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2:32 (수)
멀미
멀미
  • 최병철
  • 승인 2019.02.1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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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
최병철

파도가 넘기지 못한 길을 혀가 뒤집었어요

국화를 업고 온 구두가

영정사진 속으로 들어가 웃음을 끼워 넣어요

울음이 가늘게 늘어진 저녁

국밥 속에 담긴 소꼬리가 흐물흐물 길을 풀어놓아요

계단을 오르지 못한 구두

온몸에 길을 둘둘 감고 갈대밭에 쓰러져 있었다지요

조문객 사이로 소주잔에 담긴 안부를 물으면

한동안 아궁이를 막고 있던 소문이 전소되어

굴뚝으로 밀려나고 있어요

가족이란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였을까요

바다를 거부한 구두가 일상에게 고삐를 잡히는 순간

외양간을 떠나는 소 울음처럼 길게 멀어져 갔어요

바다의 머리채를 잡아 거꾸로 들면

그를 비켜간 것들이 쏟아져 나올까요

세상의 자전에 대항하다 중심을 잃고

바다에 엎어진 채

다시는 파도 위로 몸을 밀어 올리지 못했어요

뭍으로 옮긴 우리에 빛이 들지 않자

사육하고 있던 그림자가 세상을 뱉어내고

탈출한 것이래요

시인약력

ㆍ201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ㆍ김해 문인협회ㆍ경남 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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