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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부모 ① -아이와의 인간관계
흔들리는 부모 ① -아이와의 인간관계
  • 김성곤
  • 승인 2019.03.1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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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인간관계 가운데 하나가 부모 자식사이다. 너무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다. 마음이 상해서 보지 않고 살아도 헤어져 있어도 부모자식의 관계는 끝나지 않고 평생 우리를 따라다닌다.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까지도 부모와 자녀사이는 끝나지 않는다. 이렇듯 부모와 자녀사이는 반드시 회복돼야 하기에 수잔 포워드 박사의 ‘흔들리는 부모’를 시리즈로 소개하려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인간관계는 삶에 있어 대부분 처음으로 맺는 대인관계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아이들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사랑에 거부당하면 부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어릴 때의 대인관계가 어른이 돼서도 영향을 끼친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은 사람에게 쉽게 친근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는데 비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자란 아동들은 어른이 돼서도 부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흔들리는 부모’의 저자 수잔 포워드 박사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심리 치료 전문의이다. 저자 자신도 “이 세상에 완전한 부모는 없다. 그들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나 자신도 아이에게 심한 행위를 한 적이 있다. 그런 행위를 했다고 부모로서 자격이 없는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애정과 신뢰감이 있다면, 아이가 금세 비뚤어지는 일은 없다”라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불완전한 사람이고 불완전한 부모이다. 그러나 아이를 향한 기본적인 애정과 신뢰가 있다면 아이가 금세 비뚤어지는 일은 없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문제는 부모가 아이에게 부정적인 행동방식을 집요하게 계속하느냐, 계속하지 않느냐이다. 그것이 아이에게 해악을 끼치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라고 수잔 포워드 박사는 말 한다.

 부모 눈에는 흔히 자녀들은 불안정해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하는 일이 신뢰가 가지 않고 실패할 것 같아서 자녀를 자신의 의지대로 컨트롤하려고 한다. 컨트롤의 종류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컨트롤과 마음의 컨트롤이 있다.

 직접적인 컨트롤은 명백히 공격적이어서 “내 말대로 해, 그렇지 않으면…”하는 식이며, “아무것도 사 주지 않는다”든지 “용돈을 주지 않겠다”라고 하기도 한다. 진정 아이들을 위한다면 부모는 아이들의 결정을 기다려주고 존중해 줘야 할 것이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가운데 자율성 획득 시기는 1~3세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자율성은 실종상태인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된 지금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 무언지? 자신이 원하는 결혼상대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부모의 생각을 앞세우기 이전에 아이에게 아이의 의견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아동에 대한 관심과 인격적 존경의 역사가 짧은 현실에서 부모의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한다든지 돈이나 물질로 아이들을 컨트롤하는 부모, 자녀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 등 유형은 다양하다. 아이의 실수를 기다렸다는 듯 지켜보고 있다 비난하는 부모도 있다. 언제나 우리는 아이의 강점을 발견할 줄 아는 부모가 돼야 한다. 작은 일이라도 잘 했을 때 꼭 칭찬해 주기를…. 그리고 실패했을 때 격려해 주기를….

 어른이 되기 전 아동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획득해야 하는데 때로는 부모의 잘못된 교육이 아이들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아이로 만들고 있다. 부모들의 우려처럼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부모라면 그 실패조차도 안아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줘야 할 것이다.

 나는 백화점, 지하철, 버스 등에서 부모와 아이의 모습을 많이 관찰하게 된다. 3살 정도 된 아이가 버스에서 어머니에게 안겨서 “어머니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라며 울었다. 아직 철없이 맘 놓고 지내야 할 아이인데! 마음이 안타까웠다. 어머니에게 혼 난 이유는 핸드폰을 하는 어머니를 방해 했다는 것이었다. 핸드폰이 아이보다 더 소중해지는 모습은 경전철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핸드폰 없는 세상이 아기들에게는 더 좋았다.

 아직도 나는 아이들에게 모유를 수유한다. 다 자라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이라도 지치고 힘들어 부모 품을 찾는다. 그럴 때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을 쉬게 해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서 요리를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지금 내가 세상을 향해 해야 할 일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나는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들을 안아주고 큰 바위 얼굴처럼 그들을 기다려주고 까치처럼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 줘야한다. 그럴 때 갓난아기시절 모유를 충분히 먹고 잠든 아기처럼 다 자란 내 아이들은 다시 평안을 얻고 자신의 일터로 돌아간다.

 어렸을 때 나의 어머니는 5남매를 길렀는데 어디를 가도 자식들을 주르르 데리고 다녔다. 산 너머 외가에 농번기 때 일을 도와주러 가실 때도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데리고 다니셨다. 나의 어머니는 이미 자녀를 향한 애착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실천하고 계셨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에게 한 번도 맞아본 기억이 없다. 언제나 말로 무엇이든 설명해 주시고 욕하거나 때리지도 않으셨다. 그리고 칭찬을 많이 해 주셨다. 어릴 때는 내가 잘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잘해서가 아니고 어머니가 나를 잘 봐주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칭찬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았다.

 잘 했을 때 칭찬하고 못했을 때 격려해주면 우리 아이들 또한 앞으로 자라 좋은 부모가 될 것이다. 봄이다. 마음을 다잡고 좋은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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