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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지역 3ㆍ1운동과 경남매일 필사 캠페인
김해지역 3ㆍ1운동과 경남매일 필사 캠페인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9.02.18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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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구 사회부 차장
김용구 사회부 차장

올해 3ㆍ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대통령 직속 기념사업추진회를 필두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기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려는 독립운동을 담은 영화 `말모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할매의 방` 등 문화계에서도 독립 관련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잇따라 선보이는 등 독립운동의 의미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각계각층에서 뜨겁다. 그동안 3ㆍ1독립운동에 관한 연구가 미진했던 김해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해시는 독립운동 관련 기록과 문서, 활동사진 등을 수집해 자료집을 발간ㆍ배포하는 등 올해 독립운동과 관련된 10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 13일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는 김해지역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학술회가 지역 최초로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이 학술회는 김해시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독립운동 등을 소개하는 자리로 그동안 지역 독립운동에 대해 접근이 어려웠던 시민들이 갈증을 풀기에 적합했다.

 김해지역에서 독립운동 만세 시위가 최초로 전개된 것은 1919년 3월 30일 김해 읍내에서였다. 이날 시위는 서울 정신여고에 재학 중인 구명순 열사의 주도로 일어났다. 김해군 김해면 동상리 출신인 구명순 열사는 같은 해 3월 1일 서울 파고다 공원에서 시작된 독립운동이 서울 전역으로 번져, 3월 10일 각급 학교가 만세 시위로 휴교하자 3월 22일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독립선언과 만세 시위를 목격한 구명순 열사는 이후 고향 김해에서 어떠한 시위운동도 일어나지 않자 직접 나서게 됐다. 구명순 열사는 교회에 참석하고 귀가하는 부녀자 8~9명에게 권유해 3월 30일 김해군청 앞에서 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이에 배덕수 열사 등이 호응해 북문 밖 답곡리 등 10여 개 동ㆍ리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일깨워 시위에 참여하게 했다. 이날 검거를 피한 주동자들은 4월 2일 김해읍 장날에 두 번째 시위에 나서기로 계획했다. 시위 당일 최계우 열사는 미리 제작한 태극기 수십 기를 읍내시장에 배포했다. 이들은 군중 40여 명과 함께 장꾼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오후 4시께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 만세를 외쳤다. 당황한 일본군은 일본 재향군인, 상인, 불량배까지 총동원해 총칼로 시위대를 강압했다. 결국 시위대는 해산됐고 시장은 강제로 폐쇄됐으며, 주동자 6명이 검거됐다.

 4월 16일에는 세 번째 읍내시위가 일어났다. 일제의 발포로 부상자가 발생하자 이날 읍내에서 6㎞ 떨어진 이동리에서 부녀자 50여 명이 동리 산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인 것이다. 마침 부근을 순찰하던 일본군이 이들을 해산시켰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모여들었다. 일본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밖에도 3월 31일 하계면 진영시장, 4월 3일 장유면 신문시장ㆍ생림면 봉림리, 4월 10일 명지면 명호시장 등 3월 30일부터 4월 16일까지 크고 작은 10개 시위가 김해 곳곳에서 발생했다. 당시 비옥한 토양을 가진 김해는 일제 농업침탈의 중요 거점이었다. 이 때문에 강력하고 공세적인 시위운동이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학생, 부녀자 등은 일제에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주도하면서 깨어있는 정신을 보여줬다. `나라를 구하는 데 남녀구별이 있을 수 없다`는 말로 유명한 최초의 여성 의병장인 윤의순 의사만큼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라를 위하는 정신은 우위를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남매일신문은 오는 4월까지 `한국 독립선언문 필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3ㆍ1절 전후 도내 열리는 각종 행사장에서 독립선언서 문장을 1개씩 필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진정으로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면 행사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족 단위로 행사장을 방문해 100주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그 가치와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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