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06 (토)
자족하면 행복하다
자족하면 행복하다
  • 이영조
  • 승인 2019.02.2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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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저는 자존감이 매운 낮은 것 같아요." 상담을 받는 아이의 어머니가 마음속 고민을 어렵게 꺼내놓았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에 자신하듯 말했다. "어머니는 자존감이 낮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분에게 `마음속 거인 만나기`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리려고 저자 서명을 하고 있는데 책 표지의 저자 사진을 보면서 "센터장님 얼굴이 너무 검게 나왔네요, 포토샵 좀 하지 그랬어요." 본인의 마음속 느낌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부연 설명하면서까지 자기는 자존감이 낮다고 했다. 어머니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것은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 열등감 문제일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다른 사람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을 말한다. 즉 자기 자신을 초라하다고 느끼지 않고 귀하게 느끼는 마음이다.

 그에 반해 열등감은 다른 사람에 비해 뒤떨어졌다거나 자기에게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성적인 감정이나 생각이다. 그런 마음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 상대방이 나보다 잘하는 것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말고 "나도 저렇게 되도록 노력해야지" 또는 저 사람은 이런 것을 잘하지만 나는 다른 분야에 그들보다 나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열등감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자족(自足), 스스로 넉넉함을 느끼는 마음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면 외적인 요소에 부러운 것이 없게 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도, 재산이 많은 사람도 부럽지 않다. 그런 마음 상태에 다다르면 인간은 진정한 행복(幸福)에 이르게 된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욕구가 충족돼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누리는 상태라고 돼 있다. 자기가 처한 상황, 자기가 이뤄놓은 것, 자기 형편에 만족할 줄 아는 상태,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욕구가 충족됐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마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것은 욕심을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욕심은 끝이 없다. 9천900원을 가진 사람이 100원을 가진 사람 돈을 탐낸다는 말이 있다. 욕심의 끝은 파멸이라는 말도 한다. 욕심의 정체도 마음작용이다. 돈에 대한 욕심, 물건에 대한 욕심, 권력에 대한 욕심, 모든 마음작용에 욕심 두 글자를 붙일 수 있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만족할 수 있다. 홍콩 영화배우 주윤발은 자신의 재산 약 8천100억 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을 밝히면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가 아니라 평화로운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꿈은 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옷을 입지 않는다. 내가 편안하다면 된다"고 얘기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전전긍긍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에게 남과 비교해서 생기는 열등감은 없었다.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감옥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사회 지도층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할지 정말 궁금하다.

 무언가 얻고, 잃어야 할 때, 그것들에 대해 선택을 해야만 할 때,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고민의 답은 의외로 간단히 정리된다. 동료들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을 보면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이 배워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

 인생은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가면 좋을까? 돈일까, 명예일까, 권력일까, 아니면 행복일까. 여러 요소 중 내 마음대로 취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왜냐하면 행복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가 한 일에 만족하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사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나 너무 행복하다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일이 오늘 같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오늘이 생의 전부인 것처럼 작은 것에 만족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온화함이 배어난다. 남들처럼 기부할 재산은 없지만 언제든 친구나 지인에게 돼지국밥 한 그릇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그에게 어제나 내일은 날짜 셈을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오로지 현재에 충실하고 오늘에 만족하며 사는 하루하루가 삶의 완성이다. 그것은 자기 삶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자족(自足)하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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