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전 시민 같은 책을 읽는 상상
김해 전 시민 같은 책을 읽는 상상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3.07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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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김해 모든 시민이 책 한 권을 같이 읽고
시청 카페에서 고분박물관 옆 벤치에서 책 읽은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이 순간에 집중하라’, ‘한계를 두려워하지 말고 상상하고 노력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시련 끝에는 언제나 새로운 길이 있다’, ‘……’.

 한 줄을 읽어도 말초신경에서 힘이 솟구치는 이 말들은 책에서 얻은 한 줄의 교훈이다. 책 한 권을 읽고 인생을 바뀌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한 권의 책이 무슨”하다가도 주위에 “이 책을 읽고 삶의 길을 수정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미칠 노릇이다. 책의 영향을 과소평가할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책의 영향을 무한대로 펼치기에도 낯선 감도 없지 않다. 책을 가볍게 다루면 가벼운 친구가 되고 책을 소중하게 다루면 소중한 친구가 된다. “좋다. 책에서 내 길을 찾아보련다”고 각오를 다지면 책은 배신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온다.

 책이 책을 보증하지만 책에서 길을 찾아 인생 역사를 새로 쓴 사람은 많다. 현대 인간이 절망의 언덕에 서다가도 소망의 하늘을 보게 하는 힘은 책에서 나온다. 인류사를 관통하는 고전은 생명력이 길뿐 아니라 인류가 끝이 있다면 끝까지 가는 몇 개 안 되는 소중한 물건 중 하나이리라. 실제 책에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은 책을 채권자로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평생 책을 읽지 않고도 잘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원래 사람들은 뻔뻔하기 때문에 공기가 없으면 몇 분도 못 사는데도 공기의 고마움은 잘 모른다. 요즘 워낙 미세 먼지가 극성을 부리니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귀한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럼 책은? 자신을 둘러보고 인생이 허망하다고 느껴지고 심연 깊은 곳에서 존재의 무기력함을 느낄 때 책을 손에 들면 더없이 좋다. 책이 주는 위로와 새로운 힘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김해시는 책과 연관이 깊다. 김해시는 2007년 ‘책 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한 후 매년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등 책과 친밀한 행정을 펼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를 처음 넘었다. 선진국 대열에 줄 섰는데 국민들은 환호보다 탄식이 앞선다. 3만 달러 시대에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연 수익이 1억 2천만 원을 넘어야 하는데 턱도 없는 소리다. 주위를 둘러보면 한 가정에 1억을 벌어들이는 대단한 수완가는 없다. 소득 양극화가 웬만한 사람을 상대적 빈곤에 빠트려 큰돈을 만지는 가정은 드물다. 가계 수입이 기업 수입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구조에서 가계는 편안하게 숨을 쉬기 힘들다. 이와 마찬가지로 책 읽는 도시 김해에 책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 읽기도 양극화의 늪에 있는지 모르지만 문화의 도시 김해에 책 읽는 소리가 커져야 한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 있다고 믿으면 책의 유혹에 빠져도 손해 볼 일은 없다. 식상한 소리같이 들리겠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일어난 많은 사람의 배경을 보면 어릴 때 독서력이 대단했다. 어릴 때 할 일이 없어 책을 붙들고 살았다는 말을 들으면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하지만 할 일 없는데 책을 붙든 건 탁월한 선택이다. 할 일이 없는데 비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면 더 비참해진다.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어도 책과 뒹굴면 생산적인 발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김해시에서 독서모임이 자발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김해시가 행정적인 편의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행정적 뒷받침을 하면 김해시는 더욱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게 분명하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강력한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김해에 사는 한 다독가는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어느 날 문득’이 책을 읽다 보면 경험하는 놀라운 혜택이다. 독서는 선물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고 싶으면 책을 옆에 둬야 한다. 자기 발전과 내적 충실을 얻기 위해 독서하라는 말은 이미 식상하다.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이 또한 책에서 얻은 교훈이다. 모든 김해 시민이 책 한 권을 같이 읽는 상상은 너무 허황된 일일까. 이미 이런 독서운동은 여러 나라에서 있었다. 김해시가 올해의 책을 뽑는 괜찮은 행정에 책 읽기를 다독이는 적극적 행정을 펼치면 좋겠다. 김해 모든 시민이 책 한 권을 같이 읽고 시청 카페에서 대성동고분박물관 옆 벤치에서 책 읽은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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