잘 자라서 도로 곳곳에 펼쳐져 있고 파스텔 톤의 연분홍 꽃이 가로수 불빛에 비치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신비롭다.

 그런데 사람의 심보가 왜 이렇게 고약한 것일까? 벚꽃 천지인 도시에 반기로 기쁘면서도 살짝 심통이 났다. 누가 왜 벚꽃으로만 도시를 장식했을까? 도로명 따라 다른 나무였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그런 욕심이 생겼다. 무궁화는 왜 없을까? 종류도 다양한 우리 꽃은 왜 외면당하고 있을까? 마구 질문을 하게 됐다.

 거시적 안목으로 도시의 100년 후를 바라봤다면 좀 더 섬세하게 디자인되지 않았을까.

 이 대목이 매우 아쉬운 탓에 그런 의구심을 가진 것이다. 강압적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라 민족성의 고취가 아니라 다양성과 조화로움에 대한 발로이다.

 김춘수의 시, ‘꽃’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에 다양한 꽃말이 있듯이 우리 인생도 다양하게 불리고 봐 지면 좋지 않은가. 도시도 그랬으면 벚꽃 일색이 아니라 다양한 꽃으로 조화로웠을 것이다.

 4월, 필자에게 벚꽃엔딩은 두서없는 꽃에 대한 이런저런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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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숙 2019-04-04 15:01:06
아름다운 벚꽃이 만발한 계절에 어울리는 멋진 글입니다. 무궁화 꽃을 떠올린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박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