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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역습
플라스틱의 역습
  • 이종호
  • 승인 2019.02.18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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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경남도의원
이종호 경남도의원

최근 SNS를 보면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로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를 볼 수 있다. 플리스틱 프리 챌린지 캠페인은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패스가 시작한 환경운동으로 요즘은 유명인사라면 너도나도 이 캠페인에 동참해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98.2㎏으로 전 세계 1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여기에 비닐봉지는 연간 216억 개가 사용되고 이는 국민 1인당 1년 동안 420개의 비닐이 사용됐다고 하니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를 외치는 지금의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 모르겠다.

 인류는 돌, 금속, 유리, 목재와 같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를 넘어 인간에게 유익한 소재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 노력의 결과가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으나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한 꿈의 물질인 지금의 플라스틱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길게는 150년, 짧게는 60년의 플라스틱을 소비한 결과 인류는 지금 플라스틱 폐기물이 야기하는 전 지구적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우리 경남만 보더라도 지난 2017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버려지는 생활폐기물 중에는 326톤의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중에서 재활용되는 비율은 20% 수준인 66톤에 불과하고, 특히 분리배출 된 플라스틱을 제외한 혼합배출 되는 폐기물만 본다면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체 264톤 중에서 재활용되는 비율이 고작 1.8%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나마 우리의 분리배출 노력이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환경을 오염시켰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대한 새로운 문제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봄기운이 완연한 서울 곳곳에서는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가 폐비닐 수거를 거부하면서 쓰레기가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쌓이게 된 것이다. 당시 이러한 문제가 발생 원인으로 비닐과 플라스틱 등이 재활용 시장에서 천대받는 시장구조가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금지 결정이었다. 전 세계 폐기물의 50%를 수입하던 중국이 더 이상 재활용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플라스틱(자원) 역습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세계 제 1위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환경 운동만으로 플라스틱 사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재활용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법률로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규정을 엄격히 시행한 결과 자국 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비율이 88%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의 55%를 회원국 안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재활용 처리의 양적 성장 보다는 최대한 정확히 분리해 확실히 소각한다는 질적 성장에 목표를 두고 엄격한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을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등을 전면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가 하면, 세계 최고의 커피체인인 스타벅스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점포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등 생산기업(자)이 생산단계에서부터 폐기물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노력들은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무상 비닐봉투 제공을 금지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시행하고 있으나 재활용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인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우수 사례들을 연구해 생산기업(자), 소비자, 지자체가 각각의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다양한 시책들이 개발ㆍ추진돼야 할 것이다.

 태평양에는 새들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섬이 하나 있다. 하와이 인근 미드웨이섬으로 불리는 이 섬은 신비의 새 알바트로스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의 알바트로스 새끼들은 매년 평균 4만 마리나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반짝거리고 예쁜 플라스틱을 맛있는 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의 뱃속에서 나온 것들을 보면, 일회용 라이터, 병뚜껑 등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사람의 편리함으로 인해 이렇게 축적되고 증폭된 오염은 결국 생태계의 꼭대기에 있는 우리에게 다시 오게 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이 앓고 있는 유일한 피부병은 인간이다"라는 말로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을 비판했다. 인류를 풍요로 이끌었던 자원(플라스틱)이 이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역습을 시작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확실히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 공존하지 못하는 인류의 발전은 모두가 공멸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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