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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정치 걱정하는 부끄러운 자화상
국민이 정치 걱정하는 부끄러운 자화상
  • 이문석 기자
  • 승인 2019.03.1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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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석 지방자치부 부장
이문석 지방자치부 부장

 올해가 3ㆍ1독립선언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기념비적 해라며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며 10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으나 우리는 그동안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에게 어떤 예우를 해왔고 그분들의 가슴에 묻고 살아온 애환을 어떻게 녹여줄 것인지를 되새겨 보면 뒷맛이 개운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한ㆍ일 양국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 226명이 식민지배 등 제국주의의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할 것을 자국 정부에 촉구하는 `2019년 일본 시민지식인 성명`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현재의 비정상적인 대립과 긴장 관계를 우려해 긴급히 성명을 발표하게 됐으며 일본 정부는 `무라야마담화`와 `간총리담화`를 바탕으로 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야말로 한ㆍ일 관계는 물론, 북ㆍ일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열쇠라고 강조하면서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일본 정부의 잘못된 역사관을 진솔한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전향적으로 대응해 대립과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양심적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데 위안을 가지면서 `우리 정부와 국회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통한의 아픔을 녹여줄 전향적 대응 계획이 있는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한 정당한 예우 문제는 고려하고 있는지?`가 궁금하게 느껴진다.

 물론 아픈 역사도 역사이기에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한다"며 역사의 정체성을 찾고 지키는 기념행사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아픈 역사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를 되새겨 보고 반성도 하면서 그런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또, 가해자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외교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3ㆍ1독립운동 100주년에 즈음한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지 않아 아쉬운가 하면 민의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는 국회가 성명하나 내놓지 않는 행태는 참으로 우려를 넘어 절망스럽다. 개점휴업상태인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이런 정치지도자들의 행태가 잘못된 역사를 만드는 단초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기에 국민들은 걱정하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인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게 하는 오늘의 현실이 애국지사와 그 유족들을 더 슬프게 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아무튼 인류의 역사 속에는 어떤 경우라도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도 안 되지만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하는 진실이다. 그렇다면 한ㆍ일 양국은 서로를 위해 과거사를 진솔하게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그런 전향적 대응 자세만이 양국이 공생 공존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는 더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대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서로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보훈 가족의 가슴속에 품고 있는 통한의 슬픔은 누가 풀어드릴 수 있겠는가? 이제는 독일의 사례를 되새겨 보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적극적인 외교력을 발휘해 전향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우리 모두는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보훈 가족들이 `함께 만드는 100년`의 주역으로 당당히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예우 문제도 국민 정서와 국격에 어울리는 예우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물론, 수십 개로 나뉘어 운용되고 있는 보훈 관련 법령도 형평성과 객관적 기준에 부합되는지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3ㆍ1독립운동 100주년에 즈음해 우리 모두는 애국지사와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다지고, 이렇게 아픈 역사를 후세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겸허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한다"는 호국정신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잊혀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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