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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ㆍ고성과 창원 성산 보선 주목 받는 이유
통영ㆍ고성과 창원 성산 보선 주목 받는 이유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3.3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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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D-2, 누가 웃을까. 통영ㆍ고성과 창원 성산 등 두 곳에서 실시되는 4ㆍ3 보궐선거는 ‘미니선거’지만 향후 정국 주도권을, 또 내년 총선의 ‘민심 풍향계’여서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다. 2곳이지만 20곳, 또는 50곳 선거보다 더 열을 뿜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정치적 고향은 부산이라 해도 경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다.

 또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한 곳(통영ㆍ고성)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고향이란 점도 관심사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PK(부산ㆍ경남)에서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는 등 압승했다. 통영ㆍ고성과 창원 성산은 기초단체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최근 이곳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 추세가 심상찮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가장 높은 지역이 PK(62%)였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36%), ‘북한 관계 친중ㆍ친북 성향’(16%) 등이 꼽혔다. 창원에서는 “현 정부가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는 말을 한다. 통영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곳 선거는 한순간에 디비질지(뒤집힐지) 모른다”고 말했다. 반향만큼이나 제조업 메카인 경남경제는 불황으로 쑥대밭이다. 때문에 불경기로 얼어붙은 현 상황을 감안할 경우, 진보ㆍ보수의 텃밭을 떠나 민심의 향배는 여론조사와는 달리, 이변도 기대되는 등 어느 진영도 가늠할 수 없다. 또 민주당은 PK 지역에서 개혁진보세력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내년 총선까지 그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통영ㆍ고성에선 민주당이 한국당 후보를 추격 중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창원 성산에는 민주당이 정의당과의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해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또 다른 지역인 통영ㆍ고성에서 민주당 후보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창원 성산까지 한국당에게 넘어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을 후보단일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실제 선거초반 한국당 후보에 비해 정의당 후보가 초박빙의 열세였으나 단일화 이후 판 자체가 단일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그러나 단일화 반작용으로 보수결집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이 지역 노동자 그룹을 기반으로 한 민중당 손석형 후보의 완주에 따른 진보층의 표 분산 가능성도 있다. 당장 한국당은 후보 단일화 효과를 최대한 반감시키기 위해 ‘2중대 밀어주기’, ‘비겁한 좌파야합’ 등 집중 공세를 펴는 동시에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조직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가 2곳의 국회의원 선거구 중 창원 성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힘 있는 여당’, ‘노동존중 정신’을 전면에 앞세운 민주당ㆍ정의당과 ‘경제 실정’, ‘정권 심판’을 기치로 내건 한국당 간, 양측의 전면 대결 속에 경남의 유권자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는 여야 입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아낌없이 예산 보따리를 풀며 지원을 약속한다. 반면, 한국당은 “개성공단보다 경남을 살려야 한다”며 표심을 자극하는 ‘정권 심판론’을 호소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여야 대표는 모두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위치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자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면서 “황교안 대표는 보선 결과가 절체절명의 기로에서 치러지는 선거”로 전망하고 있다. 여야 대표는 보궐선거구 가운데 한 곳도 승리하지 못할 경우, 집권당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지도부는 통영과 고성, 창원 성산을 돌며 ‘보선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이다.

 특히, 민주당 입장에선 선거 막판에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의혹과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장관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꼼수 증여, 탈세 등의 각종 의혹과 자질논란 등 악재를 만나 이번 선거의 중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우직지계(迂直之計), 병법의 대가 손자는 “가까운 길을 먼 길인 듯 가는 방법을 적보다 먼저 아는 자가 승리한다(先知迂直之計者勝)”고 했다. 각 당은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민심은 선거 막판에도 마음을 열지 않은 듯 보였다.

 선거결과는 유권자 몫이지만 여ㆍ야 모두는 선거 결과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또 그 결과는 논란인 김해공항 확장, 낙동강 보 철거와 존치, 원전 메카 경남의 원전산업 문제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잖으면 앞으로 1년, 총선 민심의 향배는 또 다른 결과로 요동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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