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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소중함, 그 상실의 시대
`흙`의 소중함, 그 상실의 시대
  • 김선필
  • 승인 2019.03.26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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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앨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의 중요한 의미는 바로 휴먼 테크노피아(Human technopia)로 향한 정신적, 물질적 풍요를 기반으로 한 참된 인간, 보편타당한 개념의 인생(人生)을 의미하는 길일 것이다. 첨단 문화가 꽃피는 물질의 풍요는 오늘날 인간의 정신세계를 황폐화시켜 점차 그 본질을 잃어가 상실의 시대로 이어졌다.

 지난 시절을 회상해보며 무엇보다 흙의 내음이 풍겨져 나오는 시골의 정경이 그리워짐은 자기 본연의 희귀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뜻은 참된 인간구현의 발로이며 홍익인간 정신의 진정한 표현일 것이다. 첨단 문화와 도시화로 치닫는 오늘날 산업화 추세에 오히려 우리의 농촌은 `외딴섬`처럼 고립화, 이질화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국민 전체인구의 5%도 채 안 되는 열악한 농업인구는 어쩌면 소멸될 것 같은 그리운 흙내음과 함께 어머님 품속의 풍요와 인간적(人間的) 향수마저 앗아갈 것 같은 두려움에 젖게 만들기도 한다.

 첨단 문화와 인간 정신이 결합된 `휴먼 테크노피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간의 보다 더 근본적 삶의 요체는 역시 `흙`의 문화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세대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자원이 바로 `식량자원` 아닌가. 세계 최강국을 자부하는 러시아나 일본, 서구열강들 역시 수십만에서 수백만 톤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농지와 농업인구의 감소로 인한 농산물 부족 현상으로 쌀을 비롯한 거의 모든 식자재를 중국 등지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현시점에서 심각히 거론해야 할 문제로 대두됐다.

 인구의 편차는 갈수록 심해져 대한민국 농촌인구는 전체인구의 5%에도 미치지 못하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건 60세 이상으로 고령화돼 사실상 노동 인력은 거의 상실, 그것도 낯선 이방인 근로자들을 고용해가며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향후 얼마나 버틸지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젊은이들 대다수는 정든 `흙`의 품을 버리고 도시로 나간다.

 일자리를 찾아서 떠나고 시골 우리의 터전은 빈집과 빈터만 남아 쓸쓸히 황폐화 돼 가는 오늘, 바로 우리의 농촌 실상이다.

 국토의 65%가 산지로 돼 있어 절대적 농지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황량이 버려져 덤불만 무성한 땅을 보며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가정에서 소비하는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에 필요한 농업종사자의 적정인구는 전체인구의 약 7%라고 한다.

 예로부터 흙의 문화, 흙의 삶을 지향해온 우리 민족의 우수한 영농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그 문화 속에서 태동된 순박하고 풍요한 고유의 농경문화야말로 훈훈한 흙냄새 풍기는 은근과 끈기의 동방의 빛 그 자체이며 인간과 자연에로의 희귀일 것이다.

 잿빛 콘크리트 벽 속에 최첨단 디지털망의 홍수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가는 흙냄새, 훈훈한 인정이야말로 바로 너와 나, 모두가 마음의 근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진정한 아버지의 자화상이 아닐까.

 그래도 묵묵히 인고의 날들을 `흙`과 함께 지켜온 자랑스러운 우리 농촌 일꾼들, 최첨단 콘크리트 문화로 상실돼 진 참인간의 상(像)을 본연 그 모습대로 되찾고자 오늘도 한 방울의 땀을 소중하게 흘리며 앨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의 참된 의미는 바로 `흙의 문화`이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한 `사람의 문화`를 일궈 나가고 있다.

 `상실의 시대`, 너와 나, 우리라는 개념의 카테고리마저 점차 옅어져 회색의 도시화로 변모돼 인성마저 잃어가는 오늘, 흙의 문화를 지키려는 든든한 파수꾼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근본적 대책 없이는 과연 얼마나 버틸지. 이러한 풍경 속에서 한 방울의 땀과 정을 통한 정의의 문화가 계승ㆍ발전되는 것인데 말이다.

 지난겨울 눈도 별로 오지 않은 꽤나 지루한 겨울이었다.

 옛말에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오지 않는 눈을 아쉬워하며 기해년(己亥年)에는 나라 안팎으로 조용할 날 없지만 들녘에서 활짝 웃는 어버이의 환한 미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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