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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해야 할 학교 문화 속 일제 잔재
청산해야 할 학교 문화 속 일제 잔재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9.03.13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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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편집부국장
김명일 편집부국장

 올해로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1일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로 본청 마당에 있던 가이스카 향나무를 뽑아냈다. 향나무 자리에는 우리 고유 수종 소나무를 심었다. 상징적인 의미다. 가이스카 향나무 한 그루 뽑았다고 일제 잔재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 문화 속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의미다. 경남교육청이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상징적인 일을 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교육 문화 속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식민지 시대 일본은 교육ㆍ철학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짓밟고 식민 지배를 통해 한민족 자체를 말살하려 했다. 창씨개명, 국어사용금지, 일선 동조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 민족을 사람으로 대접하려는 것이 아니라 짓밟고 강제로 일인화 하려 했다. 이런 풍토 속에 일인 교사는 한인 학생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며 가르쳤다. 교사는 권위주의적으로 군림하고 학생 인권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런 풍토가 남아서 교사가 학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교장은 교사를 얕잡아보는 풍토가 있다. 이러한 교육 문화는 일제 잔재로 학생 인권이 논란이 되고 교장, 교사의 권위주의적 형태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식민지 보통학교 규율 실태를 보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행동 수칙, 각종 예법, 상벌제도 등과 같은 규칙, 조회 등으로 대표되는 집단의식, 운동회나 소풍 등 과외 활동, 반장제 등으로 대표되는 학생 동체 조직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교사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질서관, 학생관, 교육관 속에 식민지 잔재가 녹아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교육 문화 속에는 어떤 일제 잔재가 남아 있을까.

 교육 문화 속에는 규칙과 집단의식을 강요하는 다양한 일제 잔재가 남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교복 문화인데, 물론 디자인이 다양하게 바뀐 지금의 교복이 일제 잔재라는 것은 아니다. 교복 문화 속에 남아 있는 규율과 통제가 일제 잔재로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 교복은 학생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동일한 교복을 입히고 획일적으로 학생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왔다. 지금도 여전히 교복은 학생들을 규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최근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촛불시위에서 학교에서 치마 길이가 무릎보다 위에 있으면 벌점을 받고 명찰을 안 해도, 체육복을 입어도 벌점을 받는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인권침해를 바로잡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내 일제 잔재는 연혁 소개에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 교장의 사진이 버젓이 소개되는 등 일제 잔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 학교의 교가는 친일 인사들이 작곡한 노래가 여전히 불려지고 있었고, 교육기관의 행정 용어에도 일제 잔재가 남아있다. 경남교육청과 직속 기관의 사무관(5급) 이하를 통상 주무관으로 불린다. 7ㆍ8급 공무원의 직급 명칭은 공식적으로 `주사보`와 `서기`지만 모두가 일본식 계급 명칭이다. 청산해야 할 행정용어이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에 일본 제국주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눈에 보이는 일제 잔재를 지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 문화 속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행 교육시스템과 시설, 용어 등에 일제 잔재가 여전히 많고 교육계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제 잔재를 속히 청산해야 한다. 경남교육청은 교육 문화 속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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