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0:02 (토)
경남 두 곳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
경남 두 곳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3.28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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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보궐선거가 때마침 벚꽃의 향연 속에서 열리는게
묘하다. 선거가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부질없이 띄워본다.

 창원 성산과 통영ㆍ고성에서 주민의 뜻을 모으는 ‘벚꽃 축제’가 열린다. 벚꽃 웨딩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없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벚꽃 축제처럼 아름다울 순 없지만 선거 과정이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은 벚꽃 축제처럼 환하다. 오늘 내일 사전투표가 있어 보선 후보자들에게 벚꽃은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을 졸이는데 뭔들 아름다울까. 봄철에 우리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는 단연 꽃들이다. 말로 표현된 사랑이 우리의 영혼을 적신다면 봄꽃은 우리의 영혼을 푸른 하늘로 떠올린다. 봄철에 영혼이 행복하지 않으면 좀 이상한 사람이다. 꽃 중에 가장 화려하게 피고 화려하게 지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선거운동이 행복에 젖은 우리 영혼에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 선거 운동이 눈부시다. 때맞춘 듯 벚꽃이 한창이라 창원대로를 따라 핀 벚꽃을 배경 삼아 시민을 향해 고개 숙이는 선거운동원의 모습이 밉지 않다. 창원 성산 보선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에서 치르는 국회의원 보선 2곳 중 1곳일뿐더러 내년 총선을 예측하는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각 당 지도부가 창원 성산 지역에 살다시피 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5일 민주당과 정의당의 범진보 후보 단일화로 균형을 잡던 선거판이 한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치열한 선거운동에서는 온갖 전략과 술수가 난무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도에서 2, 3등은 필요없다. 선거판에서 배려는 패배를 의미한다. 하지만 상대를 이기게 하려고 자신이 몸을 던지는 경우가 선거판에서 자주 일어나는 게 참 묘하다.

 창원 성산 보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승패의 절대적 변수라는 건 누구나 안다. 이번 후보 단일화는 여당과 야당이 뭉치는 이례적인 선거판에서 이기고 보자는 전략이 관통했다. 단일화는 “시민의 명령이다”는 측과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야합이다”는 두 목소리를 들으면 바른 판단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선거는 ‘시민의 뜻을 따르면 모든 게 용서’가 되고 ‘무조건 이기는 것이 정의’라는 공식이 유효하다. 살벌한 선거판에서 입바른 소리가 들릴 리 없지만 무조건 승리에 몰입해 승리만 하고 나면 모든 게 정의가 되는 구도를 보면 밥맛이 떨어진다.

 우리 정치판에는 밥맛 떨어지는 일이 넘친다.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으면 속이 끓는다. 인사청문회에서 저격수로 활약하던 국회의원이 입장이 바뀌니 자료 제출도 제대로 하지 않고 청문위원과 대립한다. 상황 논리에 따라 입장을 쉽게 바꾸는 정치인을 보면서 으레 정치는 그런 것이라고 자위하고 싶어도 마음에 남는 찝찝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 정치는 옳고 그름보다 논리적 이유를 대는 게임이라고 보는 게 속이 편하다. 정치판에 ‘내가 옳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대부분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의 논리를 꺾지 않는다.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벌리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들여다보면 결국 밥그릇 싸움이다. 의회민주주의를 제대로 세우겠다는 소리는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군소정당이 국회의원 의석을 더 늘리려는 순수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속이 훤히 보인다. 이를 막아서는 한국당이 아무리 소리를 높여도 민주주의 수호천사처럼 보이지 않는다.

 보궐선거가 벚꽃축제처럼 흥겨울 수 없다. 화려할 수도 없다.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할 매력도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는 말은 떨어지는 꽃잎보다 더 힘없이 나뒹군다. 경남 두 곳에서 열리는 보궐선거가 때마침 벚꽃의 향연 속에서 열리는게 묘하다. 선거가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부질없이 가진다. 이 희망도 벚꽃이 떨어지는 그날 함께 바람에 날아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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