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9:13 (수)
안전등급 최하위 남해초, 왜 이렇게 됐나
안전등급 최하위 남해초, 왜 이렇게 됐나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9.02.2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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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렬 지방자치부 국장대우
박성렬 지방자치부 국장대우

무려 114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해군 남해읍 소재 남해초등학교가 최근 건물의 안전진단 결과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새 학기 시작을 불과 보름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전해진 이같은 충격적인 소식에 학부모는 물론 총동창회 등 동문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남해교육지원청과 남해초등학교 등 교육 당국은 최근 남해초 본관 및 후관 등 학교 건물의 정밀안전진단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인 E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들은 안전진단 결과를 공개하며 학생들을 컨테이너 건물 등 임시시설을 활용하겠다는 임시수용대책을 밝혔지만 이같은 대안마저도 사실상 당장 시행되기는 한계가 있어 당분간 학생들의 불안한 등교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건물이 이 지경에 처할 때까지 교육 당국이 대체 뭘 하고 있었냐며 분노하고 있다. 당장 지난 학기까지 아무런 이상 징후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가 갑자기 새 학기를 앞두고 건물이 상당한 위험에 처했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믿을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많은 남해초등학교 동문들도 모교의 이 같은 상황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필자도 남해초등학교 48회 졸업생으로 동문 중의 한 사람이지만 최근 모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지난달 말 갑자기 학교 건물에 대한 내진 성능 검사 도중 이 같은 안전진단 결과가 나왔다는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설명조차도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결과가 나왔음에도 십 수일이 지나 이 같은 공식 결과를 공개한 것도 학교나 교육 당국의 책임을 피할 궁리를 찾다 어쩔 수 없이 공개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지역 내에서는 일고 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모를 일이지만 이왕 이렇게 된 상황이라면 우선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대책이 시급하다. 당장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 내 가건물을 이용한 교사 신축 계획을 언급한 교육 당국의 제안을 철회하고 대체 부지를 확보해 안전한 곳으로 이전해 수업을 진행하거나 인근의 타 교육기관을 활용한 분산 수용 안을 강구해 줄 것을 독촉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여러 가지 제한으로 인해 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허나 이 같은 학부모들 요구를 일단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나 최종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당국은 내놓고는 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기왕 남해초등학교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 학교 건물 신축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현재 공론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남해군 청사 이전 논의와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지역사회 내에서 필요해 보인다. 남해군민들은 잘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남해초등학교와 현 남해군청 부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실상 맞닿아 있다. 현 청사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신축 계획도 청사 이전 계획에 포함돼 있고 현 청사 부지와 인접한 탓에 남해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한 군 청사 이전 계획 또한 공론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지난 18일 당장 장충남 남해군수, 박동주 남해경찰서장, 배진수 남해교육장 등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 했으나 모두가 공감은 하면서도 딱 부러지는 해답은 나오지 않고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는 것. 아직 공론화 과정에 있기는 하나 현 청사 부지를 활용한 확장 이전안은 애초 군민들이 희망했던 행정타운 조성과는 거리가 멀고 또 단독청사 건립으로 방향을 정한다고 하더라도 좁은 부지 면적과 향후 행정수요에 대처할 부지 확장성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최근 남해초 건물의 안전진단 이슈가 불거지자마자 남해초등학교 부지와 현 청사 부지를 모두 활용한 군 청사 건립 제안이 지역 내에서는 무게 있게 논의되고 있다. 학교 신축 이전 시 읍내 2개의 초등학교 통합문제가 자연스레 대두될 수밖에 없어 양 학교 동문이나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남해초 건물의 안전 문제로 신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함께 논의해 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분석과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해양초등학교 입학생이 불과 10명에 그치는 등 지역 내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 남해초등학교와 해양초등학교의 통합 논의가 사실상 시간문제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사회적 논의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도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 청사 이전 신축 논의에 양 초등학교 통합 문제까지 함께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거치고 학교 통합이전에 대한 여론이 무르익으면 현 남해초등학교와 현 남해군청 부지를 신청사 대상지로 해 도심 내 주차난과 청사 주차 문제를 해결할 지하 주차장 건설 등을 추진하고 도시재생 차원에서 함께 이전 논의가 일고 있는 경찰서와 현 남해교육지원청 부지까지 함께 매입해 도심 내 주차공간 및 유휴공간을 확보해 도시재생의 측면에서 새롭게 고민을 시작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군 청사 문제 하나만으로도 군민 의견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여기에 남해초등학교 건물의 안전문제까지 남해군이 풀어야 할 숙제가 쉽지는 않다. 차제에 남해군의 중심인 남해읍의 장기적인 발전을 염두에 둔 종합적인 해법 모색에 남해군은 물론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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