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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회, `민의의 전당`임을 다시 새기길
거제시의회, `민의의 전당`임을 다시 새기길
  • 한상균 기자
  • 승인 2019.03.26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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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지방자치부 남부본부장
한상균 지방자치부 남부본부장

 거제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지역의 가장 믿을만한 경제주체인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에 인수합병 절차가 진행 중에 있어 분위기가 냉랭한 것도 그렇고, 여당 일색인 시장, 시의회의장, 야당인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의 움직임도 그저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

 대우조선의 금속노조 대우지회, 민중당 거제지역위, 시민대책위 등이 대체로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외로운 투쟁에 나선 실정이다.

 회자되는 대우조선 매각의 실체를 유추해보면, 원래 행동보다 목소리는 크게 마련이라 거리마다 매각반대 현수막이 빽빽하게 걸리고, 산은이나 현대 관계자는 거제에 발도 붙이지 못할 기세여야 하련만 김빠진 사이다 같은 분위기가 너무 어색하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일까.

 이 가운데 거제시의회는 아직까지 그 흔한 결의문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의원 2/3를 넘는 11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여대야소 의회는 집권당의 눈치 보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김해연 전 도의원에 따르면 첫 마디가 매각반대라는 것이다. 인수합병은 필히 구조조정을 동반하게 돼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총고용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의 수직계열화 구조는 자기 계열사를 두고 외부발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우의 경영책임은 산업은행이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관리단을 파견해 자금관리를 한 것은 산업은행이고, 대우조선 사장을 임명한 것도 산업은행이다. 서별관회의 분식회계 논의 때도 산업은행장이 참석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선 전문가 A씨는 인수합병으로 대우조선의 생산 기지화와 설계 등 기술인력 통폐합을 가장 우려했다. 세계 초일류 경쟁력을 가진 대우조선이 단순 블록을 제작하는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은 수직계화 돼 있는 현대의 계열사 구조상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또 오션플라자와 하모니센터는 사외 옥포동에 소재해 3천여 명의 기술인력들이 옥포지역을 기반으로 이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이 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시가지는 공동화를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우는 연 매출 10조 대를 유지하는 기업으로 생산 기지화로 전락할 경우 그 이하로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지역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어 매각돼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우매각은 핵폭탄 투하로까지 여론을 들끓게 하는데도 민의의 전당인 거제시의회가 아무 기능을 못 한다는 것이 시의회로 향한 불똥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임시회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논의된 결의문 채택 건은 무산됐고 지난 21일 회기 중에 산업은행과 현대 관계자 간담회를 가진 것도 후폭풍을 맞고 있다.

 시의회는 산은 강병호 실장, 현대 고국 조달상무 등 5명과 간담회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의회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대우노조는 시청 정문 집회를 신청한 상태여서 시의회 회의장 점거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 200여 명이 시청사 경비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거제시의회는 28일 폐회를 하면서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하지만 결사반대냐, 아니면 대우조선 독자경영보장, 기자재업체 거래선 유지 등 조건을 달아 반대도 아닌 체면치레를 할 것인지 의견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지만 시의회의 속내는 그리 편치 않은 것으로 감지된다.

 이미 자당의 변광용 시장이 명확한 매각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부보다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의 부담감에다, 문재인 정부, 집권여당, 산업은행이 치밀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반기를 드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대우조선 매각발표 거의 2개월 만에 처음 공개될 시의회의 결의문 내용인 만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야를 떠나 거의 모든 후보들은 `조선소가 살아야 거제가 산다`를 외쳤던 인물들이다.

 `대우조선을 꼭 지켜내겠다`며 투쟁에 앞장선 대우조선 종사자들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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