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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무겁고 갈 길 먼 2019년
짐 무겁고 갈 길 먼 2019년
  • 김선필
  • 승인 2019.02.1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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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참으로 드라마틱한 2018 무술년을 우린 보냈다.

 무엇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그 어떤 것도 평정하지 못한 채 상호 이데올로기의 극한적 대립과 좌우 사회 각계각층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란 분열 속에서 우리가 갖는 진정한 가치관(價値觀)의 정립은 앙상한 가지를 뽑고 시드는 광야의 나뭇가지처럼 오늘 우리에게 다가와 처연히 숨 쉬고 있다.

 이미 지난 일들 참으로 부침도 많고 다사다난했던 무술년(戊戌年), 대한민국호의 항해는 파란(波瀾) 그 자체였다고 할 것이다. 동북아 정세는 100여 년 전의 한반도 상황과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이다. 한ㆍ중ㆍ일 3국은 이어도, 센카쿠 중국의 오만방자한 대국굴기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계기로 그들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제집 드나들 듯 넘나들고, 더구나 서해, 남해는 물론 동해의 울릉도 근해까지 침범을 능사로 하며 우리 바다의 어족자원을 씨를 말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일본 아베는 새해 시정연설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언급조차 않으며 의도적 코리아 패싱을 유도하는가 하면 최근엔 우리 구축함에 의도적 접근으로 긴장을 촉발시키고 있는데, 우리 군의 대응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分斷國)인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극단적 여야의 대립과 각계각층의 이념 갈등, 특히 적폐청산이란 기치 아래 전 정권에서 행해진 사안들에 대한 수사로 지난해 이재수 기무사령관에 이어 기무사 해체 결정으로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던 기무사 출신 A 소령이 또다시 자살함으로 군의 사기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 2015년의 사자성어 혼용무도(混用無道)가 생각난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 4년의 시간이 흐른 2019년 새해 벽두 현재 지난 과거의 족쇄에 얽매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을 보유했던 우리가 원전사업 포기로 수십만 명의 일자리 상실에 이어 수백조 원의 해외 원전 수출마저 중국ㆍ일본 등 경쟁국에 뺏기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 그로 인한 연계사업의 국내 상실로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거리를 방황하고 좌우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아 오직 상대 죽이기에 혈안이 돼 과거에 행해졌던 사안들에 사생결단으로 파헤쳐 법(法)의 이름으로 사법 농단, 권력 남용 등 죄목으로 구속시키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무문교저(舞文巧抵)! 한 무제의 허례와 미신 그리고 자기과시를 좋아했던 유철 황제의 통치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마천의 `혹리열전`에 장탕의 예를 보면 마음속으로 비방하는 것도 죄에 해당한다는 복비법(腹誹法), 기소된 안건을 황제가 엄하게 처벌하려 하면 장탕은 그 법 적용을 치밀하고 엄하게 집행하는 자에게 맡기고, 황제 유철이 관용의 마음을 보이면 죄(罪)를 가볍게 다스리고 공평하게 처리하는 관리에게 맡겨 법 적용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권력의 입맛에 맞게 농단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공자 왈(曰) "청송오유인야 필야사무송호(聽訟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뜻은 "송사를 듣고 판결하는 것은 나도 남들과 다를 게 없겠지만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송사가 없게 하는 것이니라"라고 갈파했다.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해가 밝아 왔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썩 밝지만은 않다.

 일관되게 주장했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이미 바닥이 드러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첨단 미래기업들마저 이 나라를 떠나려 시시각각 보따리를 싸매고 국민들 사기마저 바닥을 헤메고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채 상대 죽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선 안 된다. 여야는 물론 정, 재계, 노동계 등 모두 한마음으로 지난 과거는 잊고 용서하고 화합해 나라 안팎으로 험난한 파고를 헤쳐나가야 한다.

 영조의 탕평책이 새삼 뇌리에 각인돼 온다.

 남아공의 영웅 넬슨 만델라! 27년간 정적들에 의해 옥살이를 하고 나왔지만 그는 그를 해친 정적들을 끌어안고 대 탕평책을 실시해 오늘날 남아공을 아프리카 제일의 국가로 만들었던 것을 봤지 않은가.

 우리도 할 수 있다.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논어의 태백 편에 실린 고사성어로 현재 대한민국의 실상을 나타내는 듯해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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