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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장서운동` 국가 차원서 챙겨야 한다
`파리장서운동` 국가 차원서 챙겨야 한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3.03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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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지방자치부 부국장
김영신 지방자치부 부국장

 올해는 3ㆍ1독립만세운동이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3ㆍ1운동은 전 세계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평화적인 저항운동으로 손꼽힌다. 특히 국내ㆍ외 곳곳에서 자발ㆍ자생적으로 발발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자주국가로서의 기틀을 마련한 운동이다.

 지난 1일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 유림독립운동기념관에서 일제강점기 한국 유림이 국제사회에 전한 독립운동인 `파리장서운동 100주년 기념식`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파리장서운동`. 3ㆍ1운동이 일어난 당시, 지식인이었던 유학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끌어낸 3ㆍ1만세운동에 버금가는 독립운동으로 한국 역사에 기록돼 있다.

 `파리장서운동`은 지난 1919년 산청 출신 면우 곽종석 선생 등 전국 137인의 유림 대표가 전문 2천674자에 달하는 장문의 한국독립청원서를 작성, 파리강화회의에 보내 대한독립 정당성을 호소한 유교계의 대표적 독립운동이다.

 `파리장서`는 파리에 보낸 긴 글이란 뜻으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승전국 대표들에게 3ㆍ1독립운동 실상을 알리고 일제를 준엄하게 꾸짖어 민족독립 정당성과 대의를 밝히고 있다.

 통신 시설은 물론, 사람 간 소통도 쉽지 않던 당시 지식인 계층이었던 전국 유림들이 뜻을 모아 독립운동에 앞장선 것은 독립운동 중에서도 기념비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유림 대표 137인 중 2/3 이상이 문중 증손이나 가정의 장자들로 당시 전통질서가 남아있던 시대에 여론을 주도한 유력자들이 식민통치 권력과 타협을 거부하고 전면 투쟁에 나섰던 것.

 그 중심에는 산청 단성면 출신의 면우 곽종석 선생이 있다. 면우 선생은 3ㆍ1운동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붓으로 일제에 항거해 온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파리장서운동`에 앞서 일제의 국권 침탈이 극에 달하던 시기인 지난 1895년 `을미사변`에 항의하며 의병 결성을 촉구하는 통문인 `삼계 통문`에서도 첫 번째 서명자로 나섰다.

 이후에도 면우 선생은 국제 사회에 대한 호소와 실력 양성을 강조했다. 1896년 일본인들의 난행과 패악을 알리고자 `천하포고문`을 작성, 각국 공사관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면우 선생이 `파리장서운동`의 전문을 완성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군은 남사예담촌에 `파리장서운동`을 기리는 유림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린 `파리장서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파리장서운동` 의미를 지역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한다. 많은 기대가 된다.

 최근 일본이 군국주의로 회귀하면서 역사 왜곡이 갈수록 노골적이고 도를 넘고 있다. 여기에 친일독재를 미화하려는 일부 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처지에서 `파리장서운동`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개인적으로는 역사적으로 3ㆍ1독립만세운동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닌 `파리장서운동` 기념행사가 앞으로 군 단위 행사에 그치지 않고 경남도의 국가적 행사로 격상되기를 바란다.

 당시 `파리장서운동`에 동참한 137인의 유림대표는 물론 이 장서를 상해 임시정부에 전달하고 번역해 파리는 물론, 중국 등 세계 국가에 전하는 일에 동참한 애국지사들을 발굴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또 1920년 곽종석 선생 후학들이 선생을 기리고자 지은 이동서당과 옆에 자리한 유림독립운동기념관에 더 관심을 쏟아 많은 후손들이 이곳을 찾아 곽 선생의 올곧은 기개와 민족정신을 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곽종석 선생 생가도 복원해 그 의미를 더하고 황금만능주의나 이기주의가 팽배한 작금의 현실 속에서 독립지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이타주의 정신을 한 번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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