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얼굴 `도시가로경관` 지키자
창원의 얼굴 `도시가로경관` 지키자
  • 이광수
  • 승인 2019.02.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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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창원 신도시가 탄생한지도 내년이면 어언 40년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지연에 이르는 셈이다. 지난 1980년 4월 1일 한국 최초의 계획도시로 출범한 창원시는 2010년 7월 1일 창원ㆍ마산ㆍ진해시가 통합돼 준광역급 메가시티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애초 설계한 창원신도시의 청사진은 문자 그대로 청사진의 꿈으로 끝났다. 도심 아파트단지의 고밀도화로 도시 스카이 라인은 허망하게 무너지고, 직주가 분리 계획된 단독주택지는 근린생활시설의 허용으로 기존도시와 다름없는 무질서한 모습으로 변했다. 주택지에 들어선 근린생활시설로 인해 주차공간이 부족해져 일부 재래시장 인근 주택지는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 근린생활지구로 해제할 때 주택지 일부를 매입해 공영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은 무대책이 낳은 결과이다.

 그러나 도시 가로망은 손댈 수가 없으니까 그대로 잘 유지되고 있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사통팔달 시원하게 뚫린 가로망은 이 도시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잘 자라 대목이 된 가로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창원 신도시의 잃어버린 꿈을 대변하고 있다. 도시가로경관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도로변 넓은 시설녹지(차단 녹지)는 창원의 명물이자 자랑거리다. 11㎞를 자랑하는 전국 최장직선도로인 창원대로는 공장지대와 주거지역을 양분하고 있으며 가로수의 보강 식재로 한결 풍성해졌다. 이 길은 김해 부산, 통영 고성 방면의 통과도로로서 운전자들의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봄철이면 개나리와 벚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면 느티나무 숲 터널이 그늘을 이룰 날도 머지않았다. 창원의 명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어떤가. 시내 곳곳에 심어져 거목이 된 가로수는 철 따라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한다. 분지 형 도시 창원의 탁한 공기는 이 가로수 숲들이 정화시켜준다. 이처럼 잘 가꿔진 창원의 가로수는 창원 신도시의 얼굴이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수수 낙엽 지는 가로수 길을 걸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창원광장 역시 창원시의 상징이자 자긍심이다.


 그러나 창원 신도시의 명맥을 이어온 도시 가로망이 불법 광고물의 난립으로 망가지고 있어 안타깝다. 본보를 통해 수차례 지적했지만 마이동풍인지 변한 게 없다. 플래카드 지정 게시대는 전국 최초로 창원시가 설치해 광고물 정비 모범사례로 전국에 확산 보급됐다. 그 당시 광고물 관리 부서에 근무했던 모씨가 불법 플래카드 정비로 고심한 끝에 창안한 아이디어였다. 창원시에는 현재 306개소의 플래카드 지정 게시대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도심 가로변 곳곳의 가로수와 전신주, 교통 신호기를 거치대 삼아 불법 플래카드가 게시되고 있어 도시미관을 헤치고 있다. 예전에는 119기동대가 있어서 매일 시가지를 돌며 불법 플래카드를 집중 단속했다. 시청에 알아보니 구청에 단속반이 있다는 데 왜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무원 수는 전보다 거의 배로 늘었다는데 현장에서 움직이는 공무원은 보기가 힘들다. 어디 플래카드뿐이랴. 주택지, 아파트단지, 상가건물 곳곳에 불법 광고물을 도배질하고, 거리 곳곳에 짜라시 광고물로 넘쳐난다. 불법 광고물은 마치 시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처럼 느껴진다.

 창원 신도시는 한국기계공업의 요람이자 조국 근대화의 상징 도시이다. 계획도시 창원을 망쳐놓은 것은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능한 몇몇 전직 시장들과 건축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었다. 사명감 없는 공무원들 때문에 신도시 창원의 꿈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공단 취업으로 몰려든 이주민들은 살기 좋은 신도시에 큰 기대를 걸고 눌러앉았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희망 사항으로 끝나고 기존도시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전락한 창원 신도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빛바랜 창원공단의 위상은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에 미처 대응하지 못해 불황의 깊은 늪 속에 빠져들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추락으로 공장가동률이 떨어져 실업자가 된 근로자들이 창원을 떠나는 바람에 해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창원 신도시의 위상을 그나마 지키고 있는 도시 가로망 마저 불법 광고물로 너덜너덜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위기의식과 혁신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무사안일의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의 직무 태만으로 도시시설물이 태풍 등 자연재해로 파손돼 시민의 재산과 인명에 피해를 주면 영조물 관리 소홀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로서 자기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복인 만큼 반드시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판이 치유 불능의 고질병에 걸려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데, 시민의 안전과 복지를 책임진 공직자마저 국민 신뢰를 잃으면 한국은 희망이 없다. 창원시민의 마지막 자존심인 도시가로경관만이라도 끝까지 잘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공권력이 무너진 사회는 무질서와 방종이 판을 치고, 사회정의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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