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0:51 (금)
위험과 사고의 실체를 밝혀라
위험과 사고의 실체를 밝혀라
  • 이진규
  • 승인 2019.03.25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규 경남안실련 사무총장
이진규 경남안실련 사무총장

- 국가안전대진단에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지금 국가안전대진단이 한창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시설관리주체,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참여해 사회 전반에 대해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생활 속 안전 위험요소를 진단하는 예방 활동이다. 전문그룹이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살펴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국민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먹고 살기 바빠서, 지금 당장 별일이야 있겠어, 고치려면 돈이 들어 등등….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당장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 관심 밖의 일이 된다.

 안전은 미래적이며 불확실한 반면, 위험은 현재적이며 비교적 확실하다. 교통안전과 사고를 예를 들어 보자. 교통법규를 지켜서 안전해지는 것은 운전이 모두 끝나는 미래에 가서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신호위반은 지금 당장 운전자에게 확실하게 3분의 시간을 줄여준다. 이처럼 위험은 현재에 확실한 이익을 주기 때문에 유혹적이다. 하지만 안전은 불확실하고 미래에 가서야 검증되므로 위험보다 매력적이지 못하다.

 시민들이 이런 안전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국가안전대진단이 이벤트성 캠페인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편익을 위해 위험을 선택하고 방치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하지 않으면 비용과 시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고서야 깨닫게 돼서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가 없다.

 안전은 위험보다 매력적이지 못하다가 아니라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거의 재기불능에 이른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법과 제도로서 강제해야 한다.

 또한, 안전에 대한 지식의 격차를 해소하는 일도 우선돼야 한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나온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반드시 이긴다는 이 뜻은 사고와 위험에도 적용된다.

 사고를 줄이려면 사고에 대한 정확한 실체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사고는 무엇이고, 사고는 왜 발생하고, 어떤 원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개괄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이런 고찰을 통해 사고원인과 사고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가지게 된다면 안전사고 예방지식 습득과 안전을 습관화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사고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 걸까? 사고의 개념과 원인으로 접근해보자. 우선 사고의 개념인데, ‘사고’란 일반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전하게 형성된 습관과 행동으로 예기치 못하게 발생된 상해’를 뜻한다.

 이러한 ‘사고’의 개념에 대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알아볼 수 있는 상처를 입히는 우발적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미국공중위생부(National Health Survey)에서는 ‘적어도 하루 정도는 일상 활동이 제한되는 손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손상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그렇게 저하된 삶의 질은 사고발생 7년 정도의 시간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따라서 만일 어떤 순간에 사고와 접했지만 다행히 상해를 입지 않은 미미한 상해를 당했다면, 운이 좋았다고 넘길 것이 아니라 그 잠재적 원인을 규명해 같은 특성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활도로나 골목길에서 아이가 갑자기 뛰어나오는 경우, 아이는 자기중심적 행동을 한다는 특성을 미리 알고 차량 운전자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 또한 선생님과 부모님은 아이의 보행 중 안전을 습관화해주셔야 한다.

 사고 발생의 원인을 규명해보면 단일원인은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것을 크게 구분하면 인적 요인과 물적 요인, 그리고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고의 88%는 부주의 등으로 인한 인적요인으로 발생하고 나머지 10%가 불안전한 물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불가항력으로 인한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단지 2%에 불과하다.

 그럼 불가항력 2%를 제외하고 10%의 물적요인은 개선하면 될 테고, 나머지 88%가 부주의 등으로 인한 인적요인이라면 안전교육을 통해 사고발생의 인적요인인 불안전한 행동을 수정하면 88%의 사고는 예방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 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