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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공감 필요한 창원시 근현대기념사업
시민 공감 필요한 창원시 근현대기념사업
  • 이광수
  • 승인 2019.03.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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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창원시는 올해 기미년 독립운동 100주년과 마산항 개항 120주년, 부마항쟁 4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추진 캐치프레이즈를 시민공모로 선정했다. 821건의 응모작 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캐치프레이즈는 `역사의 바람, 다시 창원을 깨우다`이다. 여기서 `역사의 바람`은 앞의 세 가지 역사적 사건을 의미할 것이다. 그때의 역사적 사건이 상징하는 메시지를 담아 근현대사 재조명 기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역사의 바람에 대한 재조명은 그 나라 그 지역민의 공감대 형성 여부에 따라 순풍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역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창원시는 지난 2010년 구 창원, 마산, 진해시가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행정편의주의로 통합돼 탄생한 도시다. 아직까지도 통합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아 사사건건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역사적 사건의 명과 암을 팩트(fact)에 근거해 창원시 근현대기념사업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자못 궁금하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현재를 사는 사람에 의해서 재단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한편으로 치우쳐 재조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일관계는 일제 잔재 청산, 위안부 공식 사과, 민간인 징용보상 문제 등 미해결된 현안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그리고 6ㆍ25 한국전쟁의 기존평가에 대한 재해석 논란으로 보수ㆍ진보 양 진영 간의 갈등이 고조돼 혼란스럽다. 국사 검정교과서 수정내용에 대한 왜곡 시비가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는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원대한 목표실현을 위해 국력을 총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엊그제 있은 베트남에서의 북미 2차 정상회담은 우리의 간절한 기대와는 달리 결렬이라는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처럼 남북문제는 우리 단독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내문제가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미묘한 문제다.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는 이념논쟁의 편향성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갈등의 히든 스토리가 항상 내재돼 있다. 항일독립운동가 중 입북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새 정부의 재평가 서훈에 대해 보수진영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항일투쟁사에서 프롤레타리아 추종자의 서훈 추서는 민주정체의 기본이념에 배치된다는 논리다. 이는 보편적 국민 정서와 관련된 문제로 기념사업 역시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 마산항 개항 120주년 기념사업은 어떤가. 마산이라는 지명조차 상실한 해당 지역민들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신설야구장 명칭 문제로 홍역을 겪었다. 이처럼 구 창원, 마산, 진해시민들의 정체성 통합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시간의 고향`은 행정편의주의로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개항 120년을 맞는 마산항의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인파로 북적이던 불종거리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고, 호객 소리 드높았던 부림상가는 텅 빈 점포로 을씨년스럽다. 70년대 전국 7대 도시로 융성했던 그때의 영광에 대한 향수는 쉬 잊혀질 `시간의 고향`이 아니다. 마산 신항개발은 매립 섬의 개발방식 문제와 가포매립지의 컨테이너부두운영 선사 미확보로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부마민주항쟁은 3ㆍ15의거와 함께 마산의 근현대사를 대변하는 민주화의 상징이다. 이 역시 친일잔재 청산 문제와 함께 민주화 성지로서 위상을 지고 지선으로 고수하려는 시민단체와 마산지역 고유한 지역 정서를 지키려는 시민단체(문화예술단체)간에 한 치의 양보 없는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산 이은상의 독재정권 협조 시비와, 이원수의 친일행적에 대한 극단적 의견차로 지역 문화 콘텐츠화 사업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일방의 이념논쟁에 경도돼 위 세 가지 기념사업추진이 균형감각을 잃을 경우, 시민의 외면 속에 특정 집단의 퍼포먼스로 끝날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근현대사기념사업 추진단 구성도 어떤 성향의 사회문화예술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될지도 궁금하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념비적 상징사업은 보편적 사고와 합리적 균형감각을 지닌 단체와 사람으로 구성해야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정치적 이념과 성향에 맞는 인사 중심으로 구성할 경우 예산만 낭비한 채 시민들의 외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과거 모 군 지역의 전 대통령공원 조성사업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창원의 근현대사기념사업 캐치프레이즈가 지향하는 `역사의 바람`이 다시 창원을 일깨울지는 사업 시행 전 시민의 공감대 형성 여부에 달려있다. 자칫 자신의 재직 중 치적 과시용 전시사업에 치중한 나머지 특정 단체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사업에 치우칠 경우 많은 전례가 보여주듯 실패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어쨌든 통합 창원시 10년을 1년 앞두고 추진하는 창원시 근현대기념사업이 당면 현안 사업의 해결을 견인하고, 통합 창원시민의 일체감 조성과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기획 추진돼야 할 것이다. 캐치프레이즈 `역사의 바람, 다시 창원을 깨우다`가 평지풍파가 아닌 창원의 정체성 확립과 재도약을 일깨우는 봄바람 같은 훈풍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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