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0:30 (목)
점심시간 출동벨 “조난당한 등산객을 구하라” 마산소방관의 하루
점심시간 출동벨 “조난당한 등산객을 구하라” 마산소방관의 하루
  • 이병영 기자
  • 승인 2019.03.27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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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진압ㆍ구조ㆍ구급팀 202명 근무 하루 화재 4ㆍ구조 20ㆍ구급 66건
휴식시간도 잠시 “또 나가야” 자정 넘으면 만취자 신고 잇따라

 ‘세상이 우리를 잊어도 우리는 영원한 소방관입니다’ 오영환 소방관이 펴낸 ‘어느 소방관의 기도’의 표지에 쓰여 있는 문구다. 내용을 들쳐보면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내가 늘 깨어 살필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들을 돌보아주소서’라는 감동어린 글이 나온다. 특히 ‘이 책의 인쇄 70%는 순직, 부상 소방관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전국의 소방서에 근무하고 있는 소방관들은 투철한 직업관으로 무장한 채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일들이 항상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에 본지의 기자는 소방관들의 일상을 보다 심도있게 취재키 위해 창원시 마산합포구 제1부로에 위치해 있는 마산소방서를 찾아 소방관의 하루 일상을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평범한 가정의 가장인 소방관의 하루일과 중 3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24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마산소방서는 화재진압, 구조, 구급팀이 21주기 3교대로 소방정대, 구조대 및 안전센터 10개소에서 소방공무원 202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관할구역은 마산합포구와 회원구(면적 333.62k㎡, 인구수 38만)로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는 1천400여 명이다.

 3월의 어느 일요일 24시간 동안 총출동은 화재 4건, 구조 20건, 구급 66건으로 바쁜 하루였다.

마산소방서 구급대가 긴급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산소방서 구급대가 긴급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침 8시 출근 후 교대점검

 길었던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으면 밤새 시민들의 곁을 지켰던 소방관들은 교대근무자에게 지난밤에 있었던 일들을 넘겨준다.

 각종 장비점검과 차량점검 등 인수인계는 기본이고, 단체 체조로 몸을 풀고 파이팅을 외치며 주간근무자는 하루를 시작한다.

 평온한 토요일 아침 8시 50분께 공사장 화재출동, 3분 만에 현장 도착, 22분 만에 초기진화해, 74명의 인명을 구조했다.

 화재는 8시 50분께 신축 오피스텔 공사장 4층에서 작업자가 용접 작업 중 불티가 단열재에 비산하면서 발생했다. 공사장에는 작업자 64명이 최상층인 27층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길규 마산소방서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해 대응 1단계를 발령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해 소방차와 헬기 등 장비 33대와 소방관 등 인력 174여 명을 동원했다. 현장에 도착한 화재진압팀은 화재를 22분 만에 초기진화하고, 구조대는 5층부터 27층까지 인명검색을 실시했으며, 구급대는 연기흡입환자 10명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조치 했다. 이 모든 일이 신속ㆍ정확하게 이뤄져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어지러움증으로 구토환자 발생

 이번은 한 노인이 멀미하듯이 어지럽다며 신고한 내용으로 현장도착 당시 구토를 한 번 하고 안정을 취한 뒤 병원에 이송 중에도 구토를 했다. 구급대원은 이물질로 인해 구급차가 오염되지 않도록 비닐장갑만을 낀 채 아무 말 없이 받아준다.

 △점심시간 식사 도중 등산객 2명 조난

 화재현장을 정리하고 다음 출동을 준비한다. 12시께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모여서 밥을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먹는다. 이때 또 울리는 출동벨 소리에 재빨리 출동한다. 등산객 2명이 하산도중 조난당했다는 신고내용으로 구조대원과 구급대원 7명은 환자가 있는 곳까지 1시간 30분 정도 등산해 환자와 접촉한다. 다행히 발목을 약간 접질린 상태로 현장에서 응급처치 후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도록 안내한 후 귀소했다. 그리고 식당에 다 먹지 못한 밥을 먹고 다음 출동을 대기하게 된다.

 △멸치건조장 화재 발생

 산악구조를 다녀온 후 밥을 먹은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멸치건조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산으로 연소가 확대되고 있는 긴급상황이다. 상황 보고를 받은 마산소방서장은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 주말 비번인 근무자를 비상소집했다. 4시간의 화재진압활동 끝에 화재는 완전진화됐다. 그리고 비상소집된 소방관들은 마지막 불씨 하나까지 잡기 위해 잔화정리를 2시간 더하고 저녁 8시에 퇴근했다.

 △어머니 다리가 부러졌다는 아들의 신고

 하루 2건의 화재를 진화하고 직원들은 현장활동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그리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주간에 처리치 못한 대응, 예방 및 구급 등 사무업무를 한다.

 이때 출동벨 소리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구급출동이다. 어머니가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는 아들의 신고내용에 구급대원들은 긴급히 하던 일을 멈추고 출동하게 된다. 현장도착 시 환자는 우측 발목이 3㎝ 개방성골절돼 변형이 이뤄진 상태로 부목을 이용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지친 저녁 휴식시간 배가 아프다는 신고

 밤이 깊어지자 간단히 팀원들과 야식을 먹고 개인별로 새벽 출동을 준비해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 그것도 잠시 딸이 배가 아프다는 엄마의 신고내용이다. 단순히 배가 아픈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구급대원들은 긴급하게 출동을 한다.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키 위해 안정을 취하며 인근병원으로 이송한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음주 만취자

 자정이 넘어가면 술에 취한 사람들에 의한 출동이 많아진다. 이 시간이 되면 구급대원들은 출동이 있을 거라 예상을 하고 있다. 역시나 벨소리는 울리고 음주 만취자였다.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한 것으로 길을 걷다가 심하게 넘어졌다고 했다. 환자상태를 확인해보니 우측 눈꺼풀 열상으로 약간의 피가 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급대원은 외상만 봐서는 혹시나 다른 곳도 다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근병원으로 이송했다.

마산소방서가 추산동 가구거리 화재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마산소방서가 추산동 가구거리 화재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고요한 새벽 약을 먹고 살려달라는 신고

 가장 취약한 새벽 시간대 정신과 약을 3봉지가량 복용해 수면상태에 빠진 상황으로 또다시 구급출동을 하게 된다. 환자는 수면상태로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어 인근병원에 이송했다.

 △노인요양원 노인 호흡곤란

 이번에는 요양원 노인이 호흡이 곤란하다는 신고를 받고 신속 출동했다. 다행히 환자의 상태는 악화되지 않아 환자에게 산소를 투여하며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까지 마산지역에서는 쉴 새 없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침 7시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일어나 담당구역별로 청소를 시작하고, 또다시 개인별로 장비점검과 차량점검을 실시했다.

 그렇게 아침 8시 40분께 교대하러 온 팀과 인수인계 하며 하룻밤 사이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근무교대를 했다.

 이날 하룻동안 근무를 한 화재진압대원 소방장 변지환 씨는 “이렇게 하루에 두 번 큰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며 “어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재현장에서 인명구조 및 산악구조를 한 구조대원 소방사 송정호 씨는 “5층부터 27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고 평소에 잘 가지 않는 산을 등산하게 돼 힘들었지만 모두 무사히 구조돼 뿌듯하다”고 힘줘 말했다. 또 2시간마다 출동을 한 구급대원 소방교 우한얼 씨는 “낮에는 화재현장에 밤에는 구급현장에 출동이 많아 힘들었지만 안타까운 사고는 발생치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만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여태껏 각 출동으로 지친 몸을 풀기위해 아침 햇살을 맞으며 교대근무를 위해 준비운동을 하면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천태만상이다. 하고 많은 직업 중에서 이렇게 정신, 육체적으로 힘들게 살아가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다만 소방공무원이라는 소방본연의 임무를 완수키 위해 이 같은 갖은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가면서 국민들의 삶이 영위될 수 있도록 불철주야 소방서를 지키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다 함께 격려의 말 한마디라도 던져주자.

 “모 전자회사에서 방한복 전용 드럼세탁기를 만들어서 지역 내 안전센터 모든 곳에 무상으로 기증했다”며 “방한복 전용 세탁기까지 만든 것도 대단한 일인데 이렇게 방한복 전용 세탁기까지 기증을 해주시니 감회가 새롭다”고 하는 한 소방관의 말처럼 우리 모두 일선 소방관들의 노고를 들어주기 위해 다 같이 힘을 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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