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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투쟁 촉발 대우조선 매각, 상생 해법 기대
극한투쟁 촉발 대우조선 매각, 상생 해법 기대
  • 한상균 기자
  • 승인 2019.03.1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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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지방자치부 남부본부장
한상균 지방자치부 남부본부장

 세계 2대 조선소(빅2)가 포진한 조선메카도시 거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에 돌아다니는 개도 1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만연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던 거제시가 지난 2015년 이후부터 선박 수주 급감 사태를 맞고 조선업의 내리막길이 시작되면서 지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조선 산업을 병행해 떠오른 대안이 관광산업이었지만, 조선 산업의 위축은 `바람 앞의 등불`임을 깨닫는 데는 너무 그 대가가 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수입 없이 소비산업이 발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견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이 증명되고 말았다. 조선산업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데다 그 후폭풍까지 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폭풍은 거제를 넘어 경남 전체의 문제로 확산됐다. 경남의 아파트는 신규분양이 이미 중단된 지 오래고 5천만 원에서 반 토막 난 아파트가 계속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풍 매미와 같은 초특급 정책 없이는 나락으로 떨어진 지역경제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대세인 시점이다. 다행히 가장 문제의 조선소로 지목됐던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수주 목표도 80%를 넘겼고,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보여주며 거제 빅2가 나란히 지역경제의 축으로 시민들에게 기대를 안겨주면서 새해를 산뜻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지난 1월 31일 중앙언론을 통해 발표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소식은 엄청난 날벼락이었는데 급기야 지난 8일 인수계약까지 치러지고 말았다.

 지금 거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이라는 이 문제 앞에 초토화돼 가고 있는 시국을 맞고 있다.

 모처럼 일거리를 찾은 노동자들이 조선 현장에서 용접 불꽃을 지펴야 할 생활의 터전을 파업 등 극한 투쟁의 현장으로 만들어가게 하는 것은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지회장 신상기)는 11일 대우조선 남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 동반한 동종사 매각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현대중공업 자본과 산업은행의 발표문은 종이 쪼가리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 구조조정, 재벌 특혜, 지역경제 말살 등을 주장한다.

 현대중공업 자본이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기자재납품업체의 승계 등을 내세웠지만 인수합병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독자 경영을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포장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2008년 한화에 6조 3천억 원에 매각 절차를 진행했던 대우조선을 불과 4천여억 원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을 문제 삼았다. 부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명백한 현대중공업 자본에 대한 재벌 특혜라는 것.

 또,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그룹과 달리 조선 기자재를 지역의 중소기업을 통해 공급받고 있는 향토기업으로 대우조선 내 3만여 명의 노동자들과 수만 명의 2차ㆍ3차 사외 업체, 그리고 1천300개가 넘는 조선 기자재 업체의 7만 노동자의 존립 문제를 들고 있다. 부산ㆍ경남의 조선 기자재 벨트는 연 3조에 달해 지역경제의 몰락을 초래하고 특히, 모든 경제지표에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남도의 지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매각 파동을 문재인 정권의 폭거로 규정함에 따라 80년대 극한 상황의 대우조선 회기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제 거제의 나날은 오로지 노조의 투쟁을 보는 것만 남았다. 20여 년을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뤘던 노사 양측이 지난 2015년 노조협약에 따라 중단됐던 임금협상을 남겨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춘투만으로도 노사협상이 쉽지 않은 시점에 `대우조선 매각`이라는 시한폭탄까지 가세했다.

 산업은행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노조의 몰아붙이기 투쟁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표현했지만 노조의 투쟁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배를 만들어야 하는 인력이 파업에 나서야 한다면 그 손해는 원인 제공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소통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이 정부가 밀실, 특혜, 구조조정 등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제자리를 찾을 것 같았던 조선업의 부활을 앞에 두고 희망에 부푼 노조와 거제시민, 나아가 경남도민에게 투쟁이 아닌 상생의 해법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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