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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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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02.06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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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부산취재본부장
김중걸 부산취재본부장

예전 `또 오해영`이라는 제목의 TV 드라마가 있었다. 한 남자가 이름이 같은 두 명의 여자를 두고 벌이는 좌절, 갈등, 사랑 등을 그린 이 드라마는 장안에 화제가 됐다. 전개되는 드라마 내용과는 상관없이 제목을 차용한 `또 오해영`은 지금 부산시가 추구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맥락이 닿아 있는 듯하다. `또 신공항`, `또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는 어쩌면 식상하기까지 한 언어의 유희 같은, 말장난의 너머에는 애환과 국가의 명운이 담겨 있다.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은 언제 어디서 부터 시작됐을까? 지난 2002년 4월 15일 오전 11시 23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김해국제공항으로 오던 중국국제항공 CA 129편이 비구름을 뚫고 착륙하려다 활주로에서 북쪽 4.6㎞ 떨어진 김해 돗대산 정상에 추락했다. 이 항공기 추락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등 166명 중 130명이 사망하고 36명이 중상을 입었다. 탑승객 전원이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충격적인 항공기 사고였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불리는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로 김해공항을 대체할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의의 불씨가 당겨졌다. 산봉우리 같은 장애물이 없는 보다 안전하고 세계 우수도시들의 공항처럼 24시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공항을 건설하자는 국민적 염원이 작동했다.

 수영공항에서 이전한 김해공항은 공군기지인 군사공항의 탈을 완전히 벗지 못한 입지적ㆍ운용적 한계성으로 민간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때로는 승객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 같은 반쪽공항의 어려움은 번듯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소원하게 했다. 특히 국민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유럽과 미국 등 장거리 여행 항공 수요가 높아지면서 인천이 아닌 김해국제공항에서도 대형 항공기 운항의 목소리도 높아지게 되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목소리는 거세졌다.

 이렇게 시작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신공항 건설 검토가 이뤄지면서 본격화됐다. 물론 부산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도시기본계획 등을 통해 소음과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부산시는 지난 2002년과 2006년 2차례에 걸쳐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건의했다. 이때까지는 부산시 외에 다른 지역은 신공항 건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대구ㆍ경북이 밀양 신공항론을 등장시키면서 동남권 신공항은 지금까지 논란만 거듭되는 국가적 논제로 등장하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지만 차일피일 입지를 미뤘다. `가덕도`와 `밀양`을 지지하는 영남권 지역갈등만 촉발시키다 결국 경제성이 없다며 백지화시켰다.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도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유치경쟁에 불을 붙인 뒤 당선 후인 2013년 3월 5개 시ㆍ도가 항공 수요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영남권 신공항`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꼼수로 정면승부를 피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6월 21일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발표했다. 이는 참여정부 때 김해공항 확장 불가 결정 결론을 번복한 셈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자기 당 소속 부산시장들의 오랜 숙원을 대선공약으로만 이용하고 극심한 지역갈등만 조장하고 철저히 외면한 셈이다.

 당시 신공항 예정부지인 가덕도에서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했던 전임 시장은 정부의 김해신공항 건설 발표를 수용하는 `자기부정`을 했다. 돌고 돌아 지난해 민선 7기 출범 초기부터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함께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을 구성해 `김해신공항(김해신공항 확장안)` 점검을 나선 결과 `김해신공항은 3개 시ㆍ도민이 염원하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정부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며 김해신공항 폐기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의회와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과 상공계, 부울경 시민사회, 부울경 시도지사가 힘을 보태면서 `김해신공항 폐기`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부산의 목소리에 아직까지 정부나 동남권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해공항이 결코 안전하고 24시간 운항이 가능하지 않은 공항인 것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은 확보된 셈이다. 그리고 현 정권이 과거 정권이 추진했던 동남권 신공항 추진을 수용하려는 것은 정책 수립의 정당성 담보와 정치적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신공항의 입지일 것이다. 부산시가 `또 가덕도`를 주창한다면 영남권 주민들에게 그 당위성을 조목조목 진심으로 밝히고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관문공항은 말 그대로 `관문`의 상징성이 있어야 하며 여행객은 물론 화물에도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명실상부한 24시간 안전한 허브공항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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