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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민주주의와 부패한 사회주의
무식한 민주주의와 부패한 사회주의
  • 이광수
  • 승인 2019.03.1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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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무식의 사전적 의미는 `지식이나 식견이 없다`는 뜻이지만 그 함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무식한 민주주의란 앞서 말했듯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모른다는 뜻이다. 부패한 사회주의는 부패의 법규적, 정신적 개념의 반대말인 청렴하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지금 사회학자나 평자들은 우리 사회를 왜 이렇게 비관적으로 진단하고 있을까. 어느 논객의 블로그(blog.naver.com/bidam1960)에 실린 글에 필자의 견해를 가감해 재진단해 본다.

 인간의 가치와 세상의 원리, 포용과 관용, 다양성의 수용 등은 보편적 인류생존의 법칙이다. 이를 거부하고 질투하고 무시하고 비난하고, 처단처벌을 거듭한 종교재판, 인민재판, 적폐청산, 이념강요, 집단주의, 극단주의, 원리주의, 유일사상, 포플리즘 등이 생존수명을 이어가는 탐욕을 억제하고 해체할 수 있는 것은 용기 있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러나 그럴 용기를 낸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고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인류생존의 보편적 가치를 굳건히 지키지 못하고 결국 패망의 나락에 빠지고 만다. 이런 관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부정적 의미의 이념논쟁과 적대 감정의 표출행위들은 인류 보편적 생존 가치의 상실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행동기제인 촛불과 태극기 간의 심각한 대립갈등은 한민족의 문명과 인간 정신을 위협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압축성장이라는 경제 기적과 정치 민주화는 선각자들의 피와 땀과 목숨을 담보로 이룩한 값진 성과물이다. 대한민국의 장구한 역사는 시기와 질투와 폭력만의 역사가 아니다. 인간의 가치, 세상의 원리, 포용과 관용, 다양성의 수용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거부하면 성장발전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공존을 위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이처럼 엄정한 역사적 교훈과 정의를 무시하면 무식한 민주주의와 부패한 사회주의 함정에 빠질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남미 등 수많은 국가들은 퍼주기 식 포플리즘 후유증으로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외부적 경고음과 지난 역사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무식한 민주주의와 부패한 사회주의, 인기 영합의 포플리즘이 득세하는 가운데, 법치주의가 권위를 잃고 내로남불의 아나키즘이 난무한다. 이런 상태의 지속은 우리를 상대적 빈곤과 침체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사회다. 산업생태계는 IT와 연계한 자동화와 지식 정보화를 전제로 AI 기술과 연계한 VR(가상현실)을 넘어 AR(증강현실) 시대로의 이행을 재촉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사회현상과 기술진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하는 범국가적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그리고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가 네오내셔널리즘(신민족주의: 자국우선주의)으로 돌변하면서 새로운 무역 전쟁이 강대국을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의 내부분열과 극한 대립은 국가 성장 동력상실의 악재로 작용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한계이익이 제로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가상 플랫폼을 통한 혁신적 창조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성장발전에 대한 기대는 요원할 것이다.

 스탠퍼드대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명저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는 인류의 진화와 정부의 최종 형태이며 역사의 종착점이다"라고 했다. 그는 누구도 기술발전에 따른 불평등의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어떤 정치체계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법 같은 해결책을 가지게 될 확률은 극히 낮다고 했다. 또한 전체주의나 권위주의의 실패는 사회구성원들이 거짓과 진실, 정의와 사악함의 구분을 명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시대나 그랬듯이 인간은 자율적이고 성숙한 존재라고 했다. 역사를 하나의 일관된 진보의 과정으로 간주한 헤겔과 마르크스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를 채우는 사회형태가 출현했을 때 역사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 역사를 헤겔은 자유주의 국가라고 한 반면,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사회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후쿠야마와 헤겔, 마르크스의 사상적 견해에서 우리의 선택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에 시민 모두가 다른 시민의 존엄과 인간성을 존중하고 이것이 권리의 보장이라는 형태로 국가로부터 인정받게 돼야 한다. 플라톤이 말한 인간의 세 가지 영혼은 욕망, 이성, 튜모스(패기)다. 튜모스의 두 종류는 `우월욕망`과 `동등열망`으로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양립시켜나가느냐가 역사철학상의 큰 문제다. 이처럼 인간의 기본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을 국민의 민주적 의사에 의해 모색하고 도출해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보편적 사회라면 무식한 민주주의와 부패한 사회주의가 발붙일 시간적ㆍ공간적 여지를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보다 성숙된 민주 의식으로 재무장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자존을 지키는 길임을 자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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