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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기간 교회는 `디지털 금식` 나섰다
사순절 기간 교회는 `디지털 금식` 나섰다
  • 연합뉴스
  • 승인 2019.03.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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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종교계가 디지털 기기 사용 줄이기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종교계가 디지털 기기 사용 줄이기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ㆍ스마트폰 등 사용을 하루 5분 줄이기로 시작하고 성공하면 사용 시간 더 늘리기
일요일은 `디지털 안식일`로 지정 교회ㆍ성당 서약서 서명 캠페인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면 공감 능력도 상실하게 돼 참된 인간으로 살기 힘들어"

 "디지털 금식을 방해하는 어떤 유혹도 기도로써 이겨내겠습니다." 천주교 청담동성당의 `디지털 금식 서약서` 한 부분이다.

 스마트폰 중독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종교계가 디지털 기기 사용 줄이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청담동성당의 서약서에는 "디지털 금식 기간 중 유혹에 넘어가 실수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겠다", "디지털 금식을 통해 얻은 시간에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이웃에게 봉사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디지털 금식 서약서. / 청담동성당
디지털 금식 서약서. / 청담동성당

 디지털 금식이란 인터넷, 스마트폰, TV,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사용을 하루 5분 줄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성공하면 사용 시간을 더 늘린다. 일요일은 디지털 안식일로 보낸다.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한 번에 20분 이상 SNS 금지,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는 스마트폰 만지지 않기, 자기 전에 스마트폰 보지 않기, 사용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 정리, 온라인 게임 절제, 식사 중에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행위 자제 등이 있다.

 청당동성당은 "지나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사색과 성찰의 시간, 기도의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순절에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절제하고 금식하며 우리 삶을 돌아보는 뜻 있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

 사순 시기는 부활절 전 40일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전통적으로 금식, 기도, 자선 등을 실천하는 기간이다. 올해 부활절은 4월 21일이며, 사순 시기는 지난 6일 시작됐다.

 청담동성당에서는 지난 주말 약 1천500명의 신자가 서약서에 서명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인 청담동성당 김민수 주임신부는 "우리가 지나치게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고 중독되다시피 하면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공감 능력도 상실해 참된 인간으로 사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사회생활에도 문제가 되지만 신앙생활에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경각심을 가지고 내가 주인이 돼 조절해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천주교는 청담동성당을 시작으로 `디지털 금식`을 확대하고, 앞으로 디지털 중독 예방교육과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개신교계도 사순절을 앞두고 교단, 교회별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디지털 금식 운동을 진행한다.

 교회마다 사순절 기간 특정한 날을 정해 아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하루 1시간만 이용하는 `디지털 절식`을 하는 경우도 많다.

 교회 성도들은 디지털 금식이나 절식을 하는 동안에 성경 말씀을 읽거나 기도 시간을 늘려 영적인 성숙에 매진한다. 창원성산교회 이승철 목사는 "디지털 금식을 할 때는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수동적인 자세보다 적극적으로 영적인 삶을 누리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며 "특히 사순절 기간 예수님의 행적을 되새기며 참된 성도로서 거듭나는 거룩한 몸부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오는 5월 부처님오신날 기간에 집중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 줄이기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종교계는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출범한 민관협력 운동체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개신교와 불교는 자체 운동본부를 이미 출범했으며, 천주교는 오는 6월 말 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를 창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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