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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반쪽도정 운영, 부작용 외면하고 혁신이라니
경남도 반쪽도정 운영, 부작용 외면하고 혁신이라니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3.17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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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반쪽도정’ 서부청사 운영 도마에
무늬만 조직운영 혁신 옳지 않아
도 ‘격화소양’식 답변에 도민 분노
정치적 이유로 문제점 ‘나 몰라라’

 키케로가 ‘사건이 나타나기 전에는 반드시 징조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징조를 막지 못하면 사건이 되고, 이 징조를 사건이 되기 전에 막지 못하면 사태가 된다. 그 출발선이 공적인 룰이 아닌, 꼼수나 묵계에 있다면 그렇게 되기 십상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반쪽도청과 서부청사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신영욱 도의원(김해1)이 제361회 임시회를 통해 도청 조직 중, 일부 실국만을 서부청사에 배치하는 것은 균형발전보다 오히려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당의 손호현 의원(의령군)이 반쪽도정을 질타했다. 서부청사 존폐여부를 떠나 ‘제2청사’도 ‘별관’ 개념도 아닌 서부청사, 이대로는 아니란 지적이다.

 도청직원의 번거로움은 논외로 쳐도 도민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지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혁신 1순위인 반쪽도정 운영을 ‘계륵’인 듯 ‘나 몰라라’ 해서야 쓰겠는가. 2015년 개청 후, 부작용이 넘치는데 이를 알고도 방기한다면 무늬만 혁신일 따름이다.

 정책 추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행정의 효율성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균형발전이란 명분에 밀려 경남도가 본청도, 서부청사도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무늬만의 조직 운영을 한다면 옳지 않다. 이런 판에 올해 단행된 조직개편도 볼썽사납다. 개념도 없이 시류에 편승한 듯, 행정ㆍ인사ㆍ교통ㆍ항공ㆍ자동차ㆍ산단ㆍ경제 등 부서확장과 업무분장은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한 행정 효율성 향상과는 다소 먼 거리다. 도민은 불편을 직원들은 본청과 서부청사를 오가는 시간ㆍ혈세 낭비까지 그야말로 콩가루 조직이다.

 조직은 일관된 조직체계가 기본이다. 조직분산은 정책들 간 상호모순과 충돌, 관리상의 중복과 낭비, 혼란은 필연적이다. 또 기형조직인 서부청사는 국장 위에 본부장이란 옥상옥의 구조에다 결정된 사항도 부지사와 도지사를 거치면서 첨삭(添削)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간부들의 도청출장은 반복이 일수다. 경남도는 내부적으로 도정혁신을 외부적으로는 사회혁신을 통해 경남을 확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조직체계를 통한 위민행정은 뒷전인 듯하다. 가관은 도지사 권한대행의 언행에 있다. 그는 “취지는 공감하나 비효율성이 절대 가치는 아니다”며 “생활권이 진주 직원이 62%다, 서부권역주민 편의를 위해 서부민원과 확대운영으로 안정화돼 가고 있다”는 등 도민보다는 곁가지로 피해 가려 하는 등 정작 가려운 것을 긁어주지 못하는 ‘격화소양’식 답변은 분노를 낳게 한다. 서부청사 존폐여부를 떠나 현 상황은 서부청사가 계륵인 반면, 도 본청은 광역단체 중 유일한 반쪽도정으로 운영, 도민과 직원 모두가 쓴 소리다. 때문에 서부청사에 소재한 국(局)을 본청으로 이관하고 서부청사도 규모는 달리해도 본청과 동일한 업무처리 조직으로 개편돼야 한다.

 경남도는 도정 및 사회혁신을 통해 경남을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불합리한 도청 내부조직도 수술하지 못하면서 TF도 아닌 혁신부서 모양새에 대해 출구가 걱정이라 한다. 때문인지, 병사를 대상으로 한 소원수리를 빗대 도정전반에 대한 직원제안서가 답이라는 등 반쪽도청을 도청이냐는 비아냥거림도 없지 않다.

 전직 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후, 균형발전과 100년 만의 도청 진주 이전이란 명분의 덧칠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본청과 서부청사 모두 제한된 기능만 가능, 인허가 등 연관된 업무는 창원과 진주를 왕복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의 연출에 있다. 민선 7기, 출범은 이런 문제를 알고도 바로잡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유가 다분한 개청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유(票)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다면 개혁을 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로 인해 업무량 증가, 효율성 저하, 도민과 직원불편, 예산낭비 등 우려는 현실화가 됐다. 도청직원이 도청으로 출장을 가는 등 도청 내부의 불만을 넘어 도민까지 나서 절름발이 조직의 문제를 지적해야만 하는지를 되묻는다.

 발길은 늘 갈림길에 닿기 마련이다. 한번 발을 들여놓은 길에서 멈춰 돌아가는 일은 벅차다.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내가 가야 하는 길로 걸음을 옮겨야 한다. ‘기로망양’은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예시하는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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