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29 (금)
풀뿌리 민주주의는 진정한 소통에서 시작
풀뿌리 민주주의는 진정한 소통에서 시작
  • 노동호
  • 승인 2019.02.26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호 하동문화원장
노동호 하동문화원장

소통(疏通)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기에 지방자치 시행 이후 주요 화두로 강조돼 왔으며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해서는 모든 후보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해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공통적으로 별반 달라진 것이 보이지 않고 있어 아쉬운 가운데 인근 진주시와 남해군이 시ㆍ군민 소통위원회를 가시적으로 출범시켜 그나마 다행스러운 마음에 전 시ㆍ군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역의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의 사전적 의미도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함 △의사가 서로 통함 △도리와 조리에 밝음 △덮이거나 막힌 것을 열어 트이게 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 중국도 소통을 중요시하면서도 소통의 시작은 공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뜻이 아닌가 한다. 이런 중요한 화두인 소통이 지난해까지는 토대를 닦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우리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해로 만들어 갔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 주변의 사정을 살펴보면 앞으로 시대환경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은 인식하면서도 현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특히 직위가 높을수록 독선과 불통이 깊게 자리 잡아 왔다.

 그간 지방자치가 성년이 되기까지 많은 성과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시행착오의 대부분이 독선과 불통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해 왔다. 특히 지자체장의 경우 지역의 100년 미래를 그리는 토대를 닦겠다는 마음보다는 임기 중에 뭔가 성과를 내고 싶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성급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기에 더욱 가슴 아픈 일이 아닌가 한다.

 물론 자치단체마다 답은 현장에 있다며 현장 행정을 외치고 현장을 자주 찾기는 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초기에는 그런대로 지역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보이다 조금 지나서는 자신감인지, 심리적 불안감인지 자화자찬을 하게 되고 민의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음으로써 일선 현장의 공직자들이나 지역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아쉬운 것이다.

 지난해 모 대학의 행정학과 교수가 방송에 출연해 자치단체장이 자기 자랑을 하기 시작하면 소통의 중요성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꼬집으며 그 치적 홍보는 그 조직의 홍보팀이 맡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역할 분담이라고 했던 말이 새롭게 느껴진다.

 우리의 이웃을 비롯해 주변의 공ㆍ사 모임에서 자화자찬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으나 그런 사람 대부분이 실속이 없거나 자신만의 엘리트 의식에 갇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칭찬은 상대가 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자화자찬은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를 옥죄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황금돼지의 해에는 그동안의 부정적인 인식과 나쁜 습관들은 말끔히 털어내고 풀뿌리 민주주의 기본정신인 소통을 제대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다지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

 민의를 존중하고 지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론의 장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경청하고 반영하는지? 현안을 제대로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얼마나 하는지? 등의 소통의 평가 결과는 그 자치단체의 알찬 미래에 대한 공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선출직 지도자들이 선거 과정에서의 절박함과 초심을 잃어버리고 군림하려 하는가 하면 언제 어디서나 자화자찬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훌쩍 떠나는 경우 없는 행태를 많이 봐옴으로써 우리는 그런 불통과 오만에 회의를 느끼고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아왔다.

 이제는 우리의 의식 수준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수준에 와있을 뿐 아니라 그런 불통과 오만을 응징할 수 있는 힘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의원들의 오만함이 극에 달해 지역민들이 의원 총사퇴를 주장하는 예천군의회와 순천시의회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민심이 천심임을 항상 가슴에 새겨뒀으면 한다. 우리 사회의 모두가 다 그래야 하겠지만 특히 선출직 지도자들은 더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겸손이 몸에 배도록 할 때 스스로는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이루고자 하는 꿈을 성공시킬 수 있는 자산이 된다는 단순한 인생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울러 이런 소통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고 함께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굳건한 의지의 리더십이 뿌리내릴 때 풀뿌리 민주주의는 성공의 닻을 올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