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3:00 (금)
첫 비
첫 비
  • 백미늠
  • 승인 2019.03.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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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늠
백미늠

혈관을 찾기 위해 손끝으로 톡톡 치면

파랗게 일어서는 어머니의 들길이 보인다

모종파를 짊어지고 강둑을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듬직한 어깨도 보인다

볼일 다 봤으니 이제 가야 된다며

하룻밤 쉬어가시라 해도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는 여든하고도

다섯의 어머니

아직껏 살아있는 게 죄가 되는 냥

창창하던 화초들 시들한 걸 보시고는

병원에 가는 것도 민망하다 하셨다

팔뚝에 피어나는 실핏줄만큼

살아 온 길 갈라지고 끊어지고

좁은 튜브 안으로 꾸역꾸역 쌓이는

검은 피를 본다

살 속에 파묻힌 길이 종일 두드려 맞아

돌덩이라도 이고 나올 듯

어머니의 혈맥 같은 첫 비가 내린다

시인약력

ㆍ밀양 초동 출생

ㆍ2006년 제 2회 낙동강여성백일장 우수상

ㆍ2008년 ‘문학공간’ 신인상

ㆍ2012년 제 1회 울산 전국문예전 시조부분 대상

ㆍ현 김해문인협회

ㆍ현 구지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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